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풀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2명씩, 하자와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를 만나 질문 몇가지를 나눠봅니다.
풍덩
질문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 있는 창작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재윤입니다. 사진으로 간간이 돈도 벌면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며 지내요. 이전에는 가족과 외할아버지를 향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했고, 요즘은 저의 젠더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질문 2. 그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진으로 창작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여러가지인데 가장 큰 기억은, 십대 때 쓴 휴대폰 공기계 화면이 제 손바닥 만했어요. 거기에 배경화면으로 쓰고 싶은 이미지를 직접 찍다가 사진이란 매체에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저만 보고 싶은 이미지를 찍다 보니 어느 순간 사진이 저한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창구가 되더라고요. 산이라는 친구가 소개해준 덕분에 황예지 작가의 사진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사진이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진으로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이 사진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읽어내는 힘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질문 3. 창작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서로를 응원하고 이해해주는 친구이자 동료들의 존재가 언제나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작업을 하는 이유는 분명 내가 겪고 있지만 스스로 소화되지 않을 때, 그럼에도 이 감각을 기록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인데요. 누구보다 제 상황과 고민에 공감하고 때로는 진심이 담긴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이 곁에 있으면 언제든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요. 무엇보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작업자들이라 저도 덩달아 무언가 하고 싶은 열의가 생깁니다. 막간의 홍보를 하자면, 사진수업에서 만난 동료들과 2021년부터 <W/O F.>라는 창작그룹을 꾸려서 아트 매거진을 만들고 전시와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10월 27일에 저희가 처음으로 기획, 참여하는 단체전이 열립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놀러 오세요 ^__^!
질문 4. 하자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대안교육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하자센터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워크숍이나 행사가 있으면 종종 찾아가는 곳이기도 했고요. 중등과정까지는 의정부에 있는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열일곱살 때부터 하자센터 안에 있던 여행 대안학교 <로드스꼴라>를 다니게 됐어요. 그때 저의 롤모델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이길보라 감독이 쓴 책 <길은 학교다>를 읽고 로드스꼴라에 꼭 가고 싶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살고 있는 자리를 다시 되돌아보는 경험을 저도 하고 싶었거든요. 여행도 여행이지만 대표 교사 어딘이 작가인 만큼 책읽기와 글쓰기가 중심인 커리큘럼도 마음에 들었어요. 다녀본 결과… 로드스꼴라는 여행을 앞세운 글쓰기 학교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도 정말 많았어요. 하하
질문 5. 하자라는 공간이 재윤의 창작 활동과 연결된 순간이 있나요?
로드스꼴라는 사실 글쓰기 뿐 아니라 영상, 연극, 음악 등 다양한 예술매체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작업자 양성소였다고 생각해요. 로드스꼴라 대표교사 어딘이 항상 말했던 ‘저 곳의 이야기를 이곳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러'가 만들어지는 곳… 로드스꼴라에서 글, 사진, 영상을 주로 다루면서 ‘작업'이라는 걸 해보고 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예술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법을 연습했어요. 로드스꼴라를 다니는 동안 하자 안에 있는 다른 대안학교 친구들, 판돌들을 만나면서 주고 받은 영향도 당연히 있어요. 하자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른들은 매번 저의 생각과는 조금씩 다른,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말들을 했어요. 그러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제가 한창 생활하던 때 하자를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하자 사람들의 패션인데.. 화려한 패턴의 옷이나 신기한 조합의 색깔로 옷을 입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요. 하자 밖에선 눈에 띄어서 못 입는 옷들을 거기선 마음대로 입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 답이 질문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이 나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ㅎㅎ
질문 6. 앞으로 하자가 창작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하자풀 인터뷰를 한 창작자들 이야기를 보면 이 질문에 제 또래 창작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답했더라고요. 저도 그들의 말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저희에겐 공간이 너무나 필요해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몰입 할 수 있는 곳, 엉망으로 어지르고 풀어헤쳐 놓을 수 있는 곳이요. 지금 ‘공유작업실 OOEO’가 어느 정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작업자가 부담하기 어려운 재료비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매체를 기술적으로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열어 주어서 개인적으로는 작업 활동을 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하자가 작업자들에게 공간과 자원, 기술적인 부분을 어떤 대가 없이 지원해주는 비빌 언덕으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언 7년째 하자를 비빌 언덕으로 쓰는 사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