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2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중 일부를 구독자분들과 나눕니다.
한바탕 비가 내린 후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 차츰 어두운 밤이 길어지고 공기가 차가워질 거예요. 오래도록 기다렸던 가을의 한복판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무더웠던 여름을 돌이켜 봅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이었네요. 지난했던 계절임에도 끝은 언제나 아쉬워요.
10월, 가을 지나간 여름을 마음껏 그리워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떤 여름’이라는 글감을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흐르는 땀과 숨 막히는 더위에 마지막 안녕을 보내며.
- 하자글방 죽돌 물고기
퇴근 길, 정오의 무더움은 한 풀 꺾였지만 아직 남은 공기는 뜨겁다.
아무것도 없는 어깨를 누르는 더위.
하루가 길었던 만큼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발걸음을 바라본다.
그러다 시야 끝에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열매가 보인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진 복숭아.
멋대로 찢겨진 박스 위에는 굳은살이 박힌 손이 슥슥 썼을 듯한 투박한 글씨가 쓰여있다.
몽땅 삼천원.
7시가 지나 마감 세일을 하는 청과 가게에는 하루 온종일 뜨거운 햇볕 아래 놓여져 지친 과일들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