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자!"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알찬 한 해 갈무리 2014년을 정리하는 공유마당과 쇼하자 소식
함께 어울려 노는 판을 곳곳에서 펼쳐본 ‘생각하는 청개구리’ 2014년을 마무리하면서 12월에 그 성과를 갈무리하는 두 개의 판이 벌어졌습니다.
문화예술로 작업자와 어린이와 함께 작업하며 놀았던 창의교육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장인 공유마당이 6일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이 시대의 놀이를 고민하고 놀이터의 원동력을 찾은 청년놀이활동가들의 쇼하자가 20일 열렸는데요. 하자센터 부센터장 알로하가 쓰신 초대의 글과 함께 이 두 개의 판에서 오고갔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intro 초대의 글 날마다 나아가는 아이가 있었네 그가 눈으로 본 첫 사물, 그는 그것이 되었네 그리고 사물은 아이의 일부가 되었네 그날, 그날의 얼마 동안 또는 여러 해 동안 또는 길게 뻗어가는 세월의 주기 동안 이른 라일락은 이 아이의 일부가 되었네 그리고 풀, 희고 붉은 나팔꽃, 희고 붉은 클로버 꽃, 딱새들의 노래 3개월 된 양(羊)과 연한 핑크빛의 새끼 돼지, 그리고 망아지와 송아지 그리고 우아하고 평평한 수초(水草)들, 그 모두 그 아이의 일부가 되었네 그 모두 그 아이의 일부가 되었네ÿ - 월트 휘트먼, 「나아가는 아이가 있었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세상입니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아동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깥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놀 만한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아이들은 학원에 매이게 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나마 자투리 시간도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뺏기기 일쑤고요. 아이들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살아있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경험입니다. 형형색색의 잠재력을 틔워낼 수 있는 만남입니다.
휘트먼의 시는 아이들이 뭇 사물들로 나아가면서 원대한 세계로 고양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우주와의 촘촘한 삼투작용 속에서 강인한 육신과 부드러운 심성을 빚어냅니다. 아이들은 만물과 교감하면서 가슴이 약동합니다. 자기보다 더 큰 무엇으로 뻗어나가면서 타자와 어우러지는 경이로움이지요. 불확실한 세상,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의 힘이 거기에서 자라납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문화예술작업을 통해 창의성의 씨앗을 발굴해 왔습니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고 여러 어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아이들은 자아와 세상의 접점을 신나게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생각을 나누고 힘을 모아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면서 유대감과 성취감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만드는 그 오붓했던 시간이 더없이 귀한 선물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솟아오른 생명의 기운은 아이들의 성장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함께 빚어온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귀한 발걸음을 옮겨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성들여 가꾼 열매들을 풍성하게 나누고, 그것을 씨앗으로 삼아 각자 선 자리에서 더 멋진 활동으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그 텃밭을 가꾸는 데 온 마음을 쏟아주신 선생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뒤에서 한껏 지원해주신 한국암웨이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찬호(알로하, 하자센터 부센터장)
part 1. “함께 놀자!” 청개구리들이 한데 모인 놀이마당
2014 생각하는 청개구리 공유마당이 은평구 소재 서울혁신파크에서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는 가운데 치뤄졌습니다. 하자-암웨이 창의인재육성사업으로 2012년 처음 시작된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문화예술 작업자와 어린이가 파트너가 되어 다양한 영역의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실제 작업을 해보면서 서로를 돌아보고 함께 노는 가운데 나오는 창의성을 경험해본 새로운 실험이었습니다.
올해는 이 3년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공유마당으로, 3년 동안 어린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본 하자센터와 암웨이, 지역아동복지센터와 문화예술작업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함께 놀자'라는 주제로 열린 공유마당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에서는 문화예술작업자와 지역아동복지센터의 어린이들이 함께 그간의 작업을 공유하며 예술로 어떻게 놀았는지를 보여주었고, 2부는 이것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이 작가가 되어 직접 워크숍을 진행하고, 작업을 전시하는 등 활동과 세대를 넘어 함께 만나는 놀이터가 마련되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서울혁신파크를 가득 메운 어린이들이 지난 1년간 즐겁게 놀았던 과정을 되새기며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첫번째 무대를 열어준 ‘꼼지락 꼼지락’팀은 인디 뮤지션 몬구와 서대문지역아동복지센터 어린이들이 만난 팀입니다. 이들은 악기를 만들고, 아이패드를 이용해 음원을 창작해 보는 등 직접 작업한 노래를 함께 연주하고 불렀습니다. 주제는 ‘스트레스’였어요. ‘생활기술공작소’팀은 버려진 목재, 천 등을 이용해 일상생활에 쓰이는 다양한 소품과 물품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들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어린이들이 머물고 있는 청운지역아동복지센터의 로비를 변신시키는 일이었습니다. 버려진 나무로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센터의 어린이들, 어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준비하고 진행해 보았습니다. 공유마당 무대에 선 어린이들은 이 과정을 톱과 망치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재미있게 선보이며 2부에서 있을 목공 워크숍까지 광고하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이밖에도 1부 공유마당에서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친구,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기발한 사진가’, 감정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서 미술작업으로 표현해본 ‘우리 안의 마음나무’, ‘관계’를 키워드로 다른 사람을 위해 놀이도구와 작업물을 만들어본 ‘너와 나’,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들의 쓸모를 다시 생각하면서 놀잇감을 만들어본 ‘쓸모있는 연구소’, ‘우리 마을’을 주제로 미술과 놀이를 통해 주변을 생각해본 ‘열세빛깔 무지개’팀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SOS지역아동복지센터와 하자작업장학교 역시 ‘생각하는 청개구리’를 통해 만나 3년째 함께 디자인, 공연, 춤, 영상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오랜 파트너인데, 올해 이들의 공연 역시 흥겨웠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의 브라질리언 퍼커션 그룹 ‘페스테자’와 ‘어린이 페스테자’가 무대에 올라 열기 속에서 공유마당을 마무리해주었답니다.
또 이날 깜짝 손님으로 미국의 마임이스트 제프 글래스먼(Jeff Glassman)과 리사 훼이(Lisa Fay)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3년 전 SOS지역아동복지센터 어린이들과 워크숍을 했던 인연을 잊지 않고 방한 중 바쁜 일정을 쪼개 공유마당을 찾아 주었죠. 어린이들의 무대를 즐겁게 지켜보던 두 사람은 “그새 어린이들이 많이 컸고, 오늘 발표회를 보면서 정말 큰 감명을 받았다. 오늘 와서 우린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도 봐야하고, 목공작업도 해 봐야하고, 놀이도 해봐야한다.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3년 동안 생각하는 청개구리 활동에 참여했던 이영서 어린이는 대표로 무대에 올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협동심도 기를 수 있었기에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재로 움직임을 만들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본 ‘움직움직 마법사’팀과 영상작업으로 3분짜리 공포영화를 마지막 프로젝트로 만든 ‘영상놀이연구소’팀은 30초짜리 예고편을 만들어 2부 ‘소박한 상영관’에서 선보일 본편을 기대하게끔 만들기도 했습니다. 예고편 덕분이었을까요? 이들의 영상 작품이 공개된 ‘소박한 상영관’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들어 성황을 이뤘습니다.
1부 공유마당에 이어 2부는 움직이는 창의놀이터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혁신파크 곳곳에서 진행되는 전시와 놀이에 참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혁신파크 곳곳이 미로와 같아, 어린이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비밀기지가 되어 주었답니다. 입구에는 어린이들이 눈꽃모양을 하나 하나 붙여 만든 모두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고, 1년 간의 활동을 담은 전시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행사를 찾은 이들이 지난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던 ‘움직움직 마법사들’ 이문주 작가는 “공간이 주는 느낌이 남달라, 어린이들에게도 정말 작가가 되었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고, ‘너와 나’의 장고운 작가 또한 “직접 그린 작품들이 공유마당 요소로 사용되면서 어린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자기 그림이 메인 이미지로 사용되어 우리 센터 어린이가 정말 좋아했다. 지난 1년 동안 했던 작업도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어린이들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열세빛깔 무지개’의 김선영 작가는 “이제야 아이들이 놀기 시작했다. 이런 활동이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틀을 깬 방식의 교육과 놀이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생각하는 청개구리’ 활동이 마무리되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지난 3년 활동을 갈무리해보니 ‘놀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 작업자들과 어린이들이 했던 시도는 테크닉을 익히거나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닌, 그저 예술로 ‘잘 놀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놀 거리가 사라지고, 뛰어 놀 시공간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놀이의 즐거움과 감각을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놀이에 대한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회복되기를 바랐습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