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의 앞마당과 운동장이 없어지면서 지난 해 5월, 햇빛과 바람만 오가던 본관 옥상에 텃밭과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오래된 기왓장을 걷어내고, 상자 화분에 여기저기서 주워온 항아리며 의자들을 놓아 옥상농원을 단장했다. 사라져가는 녹지공간을 내부로 옮겨와 확장시켰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한 수많은 학교와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텃밭과 관련한 많은 시도와 상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하겠다.
실제로 지난 연말부터 학교, 기업, 민간단체 등에서 텃밭 조성이나 디자인, 연계 프로그램 등에 대해 다양한 문의와 제의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새삼 텃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나 열의가 엄청난 기세로 높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도시 텃밭 혹은 도시농업이라 하면 건강이나 삶의 질, 환경의 회복이라는 의지를 담아 관심을 가지고 조성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 간의 만남의 장으로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센터 내의 옥상농원팀도 일터에서 ‘텃밭’이라는 사람들 간의 또 다른 공통분모를 통해 생겨난 자발적 모임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한 텃밭교실 프로그램, 텃밭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나누는 세미나,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로 즐기는 샐러드 파티와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김장파티 등 각종 행사,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 등 텃밭을 무대로 한 다양한 만남과 상상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텃밭이 단순히 농사를 짓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터·배움터·모임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배워간다.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은 함께 농사도 짓고, 상자텃밭도 만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옥상농원에서 방울토마토나 오이 같은 농작물을 키우고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오이왕자'가 무당벌레나 꽃, 지렁이 같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가사를 담은 창작곡을 만들기도 했다. 옷 만들기에 관심이 있던 친구들끼리는 손수 천연염색 한복을 지어보기도 했다. 수확한 채소로 직접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센터 내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경험도 했다.
최근의 도시 환경은 일상적인 놀이 공간들이 점차 없어지고, 자연을 접할 기회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도시의 텃밭은 자연과 생명을 접한다는 측면 외에도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워크숍을 하고, 예술표현도 하면서 다양한 학습과 놀이가 이루어질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이다. 도시 환경, 학교 환경 속에서 이런 점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텃밭을 만들고, 다양한 시도들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