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토요일. 느즈막히 휴일 한때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웃거립니다. 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이고, 옆에는 대형 할인마트가 있는 전형적인 도심 공간 한켠에 나무와 예쁜 프린트의 천, 깃발이 휘날리는 워크숍 부스며 활동공간 등이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여기서 아이들이 놀 수 있나’ 싶은 공간에 생겨나는 도심 속 놀이마을, 바로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움직이는 창의놀이터’ 현장입니다.
하자센터와 한국암웨이가 지난 2012년부터 함께 펼쳐온 어린이 창의교육사업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지역 기반의 마을놀이터 프로젝트인 ‘움직이는 창의놀이터’를 올해 분당과 서울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 첫 회가 바로 6월 21일 분당 암웨이브랜드센터 앞에서 열렸습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개인 차원의 성공을 강조하는 기존 창의교육의 틀을 넘어서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창의’라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목공, 영상, 음악, 디자인 등 문화예술작업자와 함께하는 공동창작 형태의 다양한 어린이 창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울, 경기 일대 지역아동복지센터 어린이들에게 맞춤 지원해 왔으며 이 성과를 일반 어린이들을 비롯한 대중과 나누기 위해 2012년에는 문화예술 워크숍과 공동 놀이 활동 등이 결합된 축제 형태의 행사인 ‘창의페스타’를 선보여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13년부터 론칭한 프로젝트가 바로 ‘움직이는 창의놀이터’입니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는 영등포구청 주최, 하자센터 주관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7월 혹서기 휴장) 열렸던 ‘영등포 달시장’의 메인 섹션 중 하나인 ‘체험골목’ 전체를 맡아 매회 4백여 명의 어린이들로 북적이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분당 암웨이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총 2회 행사 역시 매회 4백여 명 이상의 지역 어린이들이 다양한 워크숍과 손작업, 놀이 활동 등을 즐기고 돌아갔습니다.
지난해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4년 ‘움직이는 창의놀이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실험을 시도합니다. 문화예술 워크숍, 손작업, 놀이활동 등 기존의 프로그램 콘텐츠도 선보이되 일상에 녹아드는 ‘도심 속의 마을 놀이터’라는 콘셉트를 강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철봉에 미끄럼틀, 그네… 틀에 찍어낸 듯 똑같은 플라스틱 놀이시설이 휑하게 서있고, 서로 말도 섞지 않는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기 없이 돌아다니다가 서로 툭닥거리기 일쑤인, 불신과 경계심만 가득한 기존 놀이터를 창의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올해 분당 암웨이브랜드센터에서 2회(6월, 8월), 서울 영등포 달시장에서 5회(6,7,8,9,10월) 진행됩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가 지향하는 마을 놀이터는 손으로, 몸으로, 맘으로 함께 어울리고 노는 축제입니다.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작업자, 엄마, 아빠, 동네 어른,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워크숍과 손작업, 무엇보다 단체놀이를 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이 모든 사람들을 소개하고, 엮어주는 중심은 가장 나이어린 마을 주민인 어린이. 어린이를 매개로 문화예술, 다세대, 마을이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생기 넘치는 현장을 위해 ‘움직이는 창의놀이터’에는 새로운 그룹이 투입됩니다. 바로 마을의 팔팔한 젊은 구성원이자 어린이들이 가장 잘 따르는 삼촌, 이모 또래인 20대 청년 놀이활동가. 이들은 어린이와 함께 놀고, 쭈뼛거리는 어른들도 불러 모아 단체놀이를 진행합니다. 옛날 마을 공터에서 무리지어 놀 때 감초 역할을 했던 ‘깍두기’인 셈이죠. 지난 5월 놀이 및 어린이 교육, 사회적 일에 관심이 있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첫 모임을 가진 이래 매주 만나 다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놀이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준비해습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은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어울려서 ‘잘 노는’ 것. 그들 역시 입시 교육을 거치면서 놀 줄 모르는 어른들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퇴화되었던 ‘놀이 감수성’을 키우며 이들은 오랜만에 분당에서 마음껏 어린이들과 뛰어놀았답니다.
‘움직이는 창의놀이터’는 도심 속 놀이터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재활용 재료 등을 주로 쓰는 것이 특징입니다. 목장갑으로 말 만들기, 버려진 목재로 평화의 목걸이 만들기, 이면지 종이로 노트 만들기 등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손놀이 워크숍들이 준비되었습니다. 분변토, 황토, 씨앗을 섞은 씨앗 쿠키 만들기, 물레를 돌려 만든 흙공 던지면서 놀기, 흙과 모래 등을 이용해 내가 사는 마을 모습 만들기 등 무뎌졌던 생태 감성을 되살리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자센터 흙공방 작업자들이 함께한 물레 체험도 희망자들이 줄을 이었답니다.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참여해 모형의상, 양말인형을 함께 만들어보는 부스도 쉴 틈이 없었고요. 특히나 성인들을 위한 워크숍으로는 한복 고름으로 비단 팔찌 만들기와 면 생리대 만들기가 준비되었는데, 아빠들이 열심히 바느질해서 면 생리대를 만드는 모습이 이채로왔습니다. 성별을 뛰어넘는 훈훈한 광경이었죠.
한 주 뒤인 6월 27일(금)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에는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움직이는 창의놀이터’가 구현되었습니다. 영등포구청 주최, 하자센터 주관의 마을장터 ‘영등포 달시장’이 그 현장입니다. 2011년 시작된 이래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영등포 달시장’은 매회 유동인구가 3천명을 상회할 만큼 많은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아예 ‘함께 일하고, 놀고, 나누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마을 개념을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다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문화를 지향하는 ‘생각하는 청개구리’와도 딱 떨어지는 파트너인 셈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체험골목’에서 올해는 ‘마을놀이마당’으로 섹션 명을 바꾸고 다세대가 만나는 마을놀이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마을놀이터는 그야말로 ‘움직입니다’. 모두가 함께 웃고, 뛰고, 뒹굴었던 한 때가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놀이가 돈을 주고 소비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버린 지금, 놀이를 일상과 삶, 마을 속에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공부와 일에 찌들어 노는 법조차 잊어버렸던 모든 이들이 어린이를 중심으로 모여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고, 몸을 쓰며 즐거워하는 마을놀이터. 삶을 함께하는 가족, 공간을 나눠 쓰는 이웃의 소중함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움직이는 창의놀이터’의 새로운 시도를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