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날이 추워지고 몸이 움츠려 드는 계절입니다. ‘일 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하자센터 목공방의 크고 작은 작업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미 9월 하자마을 뉴스레터를 통해 동자동 쪽방동네와 함께한 주섬주섬 프로젝트 이야기를 전해드렸고 10월에는 서서책상 제작기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자센터 신관 지하 ‘커뮤니티 목공방’에서는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몸의 감각을 깨우고, 버려진 것들의 쓸모를 살려 공공의 필요를 채워가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목공방을 거쳐갔던 다양한 커뮤니티와 작업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네트워크 학교 실과수업과 직업체험
‘커뮤니티 목공방’은 학교 안과 밖의 청소년들과 목공기술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생산해보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연필깎이로 시작하여 나무 팔레트를 재활용한 분리수거함, 책상, 소파 만들기까지 함께 작업해 보았습니다. ‘그리기-자르기-붙이기-꾸미기’라는 단순한 과정을 통해 손을 쓰고 몰입하는 경험, 배운 기술로 단품 작업을 넘어 공간(교실)을 상상하며 작업해 보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일일체험으로 오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태어나서 처음 톱질을 해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톱을 잡고 힘을 주어 나무를 자를 때의 표정은 정말 멋있습니다. 버려진 나무의 쓸모를 살리기 위해 손으로 사포질을 하는 작업은 먼지도 많이 날리고 팔도 아파 귀찮아 할 법도 한데 작업을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사포질’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작업을 하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꿈꾸는 거북이와의 ‘기념 메달’ 제작
‘꿈꾸는 거북이’는 장애청소년들로 구성된 산악달리기 팀의 이름입니다. 이 청소년들을 응원하기 위한 열린 마라톤대회의 기념품과 현장 안내판을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드는 작업이 목공방에서 있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답례품이기에 정성을 담고 싶어 손수 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폐 팔레트를 자르고 다듬어서 도장을 찍는 것까지 열심히 작업해 총 800개의 메달을 만들어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께 “멋지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후원도 잘 되어 대회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하네요.
* 청년 사회적기업 요벨의 ‘카페 테이블’
하자작업장학교와 인연을 맺고 있는 북한이탈청년 사회적기업 ‘요벨’ 사람들은 하자 공간을 둘러보다 목공방에서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지금 구상하는 카페 공간에 직접 만든 테이블이 들어가면 어떨까?” 때마침 시골 한옥집을 철거하면서 나온 장지문을 기증 받은 차에 이 것을 재활용해 커피 테이블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청년들도 함께 힘을 모아 더욱 의미가 있고, 결과물도 참 멋집니다.
*큰 달시장과 작은 달시장의 어린이 나무놀이터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망치와 드릴을 들고 나무집을 해체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작은 달시장에 온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잘 해냈죠. 나무토막을 톱질해 자르고 여기에 그림을 그려 도미노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역시 즐거워하며 해냈습니다. 큰 달시장에 오셨던 분들은 아이들이 나무놀이터에서 뛰어내리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직접 보셨을 겁니다. 정민, 아님 등 하자마을을 드나드는 청년 문화예술작업자들이 이런 다양한 작품들을 커뮤니티 목공방에서 만들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