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 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4년 첫 번째 일-기는 문제없는 스튜디오에서 PD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창작자 실뱌의 기록입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성희지, 하자 이름은 실뱌입니다. 대학교 4학년이라 최근 관심사는 졸업이에요. 애니메이션과인데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요즘은 스토리보드*를 짜고, 교수님께 컨펌받고, 엎고, 컨펌받고, 엎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광고 따위를 제작할 때, 이야기의 내용을 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장면을 앞으로 완성해야 할 영상에 가장 가깝게 그림이나 사진 따위로 정리한 장면 연출 판. (네이버 국어사전)
실뱌의 To do list
1. 졸업하기
졸업작품 무사히 마무리하기
학점 다 채우기
2. 건강하기
주 3회 운동!
건강한 음식 먹기
3. 배우기
JLPT(일본어) N2 따기
4. 떠나기
일본(도쿄, 삿포로,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
홍콩, 마카오
이집트
5. 살기
조급해하지 않기
두려워하지 않기
꿈꾸기
- 실뱌는 <문제없는 스튜디오(이하 ‘문스’)>* 참가자로 하자에 처음 왔다가 지금은 문스에 필요한 일러스트,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세요?
요즘은 문스의 영상 제작 과정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재작년에는 ‘문스터즈’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브런치(글 콘텐츠 위주의 플랫폼) 채널 담당 PD도 했었는데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었어요. PD면 어떤 일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청소년이 “학교에 대한 걸 써보고 싶어요” 하면 “같이 쓸까요?” 하면서 그들의 관심사나 생각,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글로 함께 써 나가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편집하는 역할을 했어요. 그 시간 자체가 재밌고 좋았죠.
*문제없는 스튜디오: 청소년의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청소년 미디어 스튜디오.
실뱌가 제작한 문제없는 스튜디오 홍보물
- 실뱌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저는 제가 되게 특이하고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전주가 본가니까 평생 전주에 살면서 주변에 예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애니메이션 하는 친구는 더 드물었거든요. 그래서 별난 줄 알았는데 대학에 가고, 하자에도 와보니까 제가 그렇게 특이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거예요. 제 시야가 좁았다는 생각도 들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깨달아서 지금은 저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실뱌의 삶에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자유예요. 구속당하는 게 싫거든요. 최근에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작가님을 만났는데 살고 싶은 곳에 살고, 가고 싶은 데에 가고, 일하고 싶을 때 하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부러웠어요.
그다음은 행복인데요. 뭘 하든 행복한 게 중요하고, 자유로울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세 번째는 평화예요. 평생 창작하면서 살 것 같은데 저는 평화로울 때 창작할 힘이 생겨요. 그런 맥락에서 자유, 행복, 평화가 통하는 것 같네요. 전에는 삶에 고난이 있어야 창작할 소재가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편하고 행복할 때 작업이 잘 되더라고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하는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
✔️ To do list : 떠나기
여행을 좋아해요. 혼자 다니는 것도 좋고 친구나 가족이랑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최근에는 디지털 노마드에 관심이 있으니까 앞으로 어디서 살고 싶은지 둘러보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살게 된다면 여기는 살기 좋겠다, 아니면 못 살겠다 이런 시각으로 보는 거죠. 국내에서는 순천이 좋아 보였어요. 한적하고 전주(본가)랑도 가깝고, 바다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살기 좋다고 생각했어요.
실뱌의 여행 사진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을까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민돼요. 학교를 졸업한 이후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학생이 아닌 삶을 살아본 적도 없고요. 학생이 아니면 어디서 뭘 하지? 어떤 일로 돈을 벌고 살아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해요.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거나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서 여행처럼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일과 관련한 큰 방향성은 창작이에요. 전에 코인 노래방이나 카페에서 알바한 적이 있는데 성취감이나 뿌듯함처럼 남는 게 없었어요. 질릴 때까지는 창작을 계속해야겠다 싶었죠.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는 계속할 것 같아요. 만화나 애니메이션, 디자인 작업을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고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한다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아요. 사실 애니메이션 작업이 제일 재미있는데 애니메이터는 프리랜서로 일하기는 어려워서요.
✔️ To do list : 두려워하지 않기
걱정이 많은 편이라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으로 쉽게 겁먹는 것 같아요. 그런 두려움이 뭔가 할 때 방해가 많이 되고요. 예를 들면 최근에는 졸업작품을 혼자 하면 잘 안될 것 같은 거예요. 그렇다고 다른 친구와 팀플을 할 용기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졸업 유예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보니 또 지레 겁먹고 있는 거예요. 사실 해 보고 안 되면 마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하니까 잘 풀리더라고요. 매번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졸업작품을 같이 하는 친구는 MBTI가 완전 대문자 J여서 제가 이것저것 던지면 그 친구가 잘 정리해 줘요. 정말 잘 맞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5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10년은 먼데 5년은 생각보다 가깝잖아요. 뭔가 성취하기에는 짧고, 그렇지만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시간이거든요. 저는 생각나는 게 딱히 없지만 바로 나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