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에 갑자기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격주로 토요일에 다니고 있던 하자 방과후학교에 부모도 초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하자에 가는 날은 저녁식사도 해결하고 와서 속없이 기뻐하던 참에 그날은 가서 밥이라도 해줄까 싶었습니다. 시작 시간인 오후 다섯 시에 맞춰 가보니 벌써 어머니들 몇 분이 와 있었습니다. 다함께 신관 하자허브 4층에 있는 옥상텃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밭을 잠깐 돌본 후에 둥그렇게 서서 몸 풀기 동작을 시작했습니다. 각자 한 가지씩 하면 모두가 따라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 동작 한 동작 따라하다 보니 정말 몸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끝나고 내려간 곳은 신관 1층 마을회관. 네 팀으로 나뉘어 빙고 게임을 통해 음식 재료 뽑기를 했습니다. 저는 중1인 동현이와 치타와 한 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뽑은 재료는 생물 오징어 3마리, 고추장 2팩, 어묵 2봉지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메뉴는 ‘오징어볶음’으로 정해졌습니다. 동현이는 어느새 다른 팀을 돌며 양파와 당근을 얻어 왔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선지 서로 오징어를 썰어보고 싶어 해서 딱 절반씩 썰게 했습니다. 40여 분 동안 여기저기서 뚝딱뚝딱, 왔다 갔다 하더니 요리가 하나 둘 완성되었습니다. 당면볶음, 감자전, 계란말이, 시금치나물…. 단번에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줄을 서서 모두가 고루 음식을 담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자 방과후학교의 또 다른 이름인 ‘수상한 식탁’에 딱 맞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맛있고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부모들은 따로 자리를 가졌습니다. 자연스레 아이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항상 라면만 먹겠다는 아이, 이제 어른이니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아이, 학교 안 간다고 늦잠 자는 아이…. 집집마다 안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묻고 답해주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먼저 경험했던 집에서 해주는 대답은 한결같이 ‘그냥 두세요’였습니다. 그냥 두면 스스로 방법을 찾는다는 말에 다들 안도감이 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12월 14일 쇼하자 때는 부모들이 밥상을 차려주자는 의견을 모으며 부모 모임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민지는 중학교 2학년인데요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민지에게 방과후학교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비판적인 이 때, “공부를 왜 해야 하죠?”, “학교는 왜 다녀야 하죠?”, “선생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시죠?”, “어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거죠?”, “대통령은 왜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거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죠?”…. 모든 것에 비판적인 중2 민지의 질문을 나누고, 또 풀어볼 수 있는 시공간이 방과후학교인 것 같습니다.
1학기 때는 주로 문래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주축이었지만 이번 2학기에는 연령도 다양하고, 홈스쿨링 중인 아이도 있고, 멀리서 오는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같이 배추 키우고, 음식 만들고, 토론하고, 나무로 함께 쓸 시계도 만들고, 역사 수업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 민지는 궁금증을 풀기도 하고, 자신에게는 없었던 질문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고2인 언니보다 더 많은 양의 설거지를 해봤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하다 만 듯한 토론을 끝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자에서 노들섬까지 자전거를 타고 왕복하기도 했는데 생전 처음 체력의 한계를 넘어봤다고도 합니다.
허브 안에 자리잡고 다양한 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진행되는 방과후학교.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하자뿐만 아니라 영등포 등 지역의 다른 자원들도 적극 연결해 아이들과 만나게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