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3일 오후 3시 하자센터 본관 999클럽에서는 여섯 번째 이 시대 교육포럼이 열립니다. 후쿠시마에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으로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시라이 선생을 모시고 ‘피난의 권리’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밀양 송전탑 싸움에 힘을 쏟고 계신 이계삼 선생도 함께합니다.
불의 문명의 정점을 찍은 핵에너지. 그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 인류. 핵에너지는 인류 문명의 근간이고, 인류문명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핵에너지는 우리 자신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불의 진화는 인류는 물론 지구의 운명까지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쓰리마일,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 사고까지. 이제 인류는 불을 ‘이용’하고 있다는 큰 착각으로부터의 각성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꺼지지 않는 불, 핵에너지는 ‘이용’의 범위(human scale)를 넘어서 버렸습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과 결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피난의 권리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지난 이 시대 교육포럼 5의 주제이기도 했던 이 피난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뒤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의 ‘난민’ 기간 이후 그들은 갈 곳이 없었고 할 일이 없었고 살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후쿠시마로 되돌아가는 선택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는 집, 고향 후쿠시마는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을 들어내고 옮길 수는 없습니다.
후쿠시마는 이제 방사능의 오염원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후쿠시마로부터 떠날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오랫동안 편안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피난을 도우며 우리는 우리 자신과 미래 후손과 지구의 생명들을 담보로 현대 인류의 편리를 도모했음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지속가능성과 평화와 공존을 말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피난의 권리에는 또 하나의 얘기가 더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시라이 선생은 중증장애인입니다. 중증장애인들은 사고가 났을 때 재빨리 피난을 가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만든 문명과 권력을 지키고자 우리는 인류의 존엄을 훼손하기 시작합니다. ‘인권’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합니다. 방사능 때문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중과 언론은 ‘장애인’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고 그러면서 실제 장애인들의 삶은 너무나 어려워졌습니다. 바다며, 산이며, 동물과 식물들이 훼손되고 파괴된 후쿠시마에서 장애인들의 삶도 잠식되어갔습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을 전락시키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피난의 권리’는 인류를 포함한 생명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이며, 존재 자체의 존엄에 대한 훼손이고 전락입니다. ‘보상금이 아니라 이곳에서 죽고 싶다는 것’이라는 밀양 어르신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견고해 보이는 현실의 안정된 삶이 가장 약한 고리에서부터 무너져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후쿠시마의 시라이 선생으로부터 이 ‘존엄’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