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학교는 4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하자센터를 출발하여 강원도 낙산에 도착하는 9박 10일간의 걷기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나와 주변을 살피며,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 가는 이번 여행에서 느낀 이야기를 왕방울(박진슬) 학생이 소개합니다.
<걸어서 바다까지>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냥 단순한 걷기여행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또 여행을 갈 그날을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걸어서 바다까지>는 단순히 기획된 게 아니라 우리가 걸바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걸어서 바다까지’는 나에게 숙제를 준 것이다.
<걸어서 바다까지>가 나에게 준 의미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내가 여행을 다녀온 전에도 생각했고, 여행을 하면서도 생각했고, 여행을 다녀온 지금도 질문을 풀고 있는 것 같다.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한 발짝 다가간 질문은“ <걸어서 바다까지>는 나의 무엇을 바꾸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답을 생각하면서 일단 나는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 이러한 나의 존재에 감사한 것 말고도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고, 자연이 아름답다고 느낀 몇 번 안 되는 경험을 하면서 자연에게도 감사할 수 있었다. 또한 감사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었다. 조침령을 넘었을 때였다. 조침령은 터널이 있었지만 우리는 뒤에 있는 산길을 넘었다. 조침령의 정상을 넘어 내려 왔을 때, 우리가 올라가기 전에 봤던 조침령 터널의 출구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허무했다. ‘저렇게 편한 길을 두고 우리가 뭐 한거지?’ 컵라면이 7개라고 21분을 기다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잠깐 편하자고 산의 흐름을 막고 산에다가 구멍을 뚫은 것이다. 잘못을 한건 우리 인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깊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잘못되었던 것은, 터널 뿐 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우리가 터널이 아닌 길을 걸을 때도, 일회용품을 이용할 때도, 자동차를 탈 때도, 그 외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고 있던, 사용하던 모든 것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쓰고, 버려지는 과정동안 누군가 (사람만 뜻 하지 않는다)가 다치고 뺏겨야만 내가 조금 편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걸어서 바다까지>가 나에게 준 무언가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느낀 점들이 다른 친구들과도 많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서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친구들이 달라지는 것도 보았다. 처음에 식당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를 할 때와 여행을 며칠 하면서 인사를 할 때 친구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켜서’ 한 느낌이라면, 며칠 다니면서 갈 때는 정말로 감사하다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들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는 나의 변화 뿐 만 아니라 친구들의 변화도 목격할 수 있었다.
<걸어서 바다까지>는 나에게 아직도 숙제를 주고 있다. 앞으로도 풀어나갈 것이고, 정답은 없을 꺼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내가 <걸어서 바다까지>를 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은, 나에게 단순한 경험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