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 신관에 자리잡은 ‘하자 허브(haja hub)’는 사람들의 좋은 기운과 다양한 자원, 아이디어들이 공유되는 곳입니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사회에서 살아남는 개인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연결해내는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돌봄과 상생의 방식으로 일하고 만나가는 실험실이죠. 포럼, 워크숍,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허브에서 6월 중 모집을 거쳐 7월 한 달간 ‘하자허브 여름학교’가 열립니다.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며 창의적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자 하는 청년들과 함께할 이 특별한 학교에 대해 타락이 소개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읽기위해 보고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전력이 어디에서 생산되고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혹시 여러분이 서울에 살고 있다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40% 가량이 수도권에서 소비되고, 서울은 서울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1%도 직접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서울의 에너지소비가 지역에 미치는 환경 부담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시나요?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2014년까지 원전 1기에 해당하는 전력소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탄소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핵발전소 사고, 핵폐기물의 위험이 큰 핵 발전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핵발전소 1기를 줄이려면 서울시민들이 평소 사용하던 전력 소비량의 13% 정도를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태양과 물과 바람을 이용한 깨끗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린다면, 이런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텐데요. 서울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시민들이 태양빛으로 전력을 자가 생산할 수 있게 간단한 발전기 제작법을 배포한다거나, 집집마다 따로 TV를 켜지 않고 동네 사랑방에 삼삼오오 모여 노는 공동체 모임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본다거나 거리의 시멘트 바닥을 들어내고 나무를 가득 심어 여름철 도시 기온을 떨어뜨려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교통체증을 줄이고 자전거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대안,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청년들의 주거자립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고민하는 일, 커뮤니티 붕괴가 심각한 쪽방촌 독거노인들의 건강 환경 개선 및 커뮤니티 재생을 위한 대안 만들기는 어떤가요?
하자허브 여름학교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현실적이고 응용 가능한 변화를 제안한다는 목표로, 리서치, 브fp인스토밍부터 아이디어 발견, 구체화, 프리젠테이션까지, 프로젝트 전 기획 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덴마크의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 양성 학교 ‘카오스필로츠’의 졸업생인 메테가 여러분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며, 프로젝트 기획, 건축과 도시계획, 환경과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학습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입니다. 아래 메테가 소개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나보세요.
이윤주(타락, 허브팀)
하자허브 여름학교 프로그램은 덴마크의 혁신학교 ‘카오스필로츠(Kaospilo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혼돈을 여행하는 비행사’라는 의미의 카오스필로츠는 지식이 일방적으로 흡수되기 쉬운 학교 시스템 대신, 이론을 실제로 연습하며 배울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식이 되기도 하고, 졸업 후 일터에 들어가 일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 잘 하는 방법,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새롭게 학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7월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여름학교 프로그램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발견(Discovery)-꿈(Dream)-디자인(Design)-결과(Destiny)가 한 주에 한 단계씩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각 단계의 첫 글자를 따서 ‘4D 모델’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조직의 변화나 커뮤니티 만들기를 위해 자주 사용되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모델입니다. 변화를 만들기 위한 대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아주 긍정적인 접근방식이지요.
첫 번째 주, 발견(Discovery) 단계에선 1박 2일간 도심을 벗어나 ‘스터디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여름학교에 들어온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함께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것이지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영감들을 찾기 위해 리서치를 시작합니다. 나-지역-국가-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해줄 특강들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메테와 제이미가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도구로서, 창의적인 비주얼 언어 사용법을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알려줍니다.
둘째 주, 꿈(Dream) 단계에는 실질적인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유용한 워크숍들이 열립니다.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비전을 만드는 워크숍, 사회의 흐름을 읽는 ‘Trend-spotting’과 액션 리서치 워크숍 등이 진행될 예정이지요. 무엇보다 이 단계에서는 여름학교의 주제에 깊숙이 접근해 들어가야 합니다. 서울을 지속가능하게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주제들 중 어떤 것을 골라 팀 프로젝트로 가져갈 것인지 결정하고, 팀 프로젝트의 목표와 비전을 수립해야합니다.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거나, 도시농업 공간을 늘려 로컬푸드 생산을 높인다거나 교통 혼잡을 줄이고 자전거 문화를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보는 것들이 가능하겠지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지요. 우리는 문헌조사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아니라, 색다른 방법으로 직접 몸을 움직이며 도시를 탐험해볼 것입니다. ‘싸움 공간’, ‘집중 공간’, ‘편안한 공간’을 나누어 행동하며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배우는 워크숍도 진행이 되지요. 이런 실험적인 학습이 여러분의 몸에 기억되고, 이후로도 계속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셋째 주, 디자인(Design) 단계에서는 도시계획과 건축에 관련해 활동하는 전문가를 만나 워크숍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전 단계에서 팀별로 주제를 정해 비전을 수립했다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각 팀이 진행하고 있는 도시계획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겠지요. 디자인 스튜디오, 피드백 방법론, 협의와 소통의 기술, 프리젠테이션 기술에 대한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점차적으로 팀 프로젝트 결과 발표 쇼하자를 준비합니다.
마지막, 결과(Destiny) 단계에선 팀 프로젝트 결과 발표 쇼하자를 위한 준비에 집중할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각 팀별로 선택한 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워크숍과 리서치를 거치며 새롭게 구상한 팀별 제안을 개념과 시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줄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어떤 제목을 붙이고, 누구를 초대해, 어떻게 소개할지, 모두 여름학교 참가자들이 직접 정하고 기획할 것입니다. 참가자들의 제안이 상상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적인 차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쇼하자를 열어 널리 알리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로를 만들고자 합니다.
쇼하자 이후에는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평가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참가자들이 여름학교를 마치며 얻을 수 있길 바라는 것들 중 하나는 이러한 ‘사고방식’입니다. 함께 학습하고,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이것이 잘 굴러가는지, 아니라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실험해보면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사고방식’과 실제로 그런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론’을 체득하는 것 말이지요. 하자허브 여름학교는 20-2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스무 명의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