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소년창의서밋은 이제 네 번째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8년 예비 창의서밋을 시작으로 2009년 제 1회 창의서밋, 그리고 2010년 제 2회 창의서밋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성, 위기의 삶을 만나다', '지속가능한 창의성' 등의 의제 설정을 통해 우리는 창의성과 삶이 만날 수 있고 창의성과 시대의 과제들이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해 탐색해 왔습니다.
하자센터는 이 과정에서 공동의 과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공동의 미래를 모색하고 서로의 꿈을 연결시킬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이란 개인의 성공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공동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 발견과 해결 의지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창의서밋의 인연을 이어가면서 지속적인 상호 교류와 파트너쉽을 구체화해 왔습니다. 홍콩의 창의력 학교와의 지속적인 교류, 덴마크의 카오스필로츠와의 인적 교류, 일본의 사회적기업들과의 파트너쉽에 기반한 공동사업,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 행사 논의 등은 이제 창의서밋을 계기로 시작된 국제적인 연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또한 하자센터는 교육, 청소년, 청년, 지역, 사회적 비즈니스 등의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삶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모색을 지지하고 그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하자센터 신관에 위치한 '하자창의허브'는 바로 이러한 교류와 협력의 상징적 장소입니다.
하자센터는 창의서밋의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과 단체들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2011년 제 3회 창의서밋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을 문제 발견과 해결 의지로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2. 삶의 총체적 위기
삶의 위기는 이제 우리들의 실존적 조건입니다. 90년대 문화와 소비의 시대, 2000년대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시대를 거쳐 이제 위기는 양극화의 단계를 넘어 전사회구성원을 취약계층화하고 삶을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미래는 희망과 꿈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 사회구성원이 불안에 사로잡혀 공동의 미래를 상상하지 못합니다. 개인들은 표류하고 있고 열정은 소멸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회는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면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경제의 양적 팽창과 소비 확대를 가져 왔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삶의 제반 영역들에서 새로운 문제들의 누적과 적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상황에 개입해야만 합니다.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 개입하는 모험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하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다른 불안을 감내하고 무릅써야 하는 인간 실천의 숙명처럼,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길에 기꺼이 동행하는 모험을 시작해야 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려고 하는 것은 근대적인 충동입니다. 지금 놓여진 현장에 해결해야 할 상황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상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다 예측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의지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단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주어진 목적지로 출발하는 기차에 타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달리고 있는 열차에 올라타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2011 창의서밋은 <문제해결과 액션>이라는 주제로 마련됩니다. 주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장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 개입적인 행동을 워크숍을 통해 도출해보려고 합니다.
3. 현장과 주체의 문제
최근 창의성에 대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좋은 프로그램과 수많은 강의들을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학교 사례를 찾고 가장 좋은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찾아 다닙니다. 하지만 이런 소비행위가 자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의미는 최소화됩니다. 마치 요리를 못하는 미식가를 양산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작년 창의서밋에서 카오스필로츠의 설립자인 우피 엘벡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한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그는 청소년을 위해 존재하는 교육기관을 만들려고 하는 자신의 결단 속에서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창의적 발상과 혁신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좀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들과 주체들이 바로 창의적 혁신의 원천입니다. '현장'은 바로 모든 위험을 스스로 감당하면서 주체가 개입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현장은 주어진 틀을 넘어서려는 삶의 근본적인 노력을 상징합니다. 자기 현장 속에서 주체들은 사회가 강요하는 특정한 불안에 고정되지 않기 위해 인간의 창의적 실천과 행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현장은 항상 구체적이고 복합적입니다. 현장에는 항상 대립되거나 상반되는 의견들이 있고 서로 다른 기질과 취향들이 섞여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믿기 쉽습니다. 아니면 이 상태를 넘어서려는 근본적인 노력 대신 막연한 두려움이나 막연한 희망을 품게 됩니다.
2011 창의서밋은 이러한 현장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노력을 워크숍이라는 형태를 통해 풀어내보려 합니다. 공동의 문제를 공유하는 일, 공동의 해결 과제를 도출하는 일, 공동의 행동 계획을 작성하는 일 등이 이번 워크숍에서 마련됩니다. 현장의 문제를 도출해서 해결 과제로 구체화하는 일은 창의적 도약이 현장에서 어떻게 가능한지 현장의 주체들이 서로 확인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4. 새로운 협력을 제안합니다
하자센터는 2011년 창의서밋을 준비하면서 모색의 시간에서 실천의 시간으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하자센터는 자기 현장을 가진 주체들이 모여 문제를 공유하고 그 다음의 행동을 구체화하는 워킹그룹을 만들어내는 매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2011 창의서밋은 자기 현장을 가진 개인 및 단체들과의 공동 기획을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모색해보려고 하는 청소년, 학교 현장을 개선해보려고 하는 교사,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는 분들, 문화와 예술 영역에서 자신의 삶을 전개해보려고 하는 청년들, 청년 세대의 문제를 풀어내려고 하는 당사자들, 지역에서 희망의 근거를 일구는 활동가, 새로운 사회적 모색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자,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선택하고 실천하고 계신 분들과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자센터의 창의서밋 사무국은 새로운 실천 과제를 고민하는 분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의 방법론을 개발하고 워크숍의 형태를 공동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또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와 참여 행사들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공동의 낙관주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개인과 단체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