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4년 여섯 번째 하고 싶은 일-기는 초고 쓰기 워크숍을 통해 하자를 만났고 늘 움직이는 사람, 하루하루 차곡차곡 나아가고 있는 사람, 지윤의 기록입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만 20세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지윤입니다. 저는 '계속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정말 실제로 움직이기도 하고요, 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멈추어 있지 않고 싶고, 움직이고 있으면 움직여질 것 같고요. 저는 이렇게 하루하루 차곡차곡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윤의 To do list
한 일
1. 온/오프라인 모임 참여하기
2. 미술관에서 일해보기
3. 기록의 힘을 믿기
하고 싶은 일
1. 이야기 들으러 다니기
2. 시/소설 창작 수업 들어보기
3. 교환학생
4. 혼자 여행
5. 학교 졸업
6. 돈 모아서 동물의 숲 구매하기
7. 먼 곳으로 오랜 여행을 다녀오기(호주, 유럽, 미국… 세상은 넓다!)
8. 대외 활동, 동아리 활동하기
9. 언어 공부하기
10. 여러 사람을 만나기
해야 할 일
1. 건강한 몸과 마음 가지기
2. 꾸준히 기록하기(글, 사진, 영상)
3. 용기 내 도전하기
4. 차곡차곡 돈 모으기 + 언젠가 경제적 자립하기
5. 내 진심을 귀 기울여 듣기
6.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
7. 계속해서 생각하기
8. 하고 싶은 일을 하기
- 하자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올해 4월에 <초고 쓰기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 여러 프로그램 중 초고 쓰기 워크숍에 참여한 계기가 있을까요?
혼자서도 글을 쓰지만 혼자 작업 하는 게 무섭고 엄두가 안 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혼자서는 쓰기보다는 읽는 편이었어요. 혼자 영영 쓰지 못할 것 같아서 함께 쓰는 자리가 필요했죠. 혼자이면서 함께인 자리요.
워크숍에 와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글을 쓰는 일이 처음이니까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또 피드백도 받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분위기도 도란도란하고 좋았고요. 아쉬웠던 게 있다면 단기 프로그램이라 좋은 시간이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쉬웠어요. 중장기 프로그램은 시간 조정이 어려워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일정이 맞으면 꼭 또 올 거예요.
✔ To do list : 여러 사람 만나기
완전 I(내향인)인데, 사람을 만날수록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어요. 잘하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고여 있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많이 배우게 되고요. 제가 나누어 주기도 하고.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좋아요.
- 취미나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독서를 좋아해요. 글을 읽다가 좋으면 그걸 쓴 사람이 궁금해지거든요. 이 글은 어떤 마음으로 썼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썼지? 하면서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북토크 같은 행사를 찾아서요. 문학은 다 좋아하고요. 이전에는 소설이나 수필을 더 좋아했는데 요즘은 시를 많이 읽어요. 시는 읽고 바로 이해되는 장르가 아니니까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만 발견해도 성공한 읽기라고 생각해요. 함축성이 있어서 짧은 문장이어도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니 소설과 시의 문장이 있다면 시의 문장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오거든요.
- 최근 읽은 작품 중에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요?
안희연 시인의 <호두에게>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이유는 시의 화자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사소한 일에 쉽게 좌절하고 무너져서 내면이 단단한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어요. 호두 같은 사람들이요. 남에게 어떤 위로도 구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하나의 자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호두의 단단함과 인내심을 닮고 싶어요. 호두는 손에 꽉 쥐고 있어도 단단해서 그 모양이 변하지 않는데, 저는 너무 물렁물렁해서 조금만 힘을 주면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나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항상 마음속으로 호두를 떠올려요. 저처럼 마음이 무르신 분들이나, 단단해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시를 적극 추천해요. 모두가 호두처럼 단단하고 강한 마음을 갖게 될 그날까지!
✔ To do list : 용기 내 도전하기
저는 겁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어려워해요. 하자에 오는 것도 꽤 용기가 필요했어요.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요. 근데 그런 생각에 휩싸여 있기만 하면 제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그냥 가서 해보자!' 하고 오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현재 저에게는 용기 내어 도전하는 게 가장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 지윤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건강 : 얼마 전 아주 아팠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육체적인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건강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진심 :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진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자신의 진심도 똑바로 마주하려고 하고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지?’ 이런 거요. 진심을 마주해야 자기표현도 정확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 믿고 싶지 않아서 회피하기보다는 사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나의 단점 같은 것들이요.
✔ To do list : 내 진심을 귀 기울여 듣기
진심을 남에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스스로 깨닫는 것도 힘들고 어려우니까. 꼭 제 진심을 귀 기울여서 듣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을 하자센터에서 처음 입 밖으로 얘기해 봤어요. 마음 속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거든요. 초고 쓰기 워크숍에 계신 분들은 다 같은 마음일 테니까 용기를 내게 되었죠.
- 요즘 하는 고민이 있다면요?
미래에 뭘 하면서 살지. 뭘 해 먹고 살지? 이런 거요. 즐김과 동시에 한편으로 '아, 어떡하지' 이런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제 또래 모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사는 것 같아요. 재밌게 놀다 가도 ‘아 근데.. 우리 어떡하지..’ 이런 거요.
- 10대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까요?
어렸을 때는 직업이라는 단어 자체에 꽂혔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아, 그래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했다면 지금은 명사에서 동사로 바뀐 것 같아요. ‘~ 선생님 되어야겠다’의 ‘~(어떤)’ 에 집중하게 돼요.
✔ To do list : 하고 싶은 것 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 끝인 줄 알았어요. 제가 본 어른들이 모두 그러했고요. 대학에 와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꼭 취직하는 게 답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도 저만의 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그게 제가 될 것 같아요.
✔ To do list : 미술관에서 일해보기
이건 얼마 전 여름방학에 경험해 봤어요. 관람객으로 와서 보는 것과 관리하는 일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또 작품도 유심히 볼 수 있고, 관람객도 관찰하고요. 관람객 중 한 분이 수고 많다고 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했고, 감동이었어요. 저렇게 타인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요. 세상이 좀 따뜻해지면 좋겠어요.
- 가까운 미래 혹은 남은 올해에 계획한 게 있다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망설임 없이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앞으로의 4개월 동안 얼마나 재미있는 일들이 제 앞에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구체화한 목표는 12월에 있을 일본어 시험 준비를 잘해서 통과하는 것이에요. 시험을 통과한다면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배워보고 싶어요. 그리고 <서울 국제 작가 축제>라는 행사의 함께 읽기 챌린지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그 업무들을 잘 해내는 것도 목표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겨울을 잘 즐기고 싶어요. 남쪽 지방에서 자라서 눈을 많이 못 보고 자랐는데, 서울에서 지내게 되고 난 후 매년 겨울이 오는 게 설레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지금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또래들이 궁금해요.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사람,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는 사람 등등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에게는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낙서하듯 한편씩 채워 가다 보면 언젠가 완성된 우리로 만날 것만 같아요. 저를 포함한 또래들의 미래가 기대되고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