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풀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2명씩, 하자와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를 만나 질문 몇가지를 나눠봅니다.
풍덩
질문 1. 자기 소개와 요즘 하고 있는 창작 활동에 관해 이야기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산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소설의 삽화나, 일러스트 계통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색연필로 작업을 많이 하다, 요즘 다른 재료들과 친해져 보려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하동에서 동네 할머니들의 생애사를 인터뷰하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업, 순천 시장에서 시장 상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작업을 했어요. 요즘은 그림책을 만들 구상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질문 2. 창작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을 그리면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이 취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삶에서 이어가며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했어요. 늘 좋지는 않지만, 지금은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속하고 있습니다.
질문 3.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좋아서 하다 보니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그림이라서? 그림을 잘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업이 나오면 기분이 좋잖아요. 저도 명확하게 말을 못 하겠는데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내가 사는 세상이 궁금하고 더 알고 싶다. 그리고 그걸 담고 싶다.'
최근의 동력은 사람들의 얼굴이에요. 저는 제가 좋아서 제 작업을 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렸잖아요. 그런데 할머니들을 그리면 기뻐해 주시고, 상인분들을 그려서 전해드리러 가면 오히려 저한테 고맙다고 과자 한 봉지, 귤 한 상자를 주시던 그런 모습들이 떠올라요. 내가 사는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노동이 있어서, 이런 삶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잖아요. 저는 이런 분들이 고맙고 궁금해요.
질문 4. 하자센터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고등학교를 하자센터 안에 있는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로 다녔어요. 그러면서 하자를 알게 됐고 졸업 후에는 하자 마을책방 책모임이나 하자에서 하는 활동들에 참여하며 계속 인연을 이어가게 됐어요.
질문 5. 하자센터라는 공간이 산하의 창작 활동과 연결된 순간이 있나요?
하자에서 나무라는 친구와 비대학청년 인터뷰를 진행 했었어요. 대학 비진학을 선택한 저와 나무 둘 다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시작했는데, 이때 만났던 작업자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됐어요. 음악을 하는 <복태와 한군>의 한군을 만났을 때 '이 세상에 하느님 부처님을 비롯해 많은 신이 있는데 나 하나 굶어 죽기야 하겠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대안학교를 다녀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학벌은 없지만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이 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토대인데, 이런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가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그렇다면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지 않을까 막연한 자신감을 얻었어요.
또 제가 하자를 다닐 때 <로드스꼴라>에서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 생애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걸 어깨너머로 구경했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나의 가족이 아닌 각각의 개인으로 상대를 마주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게 저도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어요. 살아온 시대는 다르지만 이들이 살아온 시대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고, 특히 할머니들의 경험은 더욱 더 같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의 공통된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 궁금했어요. 그래서 졸업 후 <악양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있으며 동네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하자에 있으며(학교에서도, 센터에서도)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하자의 문화가 지금 제 삶에 태도와 지향들에 있어 큰 영향을 줬고 지금의 저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질문 6. 앞으로 하자센터가 창작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하자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막연했던 시기에 책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일상을 나누는 일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또 주변에서 작업과 배움을 이어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계속해서 크고 작은 모임들을 지속하며 만남의 장으로 있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업의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작업자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새로운 시도들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게 열려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