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는 지난 7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총 4일간 특성화고 17세~19세 청소년 150여명과 함께 ‘청소년 창의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청소년창의캠프’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고 하자센터가 주관해 서울시내 특성화고 청소년(각 학교 추천) 대상으로 2009년부터 매해 진행되어 왔으며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며 일하는 청년 팀과 청소년들을 매칭해 일상의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 아이디어와 현장 기반의 작업으로 풀어보는 형태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비빌 기지 만들기'란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해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습니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학교와 집을 벗어나 스스로 또 같이 의식주 수단을 생산해 도시 속의 유휴공간을 모두가 함께 ‘비빌 수 있는’ 아지트로 재구성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의 자급/자활/자생을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비빌 기지 만들기'라는 큰 주제 아래 모든 것을 사서 쓰는 소비생활에 젖어 있던 청소년들이 먹을 것, 탈 것, 쓸 것, 입을 것을 직접 생산하며 도시 속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체험을 하는 흥미로운 기획이 화제였죠.
이를 위해 목공, 자전거, 놀이, 요리 등 생활기술을 익히는 워크숍들을 하루 일과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해 참여 청소년들이 함께 즐기고 일하면서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리사이클링 목공 디자이너, 자전거 세계 여행가, 재생 엔지니어, 놀이 활동가 등 생태, 친환경, 적정기술, 리사이클링, 문화예술 등 관련 분야 총 10팀, 30인의 작업자들이 참여해 멘토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캠프 기간 내내 ‘언덕’이라고 불렸는데요, 비빌 기지를 만들면서 청소년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가며 함께 작업할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나아가 캠프가 끝난 후에도 청소년들이 비빌 곳이 필요할 때면 문득 생각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희망도 담은 호칭입니다.
참여 청소년들은 매일 아침 ‘몸짓 인사 워크숍’에서 손과 발, 신체의 모든 곳을 사용하며 근육의 이완을 돕고 서로를 탐색, 관계를 형성하는 춤으로 몸을 풀었습니다. 이후 10~15명이 하나의 모둠이 되어 우물의 찬 공기를 활용한 쿨링시스템을 제작해 공동 공간 온도 1℃ 낮추기, 옥상농원 텃밭에서 갓 딴 신선한 채소를 적정기술 화덕에서 요리하기, 폐목재로 바퀴 달린 놀이기구 만들기, 도시 속 유휴공간을 탐색하고 여기 얽힌 이야기 아카이빙하기,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 라이딩하기, 일과 후 빨래하기 등 평상시 하지 않았던 일들을 했습니다.
이들이 비빌 기지를 만들었던 곳은 마포석유비축기지 일대. 1976년 오일쇼크 이후 만들어져 40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던 곳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결정된 뒤 안전문제로 폐쇄된 뒤 잊혀졌다가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 이란 이름으로 도시재생 및 문화공원 조성이 결정되었습니다. 올 10월 공사가 시작되어 2017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사업은 시민들이 운영하는 공원이자 문화공간이 생긴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창의캠프는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기 전 거의 마지막 프로젝트로서 서울에 사는 청소년들과 지난 6년간 이 지역에서 활동해온 문화작업자들이 힘을 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하자센터와 협력 관계를 맺고 이번 캠프에서 기획, 진행 등 전 분야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 사무실 및 작업실이 바로 이곳 마포석유비축기지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계기가 되어 이색적인 시도가 성사될 수 있었죠.
청소하기, 빨래하기, 설거지하기, 음식 만들기, 의자 고치기, 자전거 정비하기, 놀이감 만들기 등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집과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익혔던 생활기술은 이제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4일간 학교 등 익숙한 공간을 떠나, 서로 나누고 돌보는 ‘비빌 기지’를 만들면서 지내보았던 ‘청소년창의캠프’.
내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새로운 친구와 멘토를 만나면서 자립과 자활의 삶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들은 변화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창의캠프’라고 해서 막연히 창의성에 관련된 강의나 듣겠거니 하고 왔는데 이렇게 몸을 움직여서 뭔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폭염이 한창인 한여름 더위에 놓여나니 멘붕도 와왔지만 어느덧 이렇게 ‘찐한’ 경험을 하게 돼서 기쁘다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창의캠프 마지막 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비빌기지 네트워크 파티’에서는 이런 참여자들의 소감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들 스스로 기획한 공연/설치물 제작/가장 행렬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선보였던 네트워크 파티를 끝으로 서로, 함께, 모두 체온을 나누며 비볐던 4일의 캠프가 막을 내렸습니다.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