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는 고양이, 새 집으로 이사가다! 하자마을 주민 '소풍가는 고양이'의 소행주 4호점 입주 스토리
2015년 2월 2일 월요일 오전 9시 일의 동선에 따라 조리 공간, 세척 공간, 작업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 널찍한 주방이 매우 분주하다. 작업대에는 도시락 그릇이 깔려 있다. 한쪽에선 반찬을 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메인요리에 들어갈 채소를 썰고 있다. 불 위에는 압력밥솥이 올라가 있다.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도시락 전문점 <소풍가는 고양이>는 이렇게 2월을 시작했다.
2015년 1월 20일 화요일 오후 2시 11명의 <소풍가는 고양이> 구성원들이 길고 좁은 커뮤니티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소고에서 맞이하는 홍아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 베이커리 담당하는 써니가 만든 생일 케이크의 등장과 함께 생일 노래와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소고 창업 이래 이렇게 많은 구성원이 함께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침 2013년에 소고에서 오랫동안 인턴십을 했던 ‘성미산학교’ 졸업생 정희가 오랜만에 놀러 와서 더 즐거운 자리.
2015년 1월 7일 수요일 오전 11시 커뮤니티룸에 들어갈 책장과 책상을 설치하는 날. 2개월 동안 소고의 청(소)년 구성원들이 <문화로놀이짱>에 주 2회씩 모여 톱질하고 못을 박아 정성껏 만든 책장과 책상이다. 이제 공간들이 제법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2015년 1월 5일 월요일 오전 10시 <소풍가는 고양이> 시무식. 2015년을 시작한다.
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오후 2시 종무식 하루 전날. 모두 커뮤니티룸 바닥에 새길 소고 로고 작업에 들어갔다. 소고 캐릭터를 종이에 프린트하고, 오려서 바닥에 깐 후 그 위에 검정페인트로 색깔을 입혔다. 틈새까지 꼼꼼히 칠을 하는 게 포인트!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주방 설비를 마쳤다. 넓어져서 좋다고 했는데 어느 새 주방공간이 꽉 찼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은 창업과정과 맞먹었다. 공간의 동선을 고려하고, 거기에 맞춰 필요한 물품을 들이고, 청소하고, 물건들을 수납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은 늘 터졌다. 일정은 늘 뒤로 밀렸다. 전기, 수도, 가스 시설은 전체 공사 일정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고,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하나의 시설이 완료될 때마다, 하나의 설비가 완료될 때마다, 먼지투성이. 끝나긴 할까. 장사는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이웃 업체의 주방을 빌려 주문을 소화하는 것이 점점 힘겨워질 무렵, 소고의 주방 공간이 완료됐다. 하지만 소행주 건물 전체의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오전 8시 화물트럭 한대가 도시락 전문점 <소풍가는 고양이> 앞에 섰다. 세 명의 남자들은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소가 바뀐다. 성산동 256-5번지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4호’ 지하 102호. 감개무량이다.
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노란 은행잎이 길에 융단처럼 깔린 어느 날. 3년 동안 온갖 일들을 겪었던 정겨운 곳, 성산동 639-10번지. 길모퉁이 작은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었다.
글 / 박진숙(씩씩이, ㈜연금술사 대표)
*** ㈜연금술사는 2010년 하자센터 내에서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18~24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학습 프로젝트로 출발하여 2011년 참여 청소년/청년과 함께 성미산마을에 도시락으로 좋은 삶을 만드는 작은 회사 ‘소풍가는 고양이’를 창업했습니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친환경 도시락 배달 주문을 주종으로 하는 ‘청소년 주식소유기업’으로 손님에게 정직하고 안전한 밥상을 제공하고, 차별 없는 공정한 일터를 만들어감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청년들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미래를 계획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연금술사는 이런 청소년/청년에게 따뜻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위한 돌파구를 찾도록 교육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서울특별시 '혁신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지난 해에는 하자센터와 함께 연세대, JP모간이 함께하는 청(소)년 대상 현장 연계 교육사업인 '자생, 삶의 기반' 사업 중 비진학 청(소)년의 지역 기반 일자리-진로교육 통합 모델인 ‘연금술사 일학교’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2011년 5월 31일 마포 성미산 마을 모퉁이의 작은 가게에서 첫 걸음을 떼었고, 이제 소행주 4호점에서 두번째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5년 남짓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뤄낸 이들의 새 출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