5월 4일 오후, 미살림*의 연두(이수정 선생님)와 희수, 주디, 구름(하자 방과후교실), 교육기획팀이 수업시연을 했어요. 자연으로 물들이는 종이 명함을 만들었는데요. 무심하게 버려지는 것들의 쓸모를 다시 살리고, 자연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염료로 물을 들여 종이를 만들어 자기만의 개성으로 소개를 하는 명함을 만들어 보았지요.
계란을 먹고 나면 항상 남는 계란 판. 당연히 분리수거함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지요? 계란 판을 잘게 부수면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치자, 강황, 소목 등 자연의 염료로 종이에 물을 들여요. 봄에는 애기똥풀, 여름에는 포도껍질, 가을에는 율피, 겨울에는 양파껍질을 모아 염료로 쓸 수 있다네요. 사시사철 하우스에서 생산되는 공장형 식물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와 제철 식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재미가 있고요. 손을 쑥 넣어 휘휘 젓다 보면, 손가락 사이사이로 몽글몽글한 종이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염료를 넣는 양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농도도 눈으로 확인하면서 말이에요.
종이죽에 뜰채를 넣어 쓱 떠보면, 뜨는 속도에 따라 종이가 두껍기도 얇기도 하지요. “잘 뜨는 건 없어요, 두꺼운 건 그림 종이로 쓰면 되고 얇은 건 명함 종이로 쓰면 되니까.” “우리 진로도 마찬가지. 정답이라는 건 없는 거죠, 치자 물들인 두꺼운 종이와 소목 물들인 얇은 종이의 쓰임이 저마다 다르지만 소중한 것처럼”
뜰채에서 걷어낸 종이를 수건으로 꾹 눌러 물을 빼 주고 널어 2-3일 간 말리면 끝. 드라이기나 열풍기를 이용하면 빨리 말릴 수 있지만, 저마다 시간과 속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바람과 햇볕으로 말리기로 하였어요. 그럼 우리의 명함은 무엇으로 만드냐고요? 지난 시간에 누군가(다른 친구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종이를 사용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돌아 내 손에 닿는 모든 것이 다른 누군가의 애정과 땀이 녹아든 것”이라고 감사하게 받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들인 수고가 다른 이에게 이렇게 선물처럼 전달되는 것을 기꺼워할 줄 아는 마음”도 배울 수 있고요. 단풍나무 씨앗, 메타세쿼이아 열매, 소목 조각 등으로 장식을 하여 자신을 소개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함을 만듭니다.
하자의 일일직업체험에서는 이처럼 구체적인 작업을 하되, 작업 안에서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된 세상과 사람의 관계를 느끼고 쉽게 소모되고 소비되는 사물과 사람을 귀하게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지금 생각하는 직업이 사라진다 해도 다른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된다해도 변하지 않을 삶과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소양을 배우지요. 그래서 우리는 AI 시대가 두렵지 않고 기대가 된답니다.
*미살림: (주)미 살림은 자연과 친구가 되는 생태미술교육을 합니다. 친환경 교재교구를 창작하면서 생태적 환경 구성을 꿈꾸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 더 자세한 소식은 하자센터 교육기획팀의 활동을 전하는 https://www.facebook.com/careerhaja/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