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나눔부엌’이라는 장소를 상상해보자. 동네마다 주민자치회관이나 동사무소가 있고 그곳에 직원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에만 사용하는 그 공공공간을 주민들에게 개방한다고 생각해보자. 독점이 아닌 공유의 원리를 삶 속에서 뿌리내려 보자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 4월 23일자 [조한혜정 칼럼] ‘동네 나눔부엌에서 시작하는 세상’에서
하자 나눔부엌은 센터장인 조한의 글처럼 하자 공간을 마을 사람들에게 열어놓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평소 하자센터를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 하자의 자공공 정신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세 끼 모두 밖에서 사먹거나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은 흔해졌지만 사람끼리의 정담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오늘 콩나물무침이 정말 맛있게 되었네! 옆집 옥진이네 좀 갖다 주고 와라!”,
“엄마가 좀 늦게 오신다니까 오늘은 아줌마네 집에서 저녁 먹자!”
이런 정다운 기억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되었지요. 특히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소비하는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밥을 해서 같이 나누어 먹는 풍습은 더욱 먼 이야기 같습니다.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젖먹이 아기 엄마가 오면 엄마의 식사시간 동안 아기를 돌볼 것이다. 방과 후에 마을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나 딱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동네 부엌에서 밥을 먹고 정이 가는 동네 형과 언니들에게 숙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까? 냉장고에 가득 쌓인 식자재만 보면 골머리가 아프다는 골드미스는 유통기간이 끝나기 전에 식재료를 가져다줄 곳이 생겨 행복해질 것이고 옥상 텃밭에 남아도는 파와 상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아저씨도 기꺼이 단골이 될 것이다.”
- <한겨레신문> 4월 23일자 [조한혜정 칼럼] ‘동네 나눔부엌에서 시작하는 세상’에서
머리로는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부엌을 개방하고 삼삼오오 반찬 한 가지씩 갖고 나오면 어느 새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집니다. 이제 반찬 한 접시를 나누는 마음으로 나눔부엌을 가볍게 시작합니다. 식탁에서 나누는 마음으로 밥도 먹고 즐거운 정담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자연히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하나 둘씩 자꾸 영글어 가게 됩니다. 공동육아, 방과후 학교, 시니어 인생학교 등 마을 사업이 생겨납니다. 내가 쉽게 보탤 수 있는 작은 마음이 모두를 따뜻하게 덮어 줄 넓은 조각보 이불이 되어 마을 인심이 만들어 지겠지요. 인심을 나누는 공간이 하나씩 늘어나다 보면 행복한 마을이 되겠지요. 아, 벌써부터 마을 곳곳에서 나눔부엌이 생겨나고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