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마을의 가장 젊은 주민들, 바로 작업장학교 중등과정의 재학생들입니다. 올해 3월 하자작업장학교에 중등과정이 개설되면서 입학한 여섯 명의 학생들이 지난 6월 28일, 첫 학기 수업 결과를 발표하는 쇼하자를 열었습니다. 네트워크 실험 교실로서 이번 학기 목공, 자전거, 인문학 수업 등에 공동으로 참여한 산어린이학교 중등과정 학생들도 함께였습니다. 학기 중 보았던 영화 <뷰티풀 그린>과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웰컴 투 너구리학교'라는 제목을 지은 이번 쇼하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시죠?
중등과정의 쇼하자는 오전에 인문학 수업의 마지막 시간을 공개수업으로 열고, 점심 후에 이어서 나머지 수업들의 전시와 결과발표를 하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등과정 선배들과 산어린이학교 친구들, 그리고 마을의 젊은 주민들을 격려하며 지켜봐주는 어른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하여 따뜻하고 소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어요.
이번 학기 인문학 수업은 ‘우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라는 책을 함께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때로는 나치의 인종차별이라는 역사 속 문제에 대해, 때로는 ‘친구와의 우정에 조건이란 있는가’를 가지고 토론을 하면서 공부했지요. 그리고 종종 인문학 선생님인 지우개가 가져와주시는 수수께끼 수학문제를 풀기도 하고, 그 동안 배운 것들을 되새겨 보는 ‘수학능력시험’을 즐겁게 치르기도 했습니다. 공개수업으로 연 마지막 시간에는 좀 더 쉽게 번역된 플라톤의 <메논>을 읽으며, 배움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에 이어진 쇼하자에서는 산어린이학교와 공동수업으로 진행된 목공, 자전거, 미술 수업의 전시와 발표가 있었고, 작업장학교 중등과정이 참여한 글로비시 수업과 생태수업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중등과정이 ‘실과교실’을 지향하는 만큼 자전거와 목공 수업결과가 눈에 띄었는데요. 첫 학기, ‘자전거와 친해지기’가 목표였던 자전거 수업 발표에서는 라이딩과 기초 정비, 수신호 및 안전수칙 등을 배우며 자전거와 한껏 친해진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시작하려는 하자마을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를 만들어 발표하고, 쇼하자를 보러온 사람들 중 지원자를 불러 직접 타이어 펑크 수리를 시연하기도 했지요.
목공 수업 발표는 이번 학기 첫 시간에 직접 나무를 줍고 깎아서 만든 나무 목걸이부터 크리킨디 새 만들기, 연필꽂이, 장식용 액자, 경첩을 이용한 사진 액자 등을 순서대로 발표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공구들만 스무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흡수한 중등과정의 성장속도가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는 협동작업으로 멋진 안락의자를 만들어, 쇼하자를 보러온 손님들이 직접 앉아볼 수도 있었어요. 다음 학기에는 목공으로 하자 공간 곳곳을 돌보고 가꾸는 중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하니 기대해주세요.
글로비시는 학생들이 정한 이번 학기의 키워드 10가지를 토대로 짧은 연극을 만들어 발표했고, 미술수업은 자화상 그리기부터 밖으로 나가 나와 연결된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이용해 그려온 작품들을 전시했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주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된 뒤 버려지는 지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가 마시는 물은 어떻게 구름에서 강을 거쳐 우리 집 수도꼭지로 흘러들고 또 다시 강으로 가는지, 물의 순환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던 생태수업. 생태수업에서는 또 한 가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으로 중등과정 학생들 서로가 서로의 동네를 탐방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너구리 분포지역’이라는 제목으로 중등과정 너구리들이 각자 어떤 지역과 환경 속에서 살고 있고, 서로가 친구의 동네를 찾아가보면서 친구에 대해서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지 발표했습니다.
쇼하자 제목인 <웰컴 투 너구리 학교>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라는 영화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게 된 것인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너구리들은 “실수도 저지르고, 문제도 일으키지만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숲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춤과 노래, 놀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마치 그 모습이 자신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구리 학교’라는 별명을 지었지요.
그리고 영화 <뷰티풀 그린>에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진화보다는 ‘퇴화’에 가까운 생태주의적 삶을 사는 ‘진화된’ 외계인들이 나오는데, 우리도 이제 막 이런 행성에 발을 들인 사람들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중등과정을 ‘너구리 행성’의 ‘너구리 학교’라고 불러보았습니다.
‘우정’과 ‘협동’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출발한 작업장학교 중등과정의 첫 학기. 춤과 노래, 놀이를 좋아하고 실수도 문제도 일으키지만, 서로 도우며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려는 ‘너구리들’의 우정과 협동의 씨앗이 이제 막 생겨난 게 아닐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