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 풀들이 오랜 기지개를 켜는 경칩의 날. 하자마을 입촌잔치가 펼쳐졌습니다. 입촌잔치는 매년 생동하는 봄의 기운 속에서 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모두의 마음을 확인하는 하자마을의례입니다. 작년에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하자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씨앗과 바람, 비가 되어준 여러 어른들과 함께하는 성대한 마을잔치로 열리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하자마을 품 에 새로 깃들어 연두색 싹을 틔우고 있는 네트워크학교 신입생, 하자마을을 일터 삼아 새로 온 판돌과 허브 멤버들을 환영하는 작은 잔치로 소박하게 준비했습니다.
우선 정오부터 점심식사를 나누었습니다. 아침부터 쌀 씻어서 안치고, 나물 맛있게 무쳐서 소담스럽게 담아낸 비빔밥을 만들어준 건 영셰프스쿨입니다. 유니폼까지 차려입은 영셰프 친구들은 세팅에 배식까지 담당해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지난해 농사 갈무리하면서 잘 말려둔 우거지들을 푸짐히 넣은 국을 화덕에 끓여 내놓았고요, 하자 판돌들이 앞치마 두르고 전과 후식을 준비했습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1시부터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본격적인 입촌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 올리는 것이다” 이재무 시인의 시 ‘갈퀴’를 낭송하며 입촌잔치 시작을 알렸습니다. 유자살롱의 오프닝 공연을 함께한 후 하자마을 촌장님들과 어른들을 모시고 덕담을 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어른들의 말씀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마을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자랑스러워질 만큼 애정어린 이야기를 풀어내 주셨습니다. 이 분들이 하자마을에 자리잡아주신 ‘덕’분에 여태 큰 갈등이나 어려움 없이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에서 준비한 ‘순무’ 공연은 관객들도 무대에 초대해 함께 공연하는 것이 특징이라 귀여운 할머니 모자를 쓴 알로하(김찬호 부센터장), 열연을 펼치는 큰산(박홍이 연세대 명예교수) 등 하자마을 어른들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마음껏 웃은 후에는 봄처럼 찾아든 하자마을의 새 주민들을 맞이했습니다. 영셰프스쿨, 작업장학교, 로드스꼴라의 신입생들이 나와서 풋풋한 인사를 전했고, 신입 하자 판돌들도 모두 나와서 마을주민들과 안면을 트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연두의 싹들로 하자마을에 깃든 이들의 ‘덕’분에 하자마을은 생기를 잃지 않고 꿈틀꿈틀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 것이겠지요.
‘덕’분에 무사히 입촌잔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덕’ 때문인지 입촌잔치가 봄을 불러 다음날은 정말 볕이 따스했습니다. 그 ‘덕’을 빌어 올 한해도 봄기운 가득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입촌잔치 ‘덕’분에 하자마을 새로운 주민들도 꼬물꼬물거리며 연한 뿌리 내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