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부터 10월까지(7월 혹서기 휴장) 한 달에 한 번 하자 앞마당에 펼쳐지기 시작한 달시장이 벌써 3주년을 맞았습니다. 첫 개장은 오는 5월 31일! 올해도 ‘세상의 달빛 아래 열린 마을장터, 달시장’이라는 메인 슬로건과 함께 지역 주민과 예술가, 사회적기업가 들이 함께 모여 비우고, 나누는 마을장터로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영등포 달시장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장터입니다. 여기서 마을주민이라 하면 영등포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곳을 근거지로 장사를 하거나 기업 활동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을 모두 포함합니다. 어린이, 주부 등 인근에 살고 있는 영등포 주민은 물론 예술가, 사회적기업가, 청년 창업자 등 모두가 달시장에 한데 모여 어울리면서 서로의 것을 나누고 채우는 축제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달시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신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터이자, 벼룩시장에서 직접 중고 물건을 팔며 경제감각을 키우고, 일회용 컵 대신 자기 컵을 이용하고 힘들여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보며 대체에너지에 대해 배워보는 학습터이기도 했습니다. 주부들에게는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시장이었고, 이중에서 솜씨가 뛰어난 이들은 직접 아트마켓과 먹거리장터에서 활약을 펼치기도 했죠. 평소 일에 씨름하던 가장들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아트마켓에 나온 작가들의 작품도 둘러보고 공연도 감상하며 메말랐던 감성을 충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달시장은 사회적경제의 장입니다. 사회적기업가에게는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이 되었고,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청년 등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는 동료나 선배 사회적기업가들과 만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3주년을 맞은 달시장은 어느덧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 삶에 필요한 일들, 해야 할 일들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올해의 달시장은 지난 2년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합니다. 올해에는 달시장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부스들에 ‘골목’이라는 개념을 더해 이들 모두가 달시장이라는 마을을 구성한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달시장은 모두 네 개의 큰 골목과 두 개의 너른 마당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아트마켓 등 수공예를 기반으로 한 장터와 워크숍으로 구성되는 ‘솜씨골목’, 벼룩시장과 물물교환 등 공유경제의 가치를 실현해보는 ‘나눔골목’, 생산자협동조합과 도시농부들, 귀농생활자들이 정성껏 길러낸 건강한 먹거리가 판매되는 오가닉마켓과 나눠먹는 즐거움이 가득한 먹거리장터가 있는 ‘먹자골목’,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선보이는 ‘체험골목’에 매달의 주제별로 진행되는 ‘주제마당’에 특별행사에 각종 공연, 작년에 이어 돌아온 시장 미디어 ‘달디오’까지 포진한 ‘축제마당’! 올해 달시장은 ‘한 달에 한 번, 달빛 아래 생겨나는 마을’답게 구석구석 재미있는 골목들이 모여 북적이는 마을로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첫 달시장이 열리는 5월의 테마로 우선 ‘협동(coop)’을 잡았습니다. 파는 사람 정해져 있고, 누구는 와서 지갑만 열면 되는 여느 시장이 아닌 까닭입니다. 달시장은 누구나 팔고, 사고, 발표하고, 같이 일할 사람도 구하는 체험형 시장입니다. 키운 지 3년째, 아직은 여럿이 소중히 가꿔야 할 사회적경제의 어린 나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5월 첫 달시장은 ‘협동’에 맞춰 문화예술, 도시농업, 주거, 적정기술, 공동육아 등 생활 곳곳에서 착안해 결성된 협동조합들을 초대합니다. 다섯 명이 넘어야 할 수 있는 협동 줄넘기, 서로 재주를 보태 공동 작업을 완성시키는 협동 워크숍도 구상 중입니다. 하긴 달시장 자체가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꾸려가는 장이니 ‘협동’을 강조하는 것도 새삼스럽습니다. 영등포구청 주최, 하자센터 주관으로 손발을 맞춘 것이 벌써 3년째이고, 지난해부터 함께한 청년 창업팀 ‘방물단’은 이제 대안장터 기획이라면 우선 섭외될 만큼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5월의 마지막 날 저녁 5시, 거짓말처럼 하자 앞마당에 생겨날 달시장 마을, 이제 당신이 주민으로 오실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