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성인’은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단어일 것만 같았는데 성인이 되는 날이 오긴 하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성인이 아닌 것 같은 이유는 역시 만 나이 제도 때문일 걸까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통장조차 혼자서 발급할 수 없는데 성인이라니. 역시 이 괴리감에는 만 나이 제도의 죄가 아주 큽니다.
신년이 되었을 때는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하기만 했는데. 아직 안개가 잔뜩 끼인 갈림길에서 어디가 어딘지 몰라 방황하는 저에게 세상은 나아갈 방향을 요구하며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얹어줍니다. 2라는 앞자리가 가져다주는 무게가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문득 행복해지는 날이 늘어난 것은 왜일까요. 추측건대 넓어진 세상과 늘어난 자유 덕분일 것입니다.
10대의 목표가 ‘훌륭한 성인 되기’였다면 이제는 성인을 지나 어른이 되어보려 합니다. 제 삶의 목표는 어느 순간부터 ‘굿어른이 되기’로 고정됐는데 지금의 상태로는 과연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눈앞에 닥쳐온 일부터 제대로 해내야겠지요.
매년 다짐하고 목표하는 말이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적당히 미루기, 적당히 회피하기를 목표하기로 했습니다. 부디 매해 연말, 작년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구름 김수림
얼렁뚱땅하게 산 내가 성인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내가 성인이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어리고 여린 내가 성인이란 걸 맞이하기엔 너무 이른 거 같은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그랬듯 나는 ‘뭐 어쩌겠어’라는 마인드로 이 시기도 지낼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면 좀 성숙해지지 않을까 했지만 나는 여전히 세상 잘 모르는 그저 철 없는 어린이 같습니다. 근데 뭐 어쩔 수 없죠. 원래 나는 얼렁뚱땅하게 사는 사람인걸요.
항상 새해 초반에는 많은 걱정들이 뒤엉킨 시작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는 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거라 봅니다. ‘어쩌겠어 그냥 해야지’, ‘어쩌겠어 어떻게든 해내겠지’, ‘어쩌겠어 이미 내가 저질러놓은 일인 걸’이라는 이 ‘어쩌겠어’ 라는 그 마인드를 좋은 쪽으로 잘 풀어 나가는 성인이 될 예정입니다.
아직도 미성숙한 성인, 아니면 아직 법적으로만 성인인 어리숙한 나, 앞을 보며 열심히 내 속도에 맞춰 나가 보겠습니다.
더블모찌이예지
“난 어른이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거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내 꿈을 다 이룰 거야. 지금의 내 모습이 이런 건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그래”라고 말하던 게 정말로 몇 달 전인데, 저는 어른이 된 직후 생각보다 별로 달라지지도 변화한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른이 된다고 갑자기 번데기에서 나오듯이 변신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이 되기 이전의 우리가 꼭 바뀌고 변화되어야 하는 존재일까? 나는 여전히 나고, 과거의 나도 나고, 미래의 나도 나일 텐데. 지금까지 조금씩 성장해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처음이지만 새로운 내 시도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돌멩성준원
요즘은 문득, 내가 알맞게 살아가고 있는 건가 하는 불확실성이 머리를 강타합니다. 사실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살아감에 있어서 확신해 본 적은 없지만요.
또 여럿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행복을 잃은 사람에게는 투영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즐겁지만 즐겁지 않고 웃을 일이 있어도 연거푸 벅찬 나날이었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였지만 저는,
뭐든 천천히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사랑할 줄 아는,
바쁘고 벅찬 일상 속에도
시원한 찬 공기와
해 질 녘 모락모락 피운 숯불에서 불멍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세이를 다닐 때, 재은으로부터 들은 “돌멩은 꼭 좋은 어른이 될거에요”라는 말씀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재은께서 어떤 근거로 하신 말씀인지는 아직도 미지하지만, 그 말씀이 살아가며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내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에 조금 더 힘을 보태기 위해 저도 제가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나만의 지지를 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요를 작게라도 외쳐봅니다.
라코김채현
대학에 갔지만 제가 바라던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전 여전히 불안정하고 귀차니즘이 몸에 밴 사람일 뿐이더라고요. 누군가가 ‘이게 맞아’라고 하면 ‘아니? 다른 것도 있는데?’라고 매사에 반박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전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정답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전하고 행복할 것 같거든요. 그러나 야속하게도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의 답일 뿐… 전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세상의 모든 정해진 것에서 도망치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 그럴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제 알량한 자신감과 추진력은 늘 제자리에 머물게 절 길들입니다. 아아 전 한 인간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정하려고요, 전 다른 사람들과 다르면서도 같다는 것을요. 그래서 무언가를 고집하기도 주장하기도 하면서 살아갈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심기일전해서 얻어낸 고집과 주장을 나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고 싶습니다.
다들 맘껏 자기가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갑시다! 그러면서 더 많이 대화합시다! 사랑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로사리아김지우
벌써 성인이 된 지 1년 하고도 4개월을 보냈습니다. 스무 살만 해도 아직 내가 학생인 것 같고 특별하게 달라진 것도 없다는 것이 조금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 이렇게 허무하고도 그저 살아가는 대로 보내는 걸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주어진 나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고난이 찾아오면 있는 힘껏 맞고 쓰러져 자주 번아웃이 오지만, 다시 회복하려는 나의 조그마한 의지에 용기를 불어넣으며 서서히 일어섭니다.
나의 첫 성인. 첫 이십 대의 시작은 스스로 나아가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철부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지나온 십 대의 흔적을 이어 추후에 삼십 대가 되어서도 나의 이십 대가 더 이상 철부지로 불리지 않고 성장한 모습을 보기 위하여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나중에 만날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나의 이십 대는 이런 멋진 어른으로 지내기 위한 훌륭한 발판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더라도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며 지낼 것을 다짐합니다.
사루김유정
어린 시절의 저는 스무 살이 된 나는 어떤 모습일지 자주 상상했습니다. 뭐든 척척 해내는 완벽한 어른을 상상했지만, 막상 스무 살이 되고 나니 모든 게 혼란스럽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는 너무나도 멀고 불확실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딱 하나 확실한 것은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경험 삼아 나아가고, 예상하지 못한 일에 화내지 않고 웃으며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상처를 받더라도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계속해서 사랑하며,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무리 용기를 내어도 완벽한 사람은 될 수 없겠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나를 응원하며 지켜봐 주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새벽양혜원
청춘은 불완전의 순간을 엮은 한편의 책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먼지가 쌓였을 즘 발견했을 때는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저릿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의 한 장 한 장을 채워나가는 일입니다. 가능하다면 지나친 시간이 오래여도 자꾸 꺼내 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고민하고 즐기고 부딪히며 꾹꾹 채워질 이야기들을 기대하면서 내 스무 살, 이십 대를 반겨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하자에서 청개구리 작업장, 오디세이 학교에 다니며 가장 크게 남은 가치인 ‘청개구리가 청개구리로서 주변인이 주변인으로서 내가 나로서 사는 것’입니다. 어떤 페이지에서도 나의 진한 색을 가득 담아내기를 다짐합니다.
수인조수인
여러 계절이 지나고 스물이라는 초여름의 계절이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오는 스물이 제게는 조금 버겁기도, 지난 10대가 그립기도 하지만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스물은 커 보였지만, 지금의 전 그때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물이 되고부터는 많은 것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자립이라는 친구와 각종 세금, 어려움, 방황 등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세상에 적응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불안들이 시작되었어요. 그래도 이를 해결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수록 설렘이 가득한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뭔가를 시작하는 것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친구들은 하지 않는 것을 시작한 제가 대견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과 익숙한 것들이 스물이라는 어감에 설렙니다.
이런 스물의 첫 시작이 “나, 수인”으로 살아가며 나를 더 찾고 반짝일 수 있는 스물로 마무리되게 할 것을 다짐합니다.
여실장서윤
여실은 ‘여유롭고 진실하게’라는 말의 줄임이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 혹은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나보다 바삐 가는 듯한 세상이 벅찰 때 여유로운 마음을 생각했고,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비겁하게 느껴질 때 진실한 나를 상상했습니다. 그대로의 나를 떠올리는 일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제 내가 가는 길이 아무리 구불거려도 괜찮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똑바로 이어지는 길은 없다고, 그 넘실거리는 발걸음이 삶을 넉넉하게 한다고. 이 공간에 있으며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잘 사는 일이란 어떤 것인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실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여유롭게 주위를 살피고 좋은 것들에 쉽게 관대해지며, 진실하고 올곧게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어른으로 살아가 보자고 다짐합니다.
그렇게 탐구하면서 살아가기를, 스스로의 속도를 따라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기를 바랍니다.
유딩김유민
유딩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처음으로 하자에 오게 됐습니다. 학교에 진절머리가 나 있던 중학생에게 하자는 새롭고 친절한 곳이었습니다. 하자에서 배웠던 것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큰 도움이 되어 줍니다.
유딩이 대딩이 된지도 벌써 2년인데, 전 아직도 제가 여전히 어린 것 같습니다. 유딩은 어리고 미숙하다고 무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이제 유딩은 성년이 되었지만 유딩이 가지고 있는 하자에서의 추억을 다시 새기고 싶습니다. 변함없이 호기심 넘치고 활발하고 당당하길 바라며 성년을 축하합니다.
한 번 유딩은 영원한 유딩!
은조이은
사람은 나이가 아니라 지위를 따라가는 것 같다.
고삼에게 20살은 과분한 나이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 공부할 수 없어서 거의 마시지 않는다.
내 손으로 돈을 번 적도 없다.
학교에서는 아직 졸음 많은 학생이고, 집에서는 사춘기 딸이다.
가끔 스물이 실감 날 때 우울하기도 하다.
근데 뭐 어쩌겠어. 그래도 좀 재밌지 않은가?
난 동급생 중에 가장 먼저 투표했고, 교복을 입고 친구 담배를 맛본 적도 있다.
난 친구들과 다르게 무료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바로 급식! 키키키
이런 비틀림에서 나온 즐거움을 최대한 즐겨보기로 했다.
다른 스물보다 조금 어리광 피워보고, 수능 다음의 미래를 유치하게 공상해 보고, 그럼에도 동급생에게 나이로 거드름도 피워보고!
이 유치함을 유지하면서 어른스러움을 조미료처럼 추가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게
즐기고,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스물이 돼야지.
제이윤보영
근래에는 ‘졸업’을 고민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졸업의 한 뜻은 어떤 일이나 기술, 학문 따위에 통달하여 익숙해지는 일이라지요. 과연 나는 무엇에서 졸업할 수 있는지, 스무 살을 맞이한 난 무엇에서 졸업하였는지 헤아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무언가를 통달하기엔 한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어느 자리에 서있든 늘 새로움을 맞이할 터니까요. 항상 배워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살펴봐야 할 것이고요. 그럼에도 이제는 그러한 사실이 영 괜찮습니다. 그 과정 안에 머무르는 것이 곧 살아간다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늘 무언가를 알아봐 주는 일에 힘쓰며 곁에 머물러 준 많은 사람을 닮아 감각하는 법을 깨닫고, 일상에 근사한 시선을 더하는 법을 알았으며 세심하게 호명하는 법을 느끼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법을 경험하여 그렇게 파도 타는 법을 배운 덕이지요.
저는 이제 완전함보다는 온전함을 좇는 사람이 되어 스물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시절을 살아가겠습니다. 절망과 두려움을 함께 한 줌씩 덜어갔던 날들을 아무쪼록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어 무척 고맙습니다.
채린윤채린
꼬꼬마 시절 상상한 나의 스물과 직접 마주한 나의 스물은 아무래도 괴리가 있습니다.
전 그때의 상상만큼 멋있지도, 완벽하지도 않으니까요.
오히려 갑자기 많아진 낯선 상황에 쉽게 휩쓸리고 좌절하며 때론 버겁다고도 느껴집니다.
아직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의 과정을 거쳐야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될 수 있는지,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는 도대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어쩌면 당장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조차도,
알지 못해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럴 땐 저에게 다정한 세상을 알려주신 감사한 어른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그들이 나를 다정하게 보듬어주고 인내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들처럼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요.
계속해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단단해질 나를 믿으며 사랑하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존재와 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저의 이름 뜻처럼 주변 사람들을 밝게 물들이며, 그렇게 즐겁게, 나답게 살도록 다짐하겠습니다.
코니이강희
연초에 목표를 세웠다.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탈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모든 인연을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음... 이미 실패다. 건강도 조금 잃고 말았고 불행이 예상보다 빈번하며 마음가짐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다분히 과분한 이 목표를 성년의 다짐으로 설정해 보려 한다. 성년의 시작에서 이 다짐을 읽으니 왠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다짐은 꽤 낭만적이다. 이상을 좇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다짐을 품고자 한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인류애를 느끼는 순간들이 있기에 지치지 말고 꿋꿋하게 낭만을 꿈꾸련다.
나의 낭만은 유한할 것이다. 낭만은 따스한 마음에서 비롯되니 마음이 차게 식으면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다. 사실 모든 게 그러하다. 모든 건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너무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하면 조바심부터 난다. 아름다운 것이 그저 그런 것이 될까 봐. 하지만 나는 아주 잘 기억한다. 나와 널 사랑하게 된 순간, 오디세이 7기를 처음 만난 순간, 999클럽에서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불렀던 순간이 눈부시게 반짝였다는 것을. 오늘만큼은 조바심 내지 말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려 한다. 다짐을 외치는 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자. 우린 점점 멋있고 강해질 테니까!
하은서하은
미래를 떠올리면 무언가가 되어있으리라 막연히 상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상상했던 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어제와 같이 모자라고 부족한 오늘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면 수없이 작고 큰 곡절 속에 희로애락이 있었고, 그제보다 성장한 어제가 있었습니다.
성년이 되었다고 하여 한순간 뚝딱 다른 나로 변할 수는 없습니다. 어제가 지나고 오늘이 오듯 한 발짝 걷는 중일 뿐입니다. 항상 앞으로만 갈 수 없기에 때로는 뒤를 돌아보기도, 멈춰 드러눕기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나온 길을 되짚어 봤을 때는 분명 나의 자취가 어딘가로 향하는 모양새를 띄었을 것을, 예전과는 다른 곳에 서있을 나를 압니다. 그렇게 나를 믿고 지난날을 기억하며 계속해서 행복할 것을 다짐합니다.
해우허정우
제 하자 이름은 해우입니다. ‘해보는 정우’의 줄임말입니다. 이유는 어릴 때부터 항상 같은 이유로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넌 좀 재지 말고 일단 해보고 생각하라고 나중에 아 그때 할걸 하면서 후회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정말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고등학교에서는 ‘그냥 좀 해보자 일단 해보자 뒷일 생각하지 말고 해보자’ 해서 이름을 해보는 정우의 줄임말인 해우로 지었습니다. 정말 잘 지었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후로 하기 전에 재보고 포기하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또 일단 제가 행복합니다. 편하구요. 마음에 찝찝함이 생기지 않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뒷일을 생각 안 하다 보니까 후회하는 일도 좀 많았습니다. 뒷일 생각 안 하고 놀다가 지금 재수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이 정말 좋습니다.
다짐문을 쓰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고민을 해봤지만 지금까지 내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대로 살다 보니 생각나는 게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 정말 정말 행복하고 싶다.
그래서 저는 다짐합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거라고. 남이 행복한 걸 보면서 부러워하지 않고 ‘맞아 나도 행복하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