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열린 달시장은 2014년 마지막 달시장이었습니다. 말주변이 없는 달시장 기획팀은 그간 달시장 축제마당을 가장 많이 빛내 주었던 부부 인디 뮤지션 ‘복태와 한군’에게 피날레 공연을 부탁하면서 염치불구 달시장을 마무리지어달라는 중책도 떠넘겼습니다. 그들의 잔잔한 노래와 함께했던 이야기로 그간 감사했으며 다음에 또 뵙기를 청한다는 인사말을 대신합니다.
안녕하세요. 부부 인디 뮤지션 복태와 한군입니다. 저희가 올해 달시장 축제마당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되었는데요, 달시장 기획팀에서 직접 나서기엔 말주변이 없다며 마무리하는 토크까지 부탁을 해오셔서 이렇게 저희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달시장 분들이 저희에게 마지막 노래와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하신 건 저희가 이 곳 달시장에서 일도 하고, 저희 아이들을 데리고 와 놀고, 또 노래도 하는 대표적인 달시장 마을 주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달시장이 열리게 된 건 올해가 4년째인데, 원래는 영등포 지역 사회적기업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저도 사회적기업 창업에 참여했기에 기억이 나요. 첫 달시장에 한군과 함께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팔러 나오기도 했고요. 그땐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지금은 두 아이까지 함께 달시장에 나오고 있으니 말이죠.
해가 거듭되면서 달시장은 사회적기업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그룹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다채로워지게 되었죠. 달시장은 사실, 좀 이상한 시장이죠. 물건값이 그닥 싸다고도 할 수 없고, 또 기껏 산다고 예쁘게 포장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특별한 건, 저녁끼니 좀 해결하려고 했더니 일회용기는 못 쓴다고 젓가락이랑 컵이랑 그릇이랑 돈 주고 빌리라고 합니다. 게다가 주차도 안 되는 이 영등포 구석 시장을 왜 다들 찾아주실까요?
아마도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마주 보며 사연이 깃든 물건을 사고 팔면서, 또 직접 손으로 만들거나 이웃과 바꾸거나 하면서, 간단히 돈 주고 새 것 사는 것과는 다른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답답한 아파트, 뻔한 놀이터 대신 오랜만에 또래들과 마을놀이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기쁜 일이죠.
달시장은 마트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사람이 느껴지는 시장입니다. 몰랐던 이웃과 곁을 트고, 익숙한 가족의 다른 면을 새삼 발견하는 곳이죠.
올해는 아예 ‘함께 일하고, 놀고, 나누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으로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일들을 집중 소개했다고 하네요.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나요? 우산 고쳐주는 할아버지도 어김없이 나오셨고, 늘 맛있는 떡볶이를 선보이는 요리 대안학교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햇빛 건조기를 만드는 적정기술 센터 분들도 있고, 영등포 지역 사회적기업 분들도 많이 나오셨어요. 건강을 체크해 주는 의료생협 분들도 계시고, 마을놀이마당에는 이모나 삼촌처럼 우리 아이들과 뛰노는 청년 놀이활동가도 있죠.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을의 모든 주민이 다 한 몫 하는 곳, 일터이자 배움터, 놀이터가 바로 달시장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부담없이 아이들과 함께 공연하러 나오기도 했고요.
2014년 마지막 달시장, 10월 달시장의 슬로건은 “기억을 간직하고, 다음을 약속하다”입니다. 올해 네 번의 달시장에서 우리 모두 함께한 일, 시간을 회상하고, 또 내년에 만날 약속을 미리 하는 장이죠. 달시장 곳곳에서 쌓인 기억을 함께 떠올리며 어느덧 만들어진 우리 마을을 되돌아보는 자리입니다.
기억과 약속. 이미 많은 분들이 오늘 마련된 달시장 이야기벽에 많은 사연을 남겨 주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정리해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달시장은 지난 3년간 5월부터 시작했던 전례를 깨고 6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첫 장을 열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 가슴 아픈 일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한 일들을 준비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것 같지 않은데, 황망하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이 그런 재난이나 위기 속에서 힘들어 할 때면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저절로 힘이 빠집니다. 달시장은 이런 세상 속에서도 함께 모여 수다 떨고, 나눠 먹고, 신나게 놀고, 열심히 일하고픈 사람들을 위해 열립니다.
달시장은 내년에도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주차장 공터에 꿈결같이 생겼다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 네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겠죠. 이것이 어떤 번화가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값지고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아쉽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우리의 마을입니다.
마을장터 달시장. 올해는 저희 노래 ‘푸른 말’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합니다. 오늘 이후 다시 긴 겨울이 올 텐데요, 우리가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봄에 여전한 얼굴로 만나기 위해 일하고, 배우고, 또 신나게 놀면서 보낸다면 나쁜 일 하나 없이 잘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기원합니다.
그때까지, 공식적인 달시장은 잠시 문을 닫고 내년 봄을 준비하려 합니다. 올해 12월이 가기 전 서로 얼굴을 보는 마을 주민파티가 있을 예정이라니 저희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여러분, 1년 동안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복태와 한군이었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