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매미 울음소리가 한여름 거리를 울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침 저녁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남는데요, 이런 아쉬움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시간 돌아보기, 마음 들여다보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 여름에는 하자센터의 청소년운영위원회(이하:시유공) 운영위원들도 아쉬웠던 봄과 여름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특별한 자리를 가졌습니다. 여기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또 함께 무엇을 하면서 마음을 합치게 되었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8월 10일 월요일 오후, 시유공 멤버들이 하나 둘 하자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즐겨 모이는 주말이 아니라 평일, 그것도 월요일에 무슨 일이냐고요? ‘비로써 멈춰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자는 시유공의 이름처럼 조금은 다른 시작을 위해 ‘시유공 상반기 워크숍’ 역시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하기로 했답니다.
먼저 본관 203호에서 먼데가 준비해온 팀 빌딩 워크숍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생활을 통해서 이미 여러 번의 팀 빌딩 워크숍에 참여했던 먼데의 진지하고도 능숙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우주선 모양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개인(행동, 재능, 타고난 매력, 방향성/믿음)에 대한 이야기, 오른쪽에는 조직(상품/서비스, 구조, 가치/본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지를 대하자 다들 고민에 빠진 듯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채워넣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에는 돌아가면서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슈슈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마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다들 유쾌하게 폭소를 터뜨렸고, 공백의 “시유공은 차별이 없고,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질문지를 통해 다소 평소에는 몰랐던 서로와 시유공에 대한 마음을 살펴본 덕분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음 일정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이른 저녁에는 팀 빌딩 야외 워크숍을 위해서 한강 강변물놀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더운 날씨, 뜨거운 태양을 피해 도착하자마자 모두 정신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답니다. 온몸을 흠뻑 적시며 더위를 식힌 다음에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팀 빌딩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2개 팀으로 나누고 1명의 리더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다들 물을 많이 먹어서 힘들어하긴 했지만 모처럼 어린 시절처럼 맘껏 뛰어 놀아선지 표정은 참 시원해 보였습니다.
지는 해를 뒤로 하며 마지막 워크숍 장소이자 숙소가 있는 난지캠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짐을 풀어놓고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먹고 난 이후에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곤노곤, 적당한 피로감과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은 채 촛불을 켜고 모두 둘러앉아서 낮에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습니다.
미라클 | “여러분, 하반기에는 어떤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블랙홀 | “다른 청소년들과 좀 더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놀토 엑스포에서 다양한 기관에서 온 청소년들을 많이 봤는데, 직접 만나서 각자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나누고 싶어요.”
들레 | “가능할 것 같아요. 바로 이웃에 있는 하이서울유스호스텔이나 아하센터에도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있으니까요.”
먼데 | “저는 하자센터에서 직접 생활하고 있는 다양한 대안학교 청소년들이 어떻게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함께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미라클 | “현재 하자에는 하자작업장학교, 로드스꼴라, 집밖에서유유자적, 영셰프스쿨 등 다양한 대안학교에 청소년들이 다니고 있어요. 각 학교마다 저마다 학사 일정이 미리 계획되어 있고 커리큘럼이 명확해서 시유공이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그때 그때 참여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먼데 | “‘공간 민들레’란 곳에서 청소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좀 가볍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들레 | “그 곳에 다니는 청소년들도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지만은 않을 거에요. 진지하게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들과 무엇을 이야기할 지, 구체적으로 좀 더 고민을 하고 그쪽 학교에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때 만날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먼데 | “잘 알겠습니다. 좀 더 고민해볼게요.”
보니 | “저는 얼마 전에 자원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장애인을 돕는 일을 했는데, 정말 시각이 새롭게 바뀌었어요. 시유공도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함께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호 | “저도 관심이 많았는데,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슈슈, 하늘, 공백 | “저희도 좋아요!”
미라클 | “자원봉사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원봉사는 정기 활동 외에 별도로 하면 어떨까 해요. 시간이 되는 사람들 위주로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거죠. 시유공 활동을 우선으로 하고요.”
들레 | “하자센터에서는 하반기에 ‘커리어위크’라는 청소년 진로직업 프로그램을 준비해요. 실제 진행은 내년 초에 하고요. 시유공이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는 ‘청소년기획단’이 되어보면 어떨까 해요. 청소년 입장에서 고민을 이야기해 주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경험해보면 여러분에게도 좋을 것 같고요.”
시유공 활동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촛불이 다 탈 때까지 각자 갖고 있는 꿈, 요즘 고민하는 진로 고민 등이 계속 이어져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답니다. 이번 ‘시유공 상반기 워크숍 : 시간 돌아보기, 마음 들여다보기’를 하고 나니 앞으로 펼쳐질 하반기 시유공 활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구성원들이 너무 많은 아이디어와 의견을 낸 덕분에 8월 29일, 9월 12일 두 번의 모임을 더 가진 후 하반기 할 일을 확정지을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하자센터의 청소년운영위원회 ‘시유공’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