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자 뉴미디어 인턴 산다화입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기후위기가 어떤 감정과 감각을 주는지, 어떻게 기후우울에 빠지지 않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며 살아내고 있는지 각자의 이야기를 모아 전하고자 합니다. 기후위기 관련 작업을 해온 하자 출신의 예술가, 혹은 관련 활동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청소년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하자센터에서 재활용 악기를 이용한 음악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예술가 솔가입니다. 솔가는 제게 인상깊게 남아있는 ‘재난의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준 분이고, 음악가로서 자연과 깊이 연결된 노래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기에 첫 번째로 솔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1. 소개를 부탁드려요! 요즘은 어떤 일들을 주로 하고 계시는지, 솔가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자연과 사람에 깃든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솔가입니다. 본업은 음악가이지만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하고, 음악을 매개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평화네트워크 그룹 ‘이매진피스’에서 공정여행, 평화여행을 함께 하며 평화도서관 프로젝트부터 여러 나라의 예술가와 활동가들을 만나 교류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조금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최근엔 건강 문제로 시작했던 ‘수영’에 빠져 지내고 있어요. 물공포증을 극복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물 속에서 부유하는 상태, 자유로워지는 순간에 푹 빠져있어요.
2. 하자센터에서 ‘노리단’으로 활동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노리단은 어떤 단체였는지, 그리고 하자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하자와는 2007년 노리단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관계 맺게 되었어요. 노리단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 재활용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며 음악을 통한 소통을 만들어내는 음악 퍼포먼스 그룹이었죠. ‘두드리는 모든 것이 악기가 된다’라는 노리단의 모토는 단순히 ‘몸을 두드려’ 음악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넘어서, 몸을 깨워내고 자신이 가진 소리와 울림을 만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의 철학을 담아냈어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삶의 전환을 경험하고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했지요.
노리단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음악’을 매개로 한 예술교육의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문턱을 낮춘 예술, 복잡하지 않지만 음악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최초 모티브가 되어주기도 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를 짓고 부르도록 하는 음악 교육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는 늘 날씨를 통해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23년에 "솔가, 노래의 24계절"이라는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절기’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요. 기후위기로 인해 너무 이른 봄, 짧은 봄을 지나 빠른 무더위 등을 만나면서 몸으로 이상기후를 체감했어요.
‘생태보전시민모임’이라는 단체와 생태예술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숲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조금 더 생생해졌어요. 절기 별로 피어야 할 꽃들이 너무 빠르게, 동시에 피어버려서 벌들이 혼란을 겪고, 꽃이 한번에 지고 나면 벌들이 먹을 꿀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인간에게 꽃이 피고 지는 일은 그저 한철 꽃구경하는 정도로만 감각되지만, 서로 연결된 동식물 생태계 안에서는 더 큰 위기가 되어가고 있단 걸 알게 되었지요. 그 밖에도 제주 바다 속의 온도가 상승하여 해초가 녹아서 사라지고, 해초가 사라지니 전복과 소라는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도 실감합니다. 생태계가 얼마나 빠른속도로 변하고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 느끼고 있어요.
4. “재난의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품은 작업들을 해나가시는 것이 인상깊었어요. 이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2013년 필리핀에 큰 태풍과 지진이 왔을 때, 이매진피스와 관계 맺고 평화여행을 준비하던 필리핀 예술가 Rosalie zerrudo와 함께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큰 재난과 위기가 닥쳐왔을 때 과연 예술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 앞에 당면했죠. 그 당시엔 필리핀 평화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놀이터와 학교를 만들어주고 예술치료를 함께 했고, 무너진 마을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오브제를 만드는 예술 작업을 함께 했어요.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논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슬픔에 대한 위로와 연대를 하며 계속해서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2019년 제가 총괄감독으로 진행한 ‘아시아 문화다양성 포럼’에서도 재난의 시기에도 뿌리를 내리고 예술을 통해 자신의 공동체와 사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예술가들을 초대해 포럼위크를 진행했어요.
올해는 “Song of hop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무엇인가?’를 나누며 위기의 시대에 예술가들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논하는 국제예술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기후위기 시대는 절대 희망적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논해야 하는 것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그를 향해 움직이고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에요.
5. 음악 작업 외에도 다양한 예술교육과 프로젝트를 해나가고 계신데, 기후위기나 환경 문제를 담아낸 프로젝트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최대한 연대할 수 있는 곳에서 연대공연을 하고 있고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과 협업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어요. 음악작업에 그런 생각들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는데 지난 해엔 본격적으로 "솔가, 노래의 24계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절기’를 통해 계절을 감각하고 어떻게 대안을 모색할것인지를 공연을 통해 풀어내는 여정을 거쳤어요.
앞서 언급한 생태예술프로젝트는‘고덕생태수변공원’에서 미술가 3명과 음악가 2명이 모여 진행했어요. ‘생태로 연결된 존재들의 순례길’이라는 주제로 공원으로만 인식되었던 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과 우리가 연결되었음을 감각하며 걸을 수 있는 생태순례길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미술조형물, 소리 작업들을 했고 저는 숲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는 같이 걸어요>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6. 노래의 24계절 프로젝트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조금 더 자세히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 살면서 계절을 감각하고 태양과 땅의 시간을 이해하며 세상과 더불어 사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땅을 밟고 바다에 몸을 맡기지 않는 한, 계절의 흐름을 읽고 자연에 기대에 살고 있는 '나'를 인식할 수 있을까.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뿐 아니라 조금 더 마음을 위로 하고 쓸모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노래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개인 프로젝트에서 확장되어 음악가들과 함께 "요란한 고사리"라는 팀을 구성해 ‘생생생 : 생태, 생활, 생음악’ 이라는 릴레이 토크콘서트를 기획했어요. 난개발과 자연에 대한 그림과 글을 쓰는 작가, 제주의 해양생태계를 조사&연구하는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의 활동가들, 광주에서 기후위기행동을 하는 청년들, 채식요리 연구가들을 초대해서 함께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솔가, 노래의 24계절"은 삶과 노래의 흐름을 계절의 순환과 생태적 걸음에 맞추어 걸어보려는 노력이었어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호미 대신 기타를, 그물 대신 노래를 엮고, 세상의 일들과 잇고, 닿지 않는 곳까지 관계의 노래를 건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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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후위기 앞에 절망하게 되는 순간,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있을까요?
Song of hope 프로젝트를 통해 친구들을 인터뷰 했는데, 그 중 홍콩의 한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요. 코로나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만날 수 없었을 때조차도 우리는 온라인으로 만나 춤을 추고 요리하며 함께 대화했고, 서로를 위로하며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고. 희망은 그렇게 어떻게든 우리 안에 존재했다고 말하더군요.
최근에 읽었던 책중에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라는 책이 있었어요. 그 책에 ‘이제 나와 다른 사람들, 세상을 나와 다른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가 지구 살리기의 핵심 과제다. 이는 과학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고 행동을 장려하느냐 하는 문제다.’ 라는 문장이 나와요. 공존에 대한 감각을 느끼는 것과 공감을 통한 연대, 연결과 행동들이 여전히 ‘희망’을 믿게 하는 일들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희망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8.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함께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하자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오래 전 하자센터의 첫 인상은 ‘차갑다’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웃음). 아마도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시간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지금 드네요. 어쩌면 하자가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중요한 성장의 플랫폼이 되고 또 다른 연결의 매개가 되어 주는 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느슨한 연결’의 모습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지구를 사랑하는 일도 어쩌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나에 대해 귀 기울이는 일, 나와의 깊은 대화가 멈추지 않아야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외부에 너무 많은 미디어와 정보들이 넘쳐나잖아요. 온전히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는 일도 지구를 돌보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하자러들도 공감과 연대, 참여와 활동을 해나가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꼭 사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