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월요일부터 9월 17일 목요일까지 하자마을 곳곳에는 흙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제7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사전 행사로 다양한 흙건축 워크숍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살림집, 중정, 옆밭 앞 등 야외공간 세 곳에서 색토미장, 일본미장, 흙담 쌓기 워크숍이 각각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찾아왔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 오신 손님들도 함께 했습니다. 각 워크숍의 선생님들과 참가자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모였지만 이내 분주하게 호흡을 맞추며 함께 배움을 이어나갔습니다.
#살림집에서 배우는 적정기술 미장
거친 황토색 면이 드러난 채 마감미장을 기다리고 있던 살림집의 내벽이 예쁜 색토로 옷을 입었습니다. 하자와 깊은 인연이 있는 적정기술 선생님 김성원 대표(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와 함께 색토미장을 비롯한 마감미장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은 살림집 작업을 했었고 다른 미장 워크숍도 경험해 이미 미장에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다른 참여자들도 숨겨진 기술자들이었습니다. ‘완전연소'라는 이름으로 적정기술을 공부하고 화덕을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성미산학교 중등과정 학생들을 비롯해 적정기술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금산간디중학교 학생도 돋보였습니다. 서밋에 초대된 일본 NPO법인 문화학습협동네트워크 청년들도 태어나 처음 해보는 미장작업을 묵묵히, 그리고 아주 말끔히 해냈습니다.
도시 한 가운데에 청년들이 지은 에너지자립하우스, ‘살림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살림을 도모할’ 이들을 찾고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상상이 실현되는 날이었습니다. 김성원 선생님의 강의와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 그리고 일본에서 온 씩씩한 청년들의 수고로 살림집 1층과 2층 실내가 새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흙으로 만난 우리 모두는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다시 이 곳 살림집에 모이게 될까요?
#고금(古今)의 일본미장
하자센터 신관 앞 중정에서는 무릎을 꿇고 미장에 집중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이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카일 홀쯔회터(Kyle Holzhyueter)의 일본미장 워크숍 풍경인데요, 카일 선생님은 일본에서 키와도(kiawdo)라는 미장기업을 운영하며 다양한 미장 워크숍과 생태건축 워크숍을 진행하는 분이랍니다.
모든 참여자들이 난생 처음으로 일본 미장을 배워보았습니다. 이미 생태건축에는 경험이 많은 순창의 흙건축연구소 살림 식구들과 아산의 작은손협동조합 조합원들도 기존에 하던 방식과는조금 다르게, 아주 얇게 펴 바르는 흙미장과 석회미장을 진지하게 배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미장 워크숍은 나무판으로 만든 연습보드에 흙과 석회를 번갈아가면서 작업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칼자국 하나 없이 미장을 마치면 긁어내고, 또 다른 미장을 연습하는 과정은 마음을 수련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미장에 서툰 사람과 능숙한 사람, 나이와 출신 지역을 넘어 손이 모이고 몸이 모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난 지금은 모두들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가서 누군가는 연습을, 누군가는 배웠던 것을 나누는 시간을 갖겠지요.
#계란판으로 만드는 흙담
올해 새로 만들어진 옆밭 앞에 흙담이 세워졌습니다. 삽으로 흙을 퍼올려 섞어 반죽을 만들고, 계란판과 함께 겹겹이 쌓아올릴 시간과 체력이 충분하다면, 또 이 일을 기꺼이 함께할 동료들이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 고등과정 학생들이 3일만에 이렇게 멋진 담을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한국흙건축연구회에서 오신 강민수 선생님은 단 두 가지의 작업 과정만 말씀하셨습니다. “흙을 비비세요.” “그리고 쌓으세요.”
다른 두 워크숍과는 달리 흙담 워크숍에서는 교반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삽을 들고 반죽을 했습니다. 왜 편리한 교반기를 두고 힘들게 작업을 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선생님은 오히려 손과 삽이 있는데 왜 굳이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열심히 손과 삽으로 담을 쌓아 올렸습니다.
작업 자체가 흙과 계란판을 번갈아가며 쌓고 다지는 일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큰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땡볕을 그대로 받아가며 작업하느라 지칠 법도 한데, 참여한 학생들은 담을 빨리 빨리 높게 쌓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집중하면서 일해나갔습니다. 어느새 완성된 담과 함께 우리의 관계도 함께 쌓아올린 셈이죠.
창의서밋의 사전행사로 진행되었던 세 가지 흙건축 워크숍을 통해 살림집의 실내는 새로운 색깔이 입혀졌고, 하자 옆밭에는 근사한 흙담이 생겼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머금고 흙을 통해 만나 누군가에겐 경험으로, 누군가에겐 동료를 찾을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누군가에겐 신나는 축제로 기억되는 4일 간의 워크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