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풀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2명씩, 하자와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를 만나 질문 몇가지를 나눠봅니다.
풍덩
질문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 있는 창작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설치예술가·문화예술교육가 월광(문해주)입니다. 이름에 ‘해’도 있고 ‘달’도 있는데요. 월광은 경계와 경계 사이들을 달빛으로 비추며 예술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과 사물 주변에 함께하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보이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들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개인의 숨겨진 역사성과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영상설치와 조형 작업으로 시각화하며 참여자들과 참여 가능한 예술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포함한 여러 차별적 경계들 사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고민 속에서 예술 작업 및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질문 2. 그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5살 때쯤 기억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나무 조각에 대한 전문서적을 빌려 오셔서 읽고, 연구하고, 무언가 만드셨어요. 집에는 그런 작품으로 가득했고, 어머니는 그 작품을 여기저기 놓으셨어요. 새롭게 제작한 것들은 제일 먼저 저와 저의 여동생에게 보여주셨지요. 그런 아버지의 창작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어요. 지금은 자신만의 작업실 집을 짓기 위해 2년 동안 밀양에서 작업하고 계시지요. 집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셨어요.
무언가 몰입하고 열정적으로 창작하는 아버지를 보며, 그것이 재미난 ‘놀이’, ‘창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창작 활동의 시작은 그런 성장 과정들이 꾸준히 제 안에서 무언가 꿈틀 되게 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잘 놀 줄 알고 나눌 수 있는 할머니’가 돼야겠다 생각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삶에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고 만들기를 하며 나를 표현하고, 그것이 놀이가 되었어요. 이제 창작은 제 삶의 동력이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매개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창작하고 놀이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 될 때까지~
질문 3. 창작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디서 오는 걸까요?
함께하는 동료가 있는 것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
같이 만들어갈 크루가 있는 것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
나를 지지해 주는 한사람
내가 좋아하는 커피
내가 좋아하는 수제맥주
내가 좋아하는 동물(푸바오)과 자연
버려지고 방치된 의자들
사람들과의 만남
질문 4. 하자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2016년 <관계;대명사(참여 예술 프로젝트)>팀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하자와 만나기 시작했어요. '뒷모습 증명사진'과 '엉뚱한 이력서'라는 작업을 본 판돌이 하자에 초대해 주었어요. 그 계기로 청소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예술교육 혹은 프로젝트가 무엇이 있을지 함께 연구하고 실현하는 과정들을 통해 하자와 오랜 인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어요.
질문 5. 하자라는 공간이 월광의 창작 활동과 연결된 순간이 있나요?
작년부터 <모아모아 어린이 연구단>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하자에 버려지고 방치된 사물과 가전제품을 수업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판돌 메이와 함께 버려지는 물건을 마주하고 작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지요. 하자를 스쳐간 많은 사람과 사물들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특히 어린이 창작자들의 엉뚱한 질문과 아이디어는 잠자고 있는 제 머리에 스위치를 눌리듯 큰 영감을 줍니다.
질문 6. 앞으로 하자가 창작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아동·청소년들을 10년째 만나왔어요. 그런 경험과 하자에서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하자면, 하자에서는 서로의 생애주기를 만나게 해주면 좋겠어요. 어린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료로 후기 청소년들과 함께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어린이와 청소년이 만나게 되지요. 어린이들이 창작물을 전시하면 가족들도 하자에 찾아오게 되고요.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의 경계를 오가며 만나는 작업들을 하다 보면 거기서 재미난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