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2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중 일부를 구독자분들과 나눕니다.
8월의 글감은 ‘나만의 유별난 구석’ 입니다. 주변 인물의 유별남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일요일 오전에는 무조건 만화책을 읽으러 가야하는 제 친구 A가 생각이 납니다. A는 일요일 오전에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그 어떤 변수도 생기지 않게 토요일 저녁까지 해야하는 모든 일을 다 끝내고 경건하게 일요일을 맞이합니다. 만두피를 하나하나 밀어 직접 만두를 쪄먹는 친구 B도 생각나네요. 유별난 구석들이 모여서 하나의 존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요. 언제 어디서나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일관적인 성질은 곧 차이라는 책 속의 문장도 떠오릅니다. 유별남에 대해 자유롭게 해석해주세요. 그 유별남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고민하는 글, 유별났기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 혹은 유별나다는 말에 대해 재정의해보는 것도 재밌겠어요.
- 하자글방 죽돌 단
또 다른 유별남이 필요하다
‘잘한다’, ‘감각적이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구독하는 걸 좋아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상의 순간에서 그저 지나칠 법한 순간을 잘 포착한다. 커피잔 사이를 통과하는 태양의 반짝임, 오래되어 바래진 간판에서 투박한 아름다움 같은 것. 무성히도 자라는 짙은 녹색의 잡초에서 여름 내음을 맡고, 쏟아진 빗물이 질척하게 괸 물웅덩이에서도 하늘을 보는 사람들. 나는 아름다운 순간이 유독 그들 곁에 자주 머무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둔감한 부류다. 그건 아마도 부정이 나를 지배했던 시기, 아주 작은 일들도 큰 절망으로 치환되는 날들. 바닥이라 믿었던 땅도 일순간 늪으로 변해 허우적대던 몇 해를 거친 이후로 무뎌진 감각 때문일 것이다. 추억여행을 한답시고 고등학교 시절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쭉 보다 부끄러움이 솟구쳐 얼른 창을 닫았다. 당시 올린 게시물에서는 기어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당시의 내가 세상에 이토록 적대적이고 부정적이었음을 새삼스레 알아버린다.
무기력에 지는 날이 많아질수록 평범한 날도 지나치게 쉽게 최악으로 변한다. 유별나게 화가 많았던 사람은 얼얼해진 감각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행복의 감각을 상실한 삶은 자주 벅차고 괴롭다. 적막 속에 살지만 그 고요함은 걷잡을 수 없이 소란스럽다.
그렇기 때무에 나는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단순한 감각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소모되는 하루 속에서도 굳건하게 다정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그런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야지. 이제는 또 다른 유별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