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2015 8월 생활 보고서
하자마을 소식
---이 글은 지난 7월의 영어수업부터 시작하여 가을 학기동안 덴마크의 포크하이스쿨(folk high school) 중 하나인 세계시민대학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서 생활하게 된 굴(이지연, 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졸업학기)이 보내온 첫 달의 보고서입니다. IPC는 포크하이스쿨의 국제적 교육의 장으로 16세 이상 세계 모든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학기는 봄학기(24주), 가을학기(18주), 그리고 계절학기(일주일) 등으로 나누어지며 학생들이 직접 몇 개 카테고리 영역에서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게 됩니다. 배움을 통해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나아가 활동적인 시민으로, 사회적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하자센터와 IPC는 지난해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 쇠렌 라운비에르 교장과 클라우스 슈탈 부교장이 초대되면서 인연을 맺었고 지속적인 평생학습을 기반으로 세계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연결되고 역할하는 시민 네트워크를 함께 구상하고 있습니다. 2015년 9월 18일에는 쇠렌 교장이 다시 방문하여 IPC의 새로운 시도와 한국사회의 다양한 시민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에는 같이 작업장학교에 있었던 선호(김재욱, 하자작업장학교 2014년 3월 졸업생)도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하자마을과는 또 다른 학습과 배움의 길을 시작한 굴의 이야기는 다음에도 또 들어보겠습니다.
7월 26일,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해서 한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도착한 종점 헬싱외르. 이곳은 소설 햄릿의 배경지가 된 크론보그 성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역에서 십오 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면 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캠퍼스가 있다. 마을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자전거 도로가 모든 곳에 깔려 있었고 차와 사람이 많지도 않고 모두 다르게 생긴 집들은 마당과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 커다란 개들도 많고. 신기했던 점은 조용한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바로 캠퍼스 앞에 맥도날드와 영화관이 있다는 것이다. 작은 상점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큰 마트만 보였다. 모두들 큰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 같다. 한적한 동네인데도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에 의아했다. 또 신기했던 첫 인상은 사람들의 옷차림이었다. 바람이 차가운데 거의 모든 현지 사람들은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비와 흐린 날씨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쉽게 우울해진다고 한다. 이 사람들에겐 따뜻한 햇살이 있는 시즌이 흔치 않아서 모두 야외에 나와 햇살을 즐긴다.
IPC캠퍼스는 그 한적한 마을에 꽤나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커다란 나무들도 많고 호수도 있다. 작은 숲도 있어서 놀랐다. 전에 있던 학생들이 만든 폐타이어 그네와 벤치도 있고 캠퍼스 주위의 환경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학교 안에는 교실이 일곱 개 정도 있고, 강의 듣는 홀, 운동할 수 있는 홀, 또 하자의 쇼케이스와 비슷한 커먼 룸(common room)이라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또 지하에 더 다양한 방들이 있다. 영화 함께 볼 수 있는 방, 학생 주방, 공구실, 세탁실, 파티룸, 자전거 보관하는 방, 밴드 룸, 도서관 등등 다양하다. 오피스 건물은 따로 있고 그 건물의 지하엔 미술작업을 할 수 있는 화실이 있다. 덴마크에서는 지하를 잘 활용한다. 시내에 나가도 지하에 가게들이 많다. 아마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그런 것인가 싶다. 그리고 학교와 학생들 생활하는 방이 바로 이어져 있다. 학생들이 80명 정도 되니 생활 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착한 다음 날인 7월 27일, ‘English class& Danish culture course’ 가 시작됐다. 국적은 일본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한국, 스페인, 우크라이나, 멕시코, 이탈리아, 인도(티벳) 이렇게 해서 총 20명 정도 있었다. 2주 반 세 개의 반으로 갈라져 영어 코스를 진행했다. 코스를 진행하기 전에 어떤 내용을 가지고 공부하고 싶은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덴마크 문학과 정치, 여행, 유럽 지리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다.
영어 수업 말고도 덴마크 문화 이해에 대한 내용도 함께 진행되었다. 햄릿과 복지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 주가되었다. 마침 헬싱외르에서 햄릿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온 극단의 햄릿을 실제 크론보그 성 안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현지 햄릿 극 연출가가 학교에 와서 햄릿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창기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할 무렵에 교육을 받은 햄릿이 자신이 상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 그래서 지금 현 시대인들이 햄릿과 같은 자유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있으니 모두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지금 햄릿의 연극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덴마크의 이주 복지 시스템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1960년대부터 유럽 밖의 이주민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어떤 정당이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덴마크 이주 복지 시스템이 유동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고 한다. 지금은 보수 진보 모두 이주민 정책을 낮추려고 한단다. 올해 2월에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무슬림에 의한 총기 난사 테러의 영향 때문인 걸까? 그래도 1980년대와 비교했을 때 이주민 인구가 여섯 배 증가해 현재 10%가 이주민이다. 덴마크 내에서는 이주민들의 거주지역이 따로 배정이 된다고 한다. 값싼 가격의 아파트다. 그곳에는 오로지 이주민들만 거주해 게토라고 일컬어진다. 강의가 끝나고 다 같이 그곳에 가게 되었다. IPC에서 15분정도 걸으니 아파트가 있었다. 덴마크에서 아파트 건물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집 앞을 지나가니 각종 향신료 냄새가 났다. 그리고 창문마다 위성 방송 수신기가 달려 있었는데, 예전에 한 보수 정당이 이주민들의 집에 위성방송 수신기를 못 달게 하려는 정책공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주민들이 고국 방송을 계속해서 보면 덴마크 문화 적응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말이다. 시민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어서 summer house라고 휴가 때 덴마크 사람들이 대여할 수 있는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갔다. 공유텃밭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이주민들의 아파트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덴마크처럼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에서 이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2주동안 영어보다 덴마크 사회나 문화를 둘러보는 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2015 autumn course
8월 13일 영어 코스가 끝난 뒤 바로 다음 날 가을학기가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국적의 사람을 동시에 만나본 것이 처음이라서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학기는 알바니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중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가나, 그리스, 헝가리, 인도, 아일랜드, 일본, 케냐, 멕시코, 네팔,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루마니아, 러시아, 슬로베니아, 한국, 우크라이나, 미국, 베트남, 잠비아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 사람들과 내가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꽤 흘려보냈다. 공통의 주제를 찾는 것도, 매일 언어장벽을 마주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서 그룹이 나눠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직 초반이니 마음을 편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이곳에서는 우정과 관계가 아주 중요한 문화다. 캠퍼스가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어서 그 안의 관계를 맺고 있어야 사회 안에 끼는 느낌이랄까..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학생들이기에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 결국에 우정을 얻는 것이라고 예전에 있던 많은 학생들이 말했다고 한다. 국적을 초월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길 기대하지만, 로컬을 이야기하는 시점에 글로벌 친구를 사귀게 되는 것에 아주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행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금 이 친구들과 이 곳에 있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한다. 좋은 동료를 사귀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
이곳은 선택 수업제다. 필수과목은 일주일에 두 시간. 그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26시간만 채우면 된다. 덴마크의 교육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너무 많은 수업을 신청하지는 말고 여가 시간에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했지만 나는 34시간 수업을 신청했다.
이번 8주에 들어가게 될 수업은 덴마크 탐험, 영화 만들기, 언어와 사회, 월드시네마, 글로벌 챌린지, 요가와 명상, 합창(Exploring Denmark, movie making, Language&Society, world cinema, global challenges, path to inner peace, choir)이다. 많은 수업들이 흥미롭지만 특별히 Language&Society와 Exploring Denmark, Global challenges line 수업이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Language&Society는 각국의 언어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보고 어떤 나라들이 서로 영향을 받았으며 또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화와 흐름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또 세계화를 통해 사라져가는 언어 다양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Global challenges에서는 부정부패에 관한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왜 생기며 어떤 결과를 주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하니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라마다 다른 부정부패 상황을 알 수 있다. 케냐에서는 경찰들의 임금이 너무 낮아서 부정부패가 없으면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애꿎은 시민들에게 벌금을 자주 걷는다고 한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부정부패가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려서이를 바꾸려고 전 IPC 학생이 탄자니아에서 시민들의 권리 교육을 하는 단체에서 일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왜 부정부패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보다 더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그렇지만 각국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와 주제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를 이해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삶이라는 것을 이 곳에서는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세계 경제사와 무역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영어 때문에 수업의 절반 정도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글로비시에서 배운 단어들이 정말 많이 쓰이고 있다. Exploring Denmark에서는 코펜하겐의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자전거를 타고 코펜하겐에 가서 둘러볼 예정이다.
하자작업장학교는 세 개의 키워드 안에서 모든 작업이나 공부들이 이어지는데, IPC의 수업들은 더 자유롭다. 학생들도 자유롭게 생활한다. 학교 자체가 민주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그 의견을 강요할 순 없다. 모두의 의견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으로 퇴비 만들기를 하려고 했는데, 주방팀이 번거롭다고 항의를 해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IPC에 와서 하자랑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건 생태적인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의 말로는 그에 맞는 강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섯 가지 co values안에 지속가능성이 있지만 그에 관한 수업은 없었다. 그래도 이번 학기에는 기후변화에 관련해 매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것뿐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생태에 대한 인식이 모자라 답답해하다가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 GMO, 에너지, 농사 등 생태적인 과목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 함께 기사를 스크랩하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을 만들려고 한다. 이곳의 날씨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IPC에 밭을 만들 수도 있고. 함께 덴마크 에너지 시스템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다. 그러면 조금씩 학교 안에서 공동의 인식이 생겨 모두가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해나갈 수 있길!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세계에서 첫 번째로 풍력발전기를 만든 곳이 1891년 Askov 포크하이스쿨에서였다는 것! 1844년에 그룬트비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삶을 위한 배움의 학교 포크하이스쿨은 덴마크의 민주주의와 밀접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에 와있다. 공부해야할 것이 참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처음 한 달간은 관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제 작업장학교의 죽돌이면서 동시에 IPC의 학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더 이 안에 뛰어들어서 지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