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해보는 매체여서 걱정과 기대를 같이 했어요. 기술과 이론을 모두 배울 수 있었고, 기대만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하고 교류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안정감을 느꼈어요”
“VR이라는 매체를 다루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재미있었어요. 조금 더 이야기 나
누었으면 좋았겠다 싶어 살짝 아쉽지만, 또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VR이 어떤 건지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좋은 매체라는 것을 알았어요. 생각보다 재미있고 4일이 아쉬워요. 지금 배운 것들로 집에서 무언가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기를 장만해 즐겨 보고 싶네요.”
“4일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VR도 코딩도 3D도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다 처음 해보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근데 친절하게 차근차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큰 벽을 부슨 경험이에요. 그리고 이론 수업도 도움이 되었고요.
“생각보다 화질도 좋고, 퀄리티도 좋아 몰입감이 기대 보다 커서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VR을 단순히 3D 그래픽 구현으로만 생각했는데, 매체를 정할 때 왜 그 매체여야 하는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이론적으로, 기술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VR에 대해 철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고, 스스로도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모델링을 하루 종일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경험도 좋았어요. 혼자서는 이런 작업 절대 못했을 거예요. 막히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 알려주고, 다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도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했어요.”
“VR을 처음 접했어요. 3D 매체 자체가 처음인 저에게 낯선 경험이었어요. 종이로도 못하는데 이렇게 공중에 그리니 적응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즐거웠어요. 처음 올 때 툴을 하나도 모르고 날짜가 지날 때마다 버거웠지만 항상 친절하게 알려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주변에 이런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 만남이 생소한데 맞팔 한 번 해주세요 ^^”
3D 그래픽으로 가상 행성을 만들어 보고, VR을 통해 서로의 별을 여행하는 4회차 워크숍으로 8명의 청(소)년 창작자들과 지구의 물리적 현실 안에 존재할 수 없는 혹은 존재하지 않는 생태의 행성을 구현해 보았습니다. 경험 너머의 세상을 만들어 본 VR 창작물을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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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1. 단비(신다빈)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niglumen
nigrum(검은, 검은 반점)과 lūmen(빛, 생명의 빛)이 합쳐진 검은 반점처럼 매우 어둡지만, 빛이 가득한 행성이라는 뜻을 가진 행성이다.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niglumen 행성은 과거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흑색토양으로 주로 이루어져 매우 어두우며 공기가 희박해 소리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생명체는 lilumen이라는 점균은 주로 토양의 단백질을 영양분으로 삼으며 지구의 심해 속에서 서식하는 생물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투명하다. 점균처럼 포자를 생성하고 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단세포 생물이지만 색채와 빛 신호를 이용한 언어 체계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몸을 보호한다.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이곳의 생명체들은 lilumen이라는 이름처럼 빛나는 환영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것을 해부하고 연구하며 뇌가 없는 단세포 생물이며 인지능력이 없는 생명체라고 결론을 내리며 곧바로 유흥거리로 만들기 위해 개종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공기가 희박해 외부의 소리를 듣기 어렵기 때문에 lilumen의 색채를 음으로 변환해 들려주는 장치를 만들고 lilumen을 보는 악기라는 관-악기를 만든다. 관악기를 이용한 난타 공연으로 frook show(freak+look=진귀한 걸 볼 수 있는 쇼)가 이루어지고 있다. 17세기~18세기 까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구경거리로 만들었던 freak show를 부활시켜 지구 외의 생명체들을 개종을 통한 기형-기이한 구경거리로 만들며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관-음악(보는 것을 통해 즐기는 소리)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인간과 공통된 언어를 갖고 있지 않아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lilumen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고통을 드러내고 있다. 고유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존재를 그저 유희를 위한 덩어리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행성2. 서진(권서진)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ORGANET] = * Organ + Planet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인간. 정확히는 그들의 독자성, 현재는 그 개념적, 실존적 의미에 도전받고 있는 그것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생태계에서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작동한다. 강력한 사회적 본드와 지성을 기반으로 인간은 그들의 독자성을 구축하면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랐고, 그 순간부터 오롯이 모든 것을 누리기만 한 '생태계'라는 시스템의 수혜자다.
하지만 컴퓨터의 등장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것은 견고한 인류가 '생명'이라는 개념의 가장 근본적 정의조차 재구성하도록 이끌었다.
AI는 어떠한가? 수익성이 없다고 치부되어 한동안 겨울을 맞은 일개 과학기술 분야의 일종은 미래(현재)에 인류의 많은 것을 빼앗았고, 빼앗고 있다. 온전한 인간의 영역이라고 신봉되어 왔던 글쓰기, 음악, 미술마저도, 그 고귀한 '창의력'마저 Gen AI의 등장으로 의미가 빠르게 퇴색되고 있다. 인간이라는 절대자에게 대항하는 존재를 그들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것이다. 대항이 아니라 인류를 집어삼킬 포식자가 등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태계의 교란이다.
AI 자체가 인간을 본떠 만든 것이라 그럴지 몰라도 우리 둘은 참 닮았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에게서 빼앗고자 한 것도 명확했다. CPU에 연결된 인간의 신체 조직이 그 강도질의 결과다. 인류의 생물학적 멸종일지 포식자로서 지위의 소멸일지 무엇을 느끼던 당신의 몫이지만 인간들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램에 자아를 위탁하고 있다는 현실은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던지고 싶은 의문은 이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애초에 우리만 갖고 있던 무언가가 존재하긴 했을까?
나는 붉은 심장으로 상징을 심었고 나 자신과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나의 독자성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재고하기를. 이미 현재 인류가 천착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고 나 또한, 당신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약 3년 전,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가 뉴스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인간마저 사이보그화 되진 않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몸에 컴퓨터를 심어야만 사이보그가 될까?
이미 컴퓨터에 자아를 위탁하기 시작한 인간의 사이버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 결국 각 개인의 모든 판단이 한 컴퓨터의 한 서버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든다.
그런 공포감이 있기에 처음 던진 질문이 유의하다. 개인이 다수의 일부로서 치부되고, 수치화되는 이때에 나의 독자성을 찾아가는 것이 나의 실존을 넘어 시대의 강압적 파도에 대항하는 작은 물장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성3. 숨자(이수민)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충돌의 재발견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행성은 인간의 마음을 3차원 공간에 구현하고 있다. 공간에 위치한 요소는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 덩어리다.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타인과 충돌한다. 충돌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마음을 어지럽히고 때론 상처도 준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충돌을 불쾌한 감정을 주는 것,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상황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충돌은 꼭 나쁜 감정만 가져다줄까? 피해야만 하는 걸까? 충돌 후 나와 타인의 생각, 그 사이 대척점을 차분히 돌아보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기존의 사고가 부서지고 새롭게 조립되며 사고가 확장되는 기쁨을 느꼈다. 나에게 그 기쁨은 분명 충돌의 순간적인 아픔보다 컸다. 이 행성의 방문자도 충돌 후 새롭게 변한 풍경을 마주하고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며 행성을 만들었다.
행성4. 용용(강민석)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morphostellar(변화의 별)
morph(변형하다) + stellar(별) 두 단어의 합성어로 어린 시절의 내가 살면서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흙과 잔디, 돌, 나무, 생명체가 존재하는 고리형 행성이 총 5개의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첫 번째 구역은 제단 위에 보물이 있는 섬이다. 내가 본능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다. 행성에 입장하자마자 볼 수 있는 곳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또는 갖고 싶은 것이 있다. 두 번째 구역은 잘 다듬어진 곧은 길이 나 있다. 처음으로 OX 전광판이 등장하는데, 당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정할 수 있다. 이 전광판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한다. 세 번째 구역은 동굴로, 내부에는 미로가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앞으로만 가면 되었던 이전 구역과 다르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가야 한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내가 원하는 대로 가는 것이 해결 방법이 아님에 주목하자. 네 번째 구역은 가파른 산길에 구부러진 길이 나있다. 처음에 본 보물이 있는 섬을 가기 위해, 생명체의 도움에 따라 나무를 캐서 다리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전 구역들처럼 바닥이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과연 갈 수 있을까 싶은 오르막들을 잘 해결하길 바란다. 몇 개의 갈림길과 표지판, 이정표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마지막, 다섯 번째 구역은 건물이 있는 도심지다. 여기서 당신은 퀴즈를 맞혀야 한다. 모든 문제를 맞혀야만 생명체가 다리를 만들어 준다. 시험을 통과해야만 만들어주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0점을 받아보자.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어린 시절에 비해 지금 내 모습은 어떤가? 우리는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집단에 소속되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며 ‘눈치'라는 것을 보게 된다. 행성에 발을 디딘 순간, 나는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지만, 행성을 돌아다니며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나는 점점 변하게 된다.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 표지판에 써있는 말과, 이정표가 가리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 생명체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다. 행성에서 내가 한 행동이 어린 시절의 내가 변화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행동에 진심이길 바란다.
행성5. 제이(김태희)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윤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윤'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무언가로, '인간과 기술', '생물과 생태계의 경계를 나타낸 생태계이다. 행성의 외부는 인간의 캐릭터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행성의 내부는 인간의 두뇌와 비슷하지만 기계적, 자연적 요소를 결합한 모습을 하고 있다.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미지의 무언가라고 생각하시는 인물 혹은 환경이 있으신가요. 새로운 생태계를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각에 주목해 보세요.
행성6. 지니(김예진)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자각몽(Lucid Dream)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우주와 바다가 공존하는 세계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꿈을 공간으로 나타내었다.
다른 생명체는 없으며 유일한 생명체는 사람의 현상을 한 무언가이다.
공간은 물체들은 움직임 없이 멈춰있으나 이동이 가능한 열기구는 유일하게 움직인다.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이 생태계를 보고 생각나는 그 사람에게 연락해서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행성7. 태이(김태희)
Q. 행성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꿈의병실
Q. 어떤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나요?
우리의 일상에서 병원은 모든 사람에게 신체적 고통의 해방을 위한 시설이다. 차갑고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현실의 병실과 대비되는 이 행성의 병실은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로 탄생되었다.
Q. 행성을 방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오늘날 우리는 점점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실의 환자들은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 마음, '병원과 병실'이라는 시설이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지만 꿈의 병실에서 만큼은 고통 없는 세상을 경험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