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 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4년 두 번째 일-기는 지난해 오디세이학교 하자 9기를 수료하고 현재는 학교 밖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탐구해 나가고 있는 르놋의 기록입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하자에서 르놋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한비입니다. 나이는 만 17살이고요. 요즘은 글 쓰는 일이 재미있어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르놋의 To do list
내가 한 일
블로그 활성화하기
백일장/공모전에 작품 내기
사람들과 교류하기
무언가를 사랑하기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기
앞으로 해야 할 일 / 하고 싶은 일
다양한 책 읽기
음악 다시 시작하기
지나치게 자조적인 예술을 하지 않기
정당화하려 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늙지 않기
자만하지 않기
나와의 약속 지키기
낯선 곳 가보기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구분하기
방 정리하기
- 르놋의 평소 하루 일과는 어때요?
요즘은 아침 8시쯤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가 4~5시까지 글 쓰고 책을 읽어요. 저녁에는 친구들과 채팅하고 그림 그리거나 음악을 듣기도 하고요.
- 자퇴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자퇴는 어떻게 고민하게 되셨나요?
오래전부터 학교는 저랑 앙숙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의 어떤 고질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입시 위주의 교육이나 경쟁, 아니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유독 크게 다가왔어요. 그런 걸 고민하다 보니 학교가 아니라 다른 길에서 배움을 이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글을 쓰신다고 했는데요. 언제부터 쓰신 거예요?
예전부터 썼는데 재미를 붙인 건 최근이에요. 말보다 조금 더 정리된 느낌이 좋아요. 차분하게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잖아요. 그 부분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 좋더라고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굳이 굳이 맞는 말을 찾아서 언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 To do list : 백일장/공모전에 작품 내기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첫 번째로 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글을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싶어서 공모전이라는 방법을 택한 거죠. 나가서 수상은 못하더라도 이런 활동 자체에 의의를 두고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공모전은 두 번, 백일장은 한 번 가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아직 긴 글은 잘 못 쓰는데 보통 공모전 분량은 8,000자~10,000자 정도 되거든요. 어려웠는데 어떻게든 잘 해내서 되게 뿌듯해요.
글 쓰는 중, 르놋
- 좋아하는 영화나 책이 있을까요?
영화는 잘 안 보지만 책은 좀 읽어요. 소설 <구의 증명>을 쓴 최진영 작가를 좋아하고, 일본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도 좋아해요. 저는 책을 볼 때 스토리보다 문체를 중요하게 보는데요. 두 작가의 문체 모두 선명하다는 느낌이 있고 표현도 예뻐서 좋아해요. 최근에는 정영수 작가의 <내일의 연인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마음에 들어서 이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려고 해요.
- 르놋의 삶에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랑: 저는 사랑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글을 쓴다고 하면 글을 사랑해야 쓸 수 있는 거잖아요. 뭔가 시작하려면 사랑이 꼭 필요하고, 사랑은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중요한 것 같아요.
안식: 몸과 마음의 안식을 다 포함하는 건데요. 저는 오랫동안 마음의 안식이 없다가 최근에 찾게 됐어요. 근데 마음의 안식이라는 게 제가 하는 일에 영향을 많이 미치더라고요. 마음이 편할 때 일이 잘 풀리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 예술은 직접적인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감동과 생각을 전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예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고, 좋아하기 때문에 저에게 중요해요. 창작을 하면서 생기는 깊은 생각들, 철학적인 걸 생각하는 게 인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예술이 그런 걸 하게끔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어요?
제가 지나치게 자기 비하적인, 자조적인 예술을 하는 것 같아서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나는 예술을 계속하고 싶은데 사람들에게 나의 예술이 좋게 보일까? 다른 사람들은 나의 고민과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 것들이 고민돼요.
[ ]️ To do list : 지나치게 자조적인 예술을 하지 않기
오디세이학교*에서 시 수업을 들었을 때 찬스(교사)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시는 너무 지나치게 자기 비하적이면 안 된다” 고요. 그때 읽은 시가 진은영 시인의 <나는>이라는 시였거든요. 그 시가 그렇게 자기비하적이지 않으면서 나의 비참하고 안타까운 상태를 비유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하셔서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그걸 잊고 살고 있다가 최근에 갑자기 생각났는데 제가 하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오디세이학교: 서울시 고등학교 1학년 대상의 1년의 전환학년(Transition Year) 과정 운영 학교
오디세이 죽돌(청소년)들과 르놋
✔️ To do list : 사람들과 교류하기
저희 가족이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저도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피드백도 받고, 대화하고 생각 나누고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류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영감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사랑을 주고받고 같이 있고 싶은 그런 욕구가 좀 커요. 지금은 소속된 곳이 있어요? 지금은 하자라고 할 것 같아요. 친구들과 있는 채팅방도 있고요.
[ ]️ To do list : 늙지 않기
나이는 누구나 다 먹잖아요. 근데 진짜 멋진 어른은 나이가 들면서 늙는 게 아니라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들고 몸이 쇠약해지고 그런 게 아니라 세월을 거쳐서 내면이 커지고 성숙해지는 사람이요. 저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늙는 게 아니라 성장하고 싶어요.
[ ]️ To do list : 방 정리하기
이건 제 방이 너무 더러워서 썼어요. 이거 하나도 못 하는데 내가 뭘 한다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방을 정리하고 생각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내가 너무 우울한 예술을 하면 다같이 우울해지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을까?’ 질문하면서 이야기해 보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