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방, 자전거공방에 이은 하자의 3번째 공방으로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흙공방이 드디어 탄생했습니다. 흙공방은 공간 기획부터 가구 제작 등 탄생의 전 과정에 걸쳐 하자 마을 내 여러 사람의 손과 힘이 모아졌답니다. 약 3개월의 제작과정을 거쳐 오픈 기념행사에 이르기까지, 흙공방의 탄생기를 자세히 들려드립니다.
봄을 맞아 새롭게 하자마을의 공방으로 오픈한 흙공방은 모두의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흙놀이터로,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흙을 만지고 밟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생활기술의 일부로 텃밭을 위한 수통, 씨앗과 화초를 위한 화기, 마을 잔치를 위한 접시를 만드는 마을의 공방이기도 합니다.
흙공방 공간 꾸미기는 2월부터 시작되어 약 33일 동안 진행되었는데요, 벽에 노랑 페인트칠을 하는 것부터 공방에 어울리는 의자를 만들기 위해 다리에 지끈 감기, 가구 만들기, 황토 나르고 바르기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하자 주민들의 힘을 보태서 완성했습니다.
흙공방 안에는 어떤 공간들이 있을까요? 흙공방 구석구석에는 공간별로 예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정을 붙이고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먼저, 흙공방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두껍아 두껍아’는 맨발로 들어가 앉고 뛰어놀 수 있는 황토 놀이터입니다. 황토 알갱이를 체로 쳐서 고운 입자로 만들어볼 수도 있고, 소꿉놀이 그릇들을 가지고 놀이를 할 수도 있는 공간입니다. 코너에 벽돌을 쌓고 그 위에 황토를 발라 앉을 공간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붙이는 작업은 공방 장인인 가비와 작업자들 몇몇이 먼저 함께 했고, 황토를 옮겨와 채우는 작업은 수요일의 허브 핸즈 아워(Hands Hour: 마을의 일감을 나누는 작은 생산 활동의 시간)에서 여러 주민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옆의 ‘둥글게 둥글게’는 작은 테라코타 조각들이 꿰어진 지끈을 쥐고 어린이들이 맨발로 진흙밟기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옆에 자리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는 네모틀마다 조약돌, 부숴진 자기, 자갈, 모래, 흙 등을 채워, 맨발로 밟아보면서 각각 다른 형태의 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나무틀은 허브의 수요일마다 목공작업을 하는 ‘살리고 살리고’ 팀원들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졌습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의 ‘흙물 & 맑은 물’ 공간은 흙놀이 후에 손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도록 마련되었습니다. 세면대의 타일이 멋스러운데요, 이것 역시 깨어진 그릇과 거울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붙여 만든 작품이랍니다. 흙물의 가라앉은 흙은 다시 재사용하고, 위의 맑은 물은 화단에 물을 줍니다.
지난 3월 29일 하자마을 입촌잔치에 맞춰 오픈한 흙공방은 잔치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입촌식에 오시는 하자의 지혜로운 어르신, 현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크리킨디 촛불 스탠드’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촛불을 넣어 조명으로 쓸 수 있는 스탠드는 하자의 상징, 크리킨디가 앉아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가마 안의 상황은 사람의 통제를 넘어서는 영역이기 때문에, 모두들 크리킨디 촛불 스탠드가 깨지지 않고 무사히 나와주길 기원했습니다. 결과는 모두의 염원대로 대성공이었고, 선물로 드리고 남은 몇 개가 흙공방과 하자 곳곳에도 잘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입촌잔치가 끝나고 한 숨 돌린 오후 4시부터 열린 오프닝은 하자 흙공방 장인인 가비의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시작도 전에 어린이들은 이미 흙공방 곳곳에서 양말을 벗고 흙놀이에 몰입하고 있었죠. 물레 돌리기와 그릇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도 진행되었습니다. 하자마을 주민들과 방문해주신 손님들로 흙공방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하자작업장학교 중등과정에서 공부하는 마늘이 오픈을 축하하는 가야금 연주도 해주었습니다. 가비가 초대한 그룹 ‘크리미 라운지’의 축하공연도 이어져,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축제가 되었답니다.
마을의 공방이자 어린이, 청소년들의 놀이터인 흙공방에 놀러오세요. 4월부터는 식물을 담을 테라코타 화분을 만들어 볼 참입니다. 흙을 만지고 밟으며 몸과 마음, 영혼의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