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하자센터 신관 하하허허홀에서 어린이부터 40대 성인이 한데 모여 같이 어울려 노는 판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지난 1년간 ‘생각하는 청개구리’와 함께했던 청년놀이활동가들의 활동을 공유하는 쇼하자 현장입니다.
지난 5월부터 뭉친 청년놀이활동가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꾸준히 만나온 이들은 우선 함께 뛰어놀았습니다. 누군가와 ‘놀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노는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놀았습니다. 그런 다음 마을장터 달시장, 분당 움직이는 창의놀이터 같은 현장에서 어린이, 어른과 함께 뛰어놀았습니다. 아울러 지금의 사회와 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습했습니다.
이번 쇼하자는 주인공들이 직접 ‘생놀자판’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놀이활동가들은 생=삶, 놀=놀이, 자=함께 하자, 판=시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생놀자판’을 이름으로 내세우며 “삶이 곧 놀이다”는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노는 것이 사치가 되어 버린 사회를 고민하며 우리의 잊혀진 놀이력을 함께 찾고, 공감하고, 확산하고자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쇼하자의 세부 섹션에 부여된 각각의 이름도 뜻을 담았습니다. 1부는 틈, 2부는 생, 3부는 곁입니다. 놀이에는 틈(쉼)이 있고, 생(야생성, 삶)이 있고, 곁(어울림)이 있는 것을 공유하고자 했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1부-틈’에서는 그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2부-생’에서는 얼음 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하며 놀았습니다. 아빠를 따라온 어린이부터 학생, 취업준비생, 장년의 직장인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땀을 흘리며 뛰어놀았습니다. 멍 때리기, 공기놀이, 담소 나누기 등 차분히 앉아서 틈과 생을 느낄 수 있는 놀이도 펼쳐졌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곁’에서는 생놀자판의 놀이 경험을 나눴습니다.
특히 3부에서는 놀이활동가들의 회고 영상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놀이를 되돌아보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우리가 논다고 표현하는 활동은 많은데 정말 놀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들었다. 노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무엇이 놀이를 앗아간 것일까 생각하다 놀이활동가를 만났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1년을 보냈다. 놀이는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위로가 되었고, 누군가는 삶의 목적이되었다. 잘 놀고 싶어 모인 우리는 이제 잘 사는 것을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잘 놀고 계신가요? 잘 살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놀이를 생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후 모든 참여자가 둥글게 둘러앉아 생놀자판을 돌아보았습니다. 정말 즐거웠고, 삶과 놀이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회고가 이어졌습니다. 계속 이런 놀이판이 펼쳐졌다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생놀자판에 놀러온 10대 청소년이 남긴 소감입니다.
“나는 여기에 혼자 왔다. 이미 알고 있는 분들끼리 온 경우가 많더라. 그런데 놀다보니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놀이는 편으로 갈리는 게 아닌 다른 관계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에 모두 둥글게 둘러앉았을 때 편안함을 느꼈다. 모두가 친구가 되었다. 놀이란 좋은 놀이 ‘프로그램’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의 좋은 면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 놀이라는 것을 느꼈다.”
놀이활동가들도 쇼하자를 마치면서 놀이를 생각할 때 떠오른 것들을 나눴습니다.
* 놀이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다. 놀이를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다른 나를 발견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마주했다. 놀이가 항상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으나, 놀이를 통한 만남은 언제나 멋졌다. 오늘, 당신과 내가 만난 것처럼. * 나에게 놀이란 엄마에게 할 수 있는 정당한 반항이다. * 놀이는 관심이다. 나에 대한 관심. 너에 대한 관심. 우리에 대한 관심. 세상에 대한 관심. 우리는 놀이를 통해 다가간다. *놀이≠일, 놀이=삶 나에게 놀이란 삶이다. 삶 자체이다. 즐겁기 위해 살기 위해 고민하고, 놀이를 통해 나와 대면하게 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놀이활동가를 시작해서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내가 일이 놀이가 되는 순간들을 꿈꾼다는 것이다. * 놀이는 결국 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너와의 거리 150km. 너를 만나기까지 달려가는 시간 2시간 45분. 그에 지불하는 비용 2만 4천원. 나를 움직이게 했던 놀이, 공간 그리고 사람들. (이 모든 게 뭐라고. ) -편집자주 / 대전에서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센터까지 주말마다 왕복하며 참여한 청년놀이활동가의 소감입니다 * 놀이는 나에게 즐거움이다. 혼자 해도 즐겁고, 함께하면 더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놀이다. 놀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함께했기에 좋았다. * 놀이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놀이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기를. * 놀이는 ‘늘’이다. 늘 존재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데 안하지 말자. 이것이 내가 삶에서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적극성이다. -신경숙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중- 이 말이 놀이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지만 안하고 있는 우리의 ‘놀이’는 사실 내 삶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적극적인 행위가 아닐까. * 놀이란 세렝게티 초원에서 마음껏 뛰노는 숫사자와 톰슨가젤이다. 놀기 위해 모인 우리는 앞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더 큰 놀이판을 벌일 것이다. 그 판이 자꾸 자꾸 커져서 언젠간 모든 판이 생놀자판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