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4년 다섯 번째 하고 싶은 일-기는 음악작업장을 통해 하자를 만났고 귓가엔 매일 음악이 흐르고 노래로 자신을 표현해 나가는 권지수(서울)의 기록입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공간 민들레라는 대안학교에 재학 중이고요. 만 19살입니다. 책 작업, 스크랩, 음악 등 좋아하는 일들이 너무 많지만, 특히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소개하고 싶어요. ‘음악이 흐르는 삶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권지수(서울)입니다.’
서울의 To do list
공간민들레 다니기(과제 잘 해갈 것!)
하자 음악작업장 다니기
일본어 배우기
안전지대 곡 만들기
보컬 연습하기
책 만들기_원고 수정, 표지 제작
안전지대 합주
음반 내기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기
민들레 인턴십 하기
일본 여행가기!
기타 연습
피아노 연습
화성학/작곡 배우기
인디자인, 포토샵 배우기
- 서울은 어떻게 하자에 처음 오게 되었나요?
22년도에 동경했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하자 음악작업장에 참여한다고 해서 따라왔는데요, 막상 와보니 재미가 없어서 2주 만에 둘 다 나갔어요.
- (웃음) 지금은 2024년인데 재미없어서 나간 곳에 다시 와 계시네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하자를 나간 뒤에 혼자 음악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재미보다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하자에 오면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웃음) 지금은 재미를 찾으셨나요? 역시나 큰 재미는 없어요. 연습하고, 작업하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작년이었다면 중간에 도망갔을지도 모르는데 공간민들레 선생님과 무엇이든 끝까지 해보자 약속한 것도 있고, 저도 그 약속에 동의했고요. 끝까지 완주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되었고 또 해내고 난 후의 성취에 대한 기대도 생겼어요. 그런 마음으로 하다 보니 올해 음악작업장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아서요, 앞으로도 기대되어요.
-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 무엇이 그토록 재미가 없던가요?
후멍(음악작업장 판돌)이요. (더 크게 웃음) 특별히 어떤 점이 재미가 없던가요? 웃음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후멍은 22년에도 24년에도 저와 웃음 코드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오래 보고, 자세히 보니 매력을 발견했어요.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있듯이요. 무엇보다 음악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고, 못 다루시는 악기도 없어요.
✔ To do list : 하자 음악 작업장 다니기
하자 음악 작업장 다니기는 To do list의 다른 항목들과도 연결된 것인데요. 보컬 연습하기, 음반 내기,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기, 곡 만들기, 악기 연습 등등이요. 여지없이 음악 활동이 저의 출발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하자 음악작업장은 저의 음악 활동의 기반이고요.
- 그렇다면 서울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우선 말이 많아요. 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자기표현 하는 것, 주장도 강한 편이고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아요. 저를 위해 깊게 슬퍼하고 크게 기뻐하곤 해요. 그리고 순진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잘 휩쓸리고, 잘 믿고, 잘 상처받아요.
-나는 어떻게 생각되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능력 있는 사람이요. 그래서 실제로도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역량을 쌓아 나가려고 해요.
✔ To do list : 화성학, 작곡, 인디자인, 포토샵, 일본어 배우기
10대 때 너무 놀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는데요. 지금의 저를 보니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결국은 저도 모르게 무언가 쌓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놀기만 한 것 같았지만,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이렇게 많아요.
- 나의 삶에 중요한 것 세 가지와 각각의 이유를 알려주세요.
첫 번째는 당연히 노래요. 음악은 제 삶의 일부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 노래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상상이요. 저는 상상으로 사는 것 같아요. 내가 만약에- 로 시작되는 상상들이요. 주로 긍정적인 상상이고 현실적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 속에서는 이루어 나가면서 위안을 얻어요. 그러다 보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노력도 함께요. 세 번째는 사람이에요. 저는 외로움을 많이 느껴서 꼭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깊은 관계를 추구하고요. 절대 무인도에서는 못 살아요!
✔ To do list : 음반 내기
음반을 발매하는 건 해보고 싶은데 아직 못해본 일이에요. 반드시 하고 싶고요. 연습만 열심히 하면 낼 수 있는 것이면 좋겠는데 제작비도 벌어야 하니까요. 같이 밴드 하는 친구들이 일과 연습을 병행하다 보니 뚝딱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을까요?
내 미래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아요.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고, 해줄 수도 없고요. 게다가 저는 겁이 많아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것들도 많아요. 결국 고민하다 놓쳐버리는 것들이 또 고민이 되어서 쌓이죠.
- 서울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과거(10대)와 현재의 진로 고민이 비슷한가요?
비슷하긴 한데요. 10대 때는 오로지 음악만 해서 돈 벌어서 먹고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올해 처음 알바를 해보면서 경제적인 개념도 어렴풋이 생기고요.
- 가까운 미래에 계획이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우선 지금 당장은 현재 하는 일들(공간민들레 다니는 것, 음반 작업)을 끝까지 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엔 스*벅*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 꼭 스*벅*인 이유가 있을까요?
바리스타로 시작해도 제한을 두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고 하고 또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고 해서요. 정확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다기보다는, 저의 성장에 한계를 두지 않는 환경과 평등한 관계가 저에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죽지 않고, 알바하고 살아도 죽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길이 많다는 것.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니까요. 여유롭게는 살 수 없겠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여유롭게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는 한 가지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