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하자에서는, 열 명 남짓의 어린이들이 매주 금요일에 만나 공간을 탐색하고 작당을 벌여 왔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청개구리 작업장’인데요, 열한 살에서 열세살의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서먹서먹하고 이름도 못 외우던 시기를 지나, 어느새 서슴없이 장난치고 서로를 챙겨주기도 하는 사이로 변하기까지... 한 학기 동안 청개구리 작업장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지, 그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된 배경과 맥락은 무엇인지 소개합니다.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언제부터였을까요, 하자는 동네 어린이들의 아지트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달시장과 작은 달시장을 중심으로 하자를 잘 아는 어린이들이 많았고, 하자 바로 옆에 있는 영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하굣길에, 학원 차를 기다리는 참에, 참새 방앗간처럼 하자를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작당모임도 생기고, ‘줄줄이 사탕’으로 한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삼사오오 끊임없이 하자를 드나드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무엇이 이 어린이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마땅히 모일 곳이 없어 그렇지’ 하는 당연한 마음과 함께, 한편 이들이 인식하는 하자는 어떤 공간일지, 어른들의 인식과는 어떻게 다를지, 또 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어린이 작업장은 어떤 활동의 장이어야 할지 탐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일시적 해방공간
청개구리 작업장은 하자 공간 곳곳을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자에 처음 오는 어린이들은 마치 와봤던 곳인 양 즐겁게 탐색을 시작했고, 이미 하자가 익숙한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만났던 사람들과 했던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적극적으로 안내해주었어요. 그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느끼는 하자에 대한 인상을 들을 수 있었는데, 어린이들은“하자는 알록달록해요”, “도시에 있는 ‘시골’ 같아요”, “하자는 대피소에요.”, “안 오면 불안한 마약 같아요”와 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몸으로 리서치하고, 수다 떨 듯 인터뷰하는 시간을 통해 어린이들이 하자에서 느끼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해방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그리고 학원. 비슷한 목적과 형태의 공간 사이에 놓인 하자는 간섭하는 어른들의 손과 목소리가 잘 닿지 않는 공간이자, 친구들 간의 장난과 실험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독립된 공간으로 느껴졌던 것이지요.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비밀공간이란
“하자 전체가 비밀공간이에요”
하자 전체가 비밀공간일 뿐만 아니라, 하자 곳곳에 자신들의 비밀공간을 숨겨 놓았다고 말해준 어린이들. 서로의 비밀공간을 방문해보고, 또 가장 ‘비밀공간다운’ 곳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가장 애정을 가진 장소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1) 어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독립된 공간(어른 따돌리기)
2) 신기하고 재밌는 여러 ‘물건들’이 많은 적당히 ‘오염’된 공간
3) 빛, 바람, 비 등이 침투하는 공간
어린이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진 공간의 ‘분위기’, 즉 ‘다른 공기’를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비밀공간의 요소들은 이들이, 그곳에 머물러 추억을 쌓게 하는 한편, 새로운 작당을 벌여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었어요.
정체성의 재구성 ‘노노 정신’
하자 안의 비밀공간 탐색작업은 자연스레 ‘우리들의 비밀공간, 아지트를 짓자’는 의견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렵게 하자 안의 장소를 정하고 본격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린이들은 왜 우리 이름이 ‘청개구리 작업장’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금은 직접 지은 별칭 '노답 노작단(줄여서 '노노')'으로 불리고 있어요. 노답은, 우리 활동은 답이 없는 활동이라는 것, 스스로 어른들의 말을 안듣는 '노답'들이라는 중의적 표현이고요, 노작단은 우리의 활동은 힘들지만 또 알 수 없게 즐거운 ‘노동이자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작업을 할 때마다 ‘노작노작’ 구호를 붙이며, ‘노노 정신’을 말하는 모습, 학교 안에서 서로 마주치면 멀리서 ‘노노!’라고 손을 흔들며 외친다는 이야기에 즐거운 요즘입니다.
‘준비된’ 어린이들과의 ‘다른 공부방식’
운동 : (청개구리 작업장에서는) 공부 방식이 다른 거 같아요.
하리 : 어떻게 달라?
운동 : 선생님만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말할 수 있어서.
하리 : 그것도 공부야?
운동 : 네.
청개구리 작업장 어린이들과 몇 차례 만나며 단박에 든 생각은 이들은 이미 각자의 일상에서 자신들의 ‘작업’을 이어온 작업자들이자 왕성한 활동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준비된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하고자 하는 작업에 대해 스스로 말하고 그룹 안에서 서로 조율하고 (때로는 싸우지만) 합의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작업장에서의 학습의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의 시민됨이 드러나고, 또 강화되기를 바라며, 짧은 여름방학 이후에도 계속 지어나갈 아지트 작업을 통해 더욱 더 즐거운 이야기들이 쌓여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