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게 더웠던 날들에 대해 지난여름, 

이라고 쓰고 밀어버리고 싶지만 피부에 느껴지는 온도는 아직 여름이다. 아직 여름인 구월 중순… 모든 게 그대로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구월 중순.

두 달 만에 학교에 갔더니 개인 사물함에 나도 모르던 생태계가 생겨있었다. 쿰쿰한 냄새가 풍길 때부터 불길하더라니. 문을 열자마자 새끼손톱만 한 나방들이 날아오르고 색연필 틴케이스 위에 쌓인 허연 먼지는 사실 먼지가 아니라 진짜 조그맣고 꾸물거리는, 하여간 뭔가 생명을 갖고 자유의지를 가진 것들이었다. 

왜… 나한테 왜… 멀쩡한 사물함에 왜… 

하도 기가 막혀서 소리를 지를 마음도 안 들었다. 그저 숨을 꾹 참고 원한 적 없는 생명체들을 손으로 쓱쓱 쓸어 넘긴다. 다음 수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챙기고 눈을 꾹 감고 사물함 문을 닫아버린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서는 친구들에게 사물함에 벌레가 생긴 이야기로 장난을 걸었다. 진짜 웃기지 않냐?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속에서 열이 나는 듯한 구월의 더위를 느끼며 계속 사물함 속의 벌레에 대해 생각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방학 직전 쓰레기장에서 주운 파이프는 왕창 넣어놓기는 했다. 다음 작업에 쓸만할 것 같아서 그랬다. 그렇지만 왜… 그거 깨끗하게 씻어서 넣었는데. 사실 학교 뒷산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넣어두기도 했다. 큰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연장하기 위해서 사용했고 그걸 버리려다가 진이 빠져 그대로 뚝뚝 꺾어 사물함에 넣고 잊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왜 … 사실 지난 학기 퍼포먼스 작업 때문에 지하실 먼지를 쓸었던 장갑을 고대로 사물함에 넣어두기도 했었다. 그건… 전시할 때 필요할 듯하여 저지른 일이었다. 그래도… 걔네가 어떻게 두 달간 안 죽고… 사실 … 지난 학기에 수확한 완두콩을 서너 알 정도 사물함에 넣어 놓기도 했다. 어쩐지…. 완두콩이 두 알로 줄어있고 초록 가루들이 사물함 바닥에 … 아 … 온통 나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내가 그랬다. 온통 내가 한 것들이 두 달간 무럭무럭 자라 나에게 복수를 안겨주는 것이다. 

삶이 연속선상에 있다는 사실은 왜 이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유일하게 그 감각을 끊어주던 계절의 변화가 없는 구월이라서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