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풀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2명씩, 하자와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를 만나 질문 몇가지를 나눠봅니다.
풍덩
질문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 있는 창작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회화와 타투 작업을 하고 있는 해체입니다. 모든 껍데기들, 표면적인 것들을 해체하고 속내를 들여다보는 일을 애정 해서 그렇게 작업자명을 지었어요. 속에 있는 것들이 재밌다고 느끼거든요. 뼈, 내장, 마음, 이런 것들. 타투도 피부 속으로 1mm 정도 침투하여 그림을 새기는 일이기도 하고요.
질문 2. 그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림 안에 의미나 이야기를 담는 것보다는 찰나의 감각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쪽을 끌려 해요. 그렇게 감감에만 의존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추상의 세계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어요. 타투라는 매체는 그런 추상의 세계에서 저를 바깥 세계로 꺼내 주는 돌파구가 되어줘요. 일종의 환기이기도 하고 제가 타자와 바깥을 만날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해요. 제가 그린 이미지가 새로운 몸과 물리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닿을 수 있다는 게 타투 작업의 큰 매력이에요.
비물질이었던 이미지가 피부라는 얇은 층위에서 물질로 전환되는 방식도 좋아요. 분명히 물질화 되었지만, 비물질적인 특성들이 여전히 조금 남아있다고 느껴요.
질문 3. 창작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야기꾼은 말하는 것과 들려주는 것이 둘 다 재밌어서 계속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사람이잖아요. 시각언어를 다루는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리는 것이 재밌는 동시에 저로부터 비롯된 이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재밌어요.
웃긴 릴스를 보면 냅다 디엠으로 공유하는 친구들처럼 저도 너무 좋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명분 없이 그것들을 ‘냅다’ 보여주고 싶어요. 하지만 매번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이것 봐, 너무 좋고 아름답지 않아?” 하고 들이밀며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그 밀도를 높이고 설득력을 만들어서 그 자체가 명분이 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들이밀어 눈 앞에 가져다 주지 않아도 오래 머물며 보게 되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 게 목표이자 동력입니다.
질문 4. 하자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17살 때 오디세이학교를 다니게 되며 하자와 만났고 이후로도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연을 이어왔어요. 입시미술만 오래 하던 저한테는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지키는 하자의 문화가 새로웠고 터닝포인트가 되어줬다고 할 만큼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질문 5. 하자라는 공간이 해체의 창작 활동과 연결된 순간이 있나요?
작년에는 하자와 ‘신지대’라는 창작 프로그램을 함께 했어요. 궁금해하던 창작자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저희 방식대로 전시를 통해 풀어냈어요.
창작이라기 보다는 기획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기획의 시선을 배우는 것이 창작물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할 때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 무엇보다 개인의 단위에서는 절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을 만한 규모로 프로젝트를 확장시켜 보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 즐거웠어요. 청소년기 때부터 느낀 거지만 하자에서는 글자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고 체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경험이 몸으로 남다 보니 그것이 이후에 다른 일을 할 때에도 계속 유의미한 근육으로 쓰이고요.
지금은 하자 공유작업실 ‘OOEO’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OOEO 작업실은 자유롭기를 바라면서도 때로는 환경적 중력을 필요로 하는 창작자들에게 좋은 환경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질문 6. 앞으로 하자가 창작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우선은 땅이 되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작업자들이 많이 와서 이 땅에 재미난 것들을 심어주었으면 좋겠고요. 특정한 역할을 너무 선명하게 바라기보다는 그런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 듬직한 것 같아요. 지금 막 시작하는 창작자들에게는 다름이 아니라 그렇게 여백이 많으면서도 지지대가 되어주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환경자체의 색채가 더 짙고 땅 뿐만 아니라 바닥, 기둥, 천장, 가구들이 모두 갖춰져 있는 환경에서 창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미 학교를 창작공간으로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학교’라는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더 유연한 공간을 하자에서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환경이 필요한 사람들이 하자에 더 많이 모이면 그만의 문화가 생기게 될 것이고, 문화는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으니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들이 들이닥치게 되리라고 막연하게 믿어요. 그런 좋은 순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