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작업실 OOEO> 란?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청소년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유작업실입니다. 작업공간을 함께 쓰며 어깨너머 서로의 작업을 나누고, 이따금 함께 할 것들을 찾습니다. 작업에 대한 글쓰기, 매체탐색 워크숍, 전시 등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창작자 #공유작업실 #16-24세 #3월모집 #7월모집
안녕하세요. 2년 전 하자에서 전시에 참여한 것을 인연으로 공유작업실 1,2기를 지낸 지효입니다. 처음 하자센터에서 “공유작업실 OOEO” 기획하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첫 멤버들을 기다리며 막연한 빈 자리로 느껴지던 공간이 사람의 온기로 채워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피워낸 기대를 뚫고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모였고 어느새 돈독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창작자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쌓인 만큼의 발화와 통기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늘 고독 속에서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하루를 묵묵히 운영해가고,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기획해가며 자기 자신을 덧칠하는 동료들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방패가 곳곳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공유의 공간으로부터 각자의 공간이 탄생하고, 각자의 공간이 공유의 공간을 통과하는 시간들이 올해에도 지속될 수 있다니 기쁩니다.
종종 하자라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지금 저의 곁에 따스한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는 공유작업실 작업자들, 그들 각각의 인격체들을 모른 채 지내왔을 것이란 생각에 감사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전의 저는 내가 존재해야 할 법한 자리를 정해두고, 그 자리에 나를 도달시키기 위해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제는 어쩐지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형태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아요. 어느새 나 자체가 하나의 자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꼭 정해진 계절과 자리를 지켜가며 자라나는 나무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씨를 뿌리고 터를 잡고 생각이 자라다 보니 어느새 새들이 모이게 된 식물들이 더 많은 것처럼요.
계절이 풀려가는 방식과 만남의 방식은 조금씩 닮은 구석이 있지요. 두터운 벽 같은 겨울을 내내 견디다가 봄에서야 마주하는 얼굴이 있고, 여름처럼 훅 하고 뛰어드는 얼굴도 있고, 가을처럼 정처 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도 있습니다. 관계란 그렇게 서서히 녹아가는 것 같아요.
그림으로, 글로, 표정으로, 어떠한 움직임과 순간으로. 어떤 형태로라도 우리는 마주치는 순간 서로를 인식하게 됩니다. 제멋대로의 시간이 순간의 틈 사이들을 녹이고 늘리고 용접하고, 때로는 떼어내는 방식의 결합을 반복하는 사이에서 스스로와 타인의 반짝임을 발견하고 세계를 이해해가는 날들로 하자를 거쳐가는 이들의 나날이 적셔지길 바라요.
둘러앉은 자리에는 무엇이든 피어날 수 있지! (공유작업실 OOEO 1-2기의 둘러앉은 모습 / 사진출처 : 지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