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2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중 일부를 구독자분들과 나눕니다.
3월 글감은 “음식은 입맛에 맞으셨나요?”입니다. 여전히 추운 날씨로 옷을 껴입게 되지만, 어쩐지 3월이라는 말을 들으면 맛있는 나물이 생각난다는 글방 동료의 말에 시작된 글입니다. 나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식사와 연결되었습니다. 글방 동료들은 먹는 것과 식사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하루 최소 두 번의 식사를 거쳐야 하는 우리는, 자연스레 끼니를 제때 챙겼냐는 말로 당신의 안부를 묻기 때문일까요. 그렇기에 이번 글감은 복잡한 나날들을 보내는 우리와 당신께 안부를 묻는 글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식사는 잘하셨는지요. 그리고 그 식사는 입맛에 맞으셨는지요!
- 하자글방 죽돌 어진
너와 식구가 되기로 한다. 식구가 되기로 한 내일을 위해 메뉴를 심도 있게 정한다. 냉장고에 먹다 남은 표고버섯이 있으니까, 내일은 그 버섯을 잔뜩 넣은 된장국을 먹자. 오랫동안 안 먹다가 상하면 정말 아까울 거야. 메뉴를 정할 때 살짝 커지는 목소리를 듣는다. 너랑 먹는 밥이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집에서 두부미역국을 끓여 먹어도 너와 먹었을 때처럼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 물으면 넌 고민하지 않고 흰 쌀밥을 말할 테지. 해외여행에 가고 싶어 하는 너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쌀과 또 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아침이 됐다. 아무리 졸려도 점심에는 눈을 떠야 한다고 맞춰 놓은 알람이다. 눈이 뻐근할 만큼 졸리지만 너와 나는 오늘의 점심을 위해 일어난다. 너는 눈을 크게 몇 번 깜박이더니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어제 말한 된장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밥시간을 정직하게 지켜내는 너의 옆에 있으면 나도 같이 정직해지는 느낌이다. 너의 목적은 단 하나, 잘 살아내기 위해서 정직한 식사를 한다. 너는 최소한 점심과 저녁이 잘 지켜져야 좋은 잠에 잘 수 있고, 그랬을 때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너는 식사에 하루를 맡기는 사람이다.
우리는 자주 식구가 된다. 너와 식구가 되는 이유는 살아가는 데 몇 번의 식사가 필요한지 선명하게 감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테고, 또 하나는 우리가 동물을 먹지 않는 것을 이해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식사는 혀로만 느끼고 위만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니어서, 나는 식구를 자주 잃었다. 만남이 곧 식구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너와 정직한 밥을 먹으며 식구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떠올린다.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다른 목숨을 앗아가지 않기 위해, 좋은 잠에 들기 위해 먹는다고.
꾸준하게 들뜬 마음으로 식구를 맞이한다. 너와 함께 오는 식사와 이야기를 기대한다. 서로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아는 것은, 당신을 아는 일과도 같아질 테니까.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양파볶음을 좋아하는 사람과 난 어떤 식으로든 통한다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잘 먹은 음식으로 우리가 함께 식구가 되는 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계속 식구가 되어보자고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