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자의 봄을 열었던 ‘꽃씨파티’가 하자작업장학교의 도시농업 프로젝트 ‘현미 네 홉’에 맞추어, ‘시농(始農)’잔치로 그 이름을 바꾸고, 옥상농원과 앞마당의 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작년에 갈무리 해 둔 씨앗을 나누며, 맛있는 음식과 여흥이 있는 흥겨운 잔치로 올해 하자마을의 농사 시작을 알렸습니다. 따뜻한 봄볕 속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잔치의 현장으로 두부가 안내합니다.
원래, ‘시농’이라는 말은 ‘농사 시작’을 일컫는 말로, 예부터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농부들은 농사를 관장하는 농신(農神)에게 농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시농제(始農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럼 ‘시농’잔치의 현장을 다양한 의미의 ‘시’와 함께 되짚어 볼까요?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은 28% 내외, 이중에 쌀이 차지하는 비중 20%를 제외하면 기타 곡물과 채소류의 자급율은 8%에 지나지 않습니다. 식량 안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식량 이동에 따른 식품의 신선도와 안정성, 그리고 이동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미치는 환경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자작업장학교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하자마을의 도시농업 프로젝트는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하여, 하자센터와 같은 공공건물의 자투리 땅을 조금은 자조, 자립이 가능한 텃밭으로 만드는 실험입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와 강화도의 농부님들께서 도움을 주고 계시고, 채소와 벼와 같은 작물 재배, 지렁이와 흙을 만지는 방법 등 기초부터 시작해서 액비와 퇴비를 만드는 등 잡초와 빗물과 햇빛과 마을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되는 실험을 꿈꾸며 차근차근 시작하고 있습니다.
잔치 시작과 함께, 하자마을 주민들은 옥상농원과 마당으로 흩어져 각종 채소와 감자, 나무, 꽃씨를 심었습니다. 옥상 농원에서는 경험 많은 농사 선생님의 강의와 시범에 따라, 각 채소마다 적당한 간격과 공간을 확보해주며 제법 농부다운 티를 내기도 하고, 하자 마당의 텃밭에서는 매년 주민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안겨 주었던 채소와 나무들을 심으면서, 올해도 그 기쁨을 함께 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잔치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는 없지요.
이번 ‘시농’잔치에는 진달래 화전과 오미자 화면(꽃국수)을 준비했습니다. 화전은 그동안 꽃씨파티에서도 매번 준비하던 단골 음식이었지만, 화면은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거의 처음 보는 음식이었답니다. 하루 전날 곱게 우린 오미자 국물에 꿀을 넣어 시원하게 준비한 뒤에, 녹두 국수를 말아먹는 꽃국수는 화창했던 이날 날씨만큼이나 사람들의 입과 마음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힘겨운 노동일수록 쉬엄쉬엄,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이번 ‘시농’잔치에는 하자 마을주민들의 음악과 공연이 함께 했습니다. 유유자적살롱 청소년 밴드 공연 뒤에 이어진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커다란 순무’ 공연은 하자마을 주민들이 직접 배우가 되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센터장 전군은 즉석에서 할머니로 변신하여 잔치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에게 봄볕보다 따뜻한 웃음을 선사해 주었답니다.
마지막 순서는 하자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기원제였습니다. 비나리와 매화타령이 잔치의 흥을 돋우고, 하자마을의 어른이신 김정헌 선생님께서 풍년을 기원하는 덕담을 전해 주시면서, 2012년 ‘시농’잔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 하자마을의 텃밭은 흙과 풀이 가진 생명의 힘을 알고, 이것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첫 출발을 알렸던 ‘시농’잔치, 하자와 마을 사람들 모두의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며 민요 ‘비나리’의 마지막 부분으로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