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의 로고는 ‘ㅎ’과 ‘ㅈ’의 자음 형태 중 일부를 숨겨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았습니다. 또한 모음의 곧게 뻗어 나온 가로선은 청소년의 자유로운 실험과 탐색의 길 찾기 과정으로서의 ‘오늘’을 상징합니다.
미래(未來)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고, 현재는 끊임없는 실험과 탐색의 과정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은 아직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미래에 스스로 참여하며 자유롭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자센터 로고(2023~)
브랜드 로고 리뉴얼 작업의 출발
하자센터는 2021년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시립 청소년미래진로센터’로 공식명칭을 변경하며 “스스로 미래에 참여하는 청소년 문화를 만든다"라는 비전과 함께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2024년 개관 25주년을 앞두고, 지난 20여 년간 변화·발전해온 하자의 정체성을 새롭게 담아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브랜드 로고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999~2022, (구)하자 로고
1999년 개관한 하자센터는 개관 이후 영문 ‘haja’를 로고로 사용했으며, 2005년부터 2022년까지는 한영 혼합형 로고를 사용했습니다. 새로운 로고는 기존 로고의 시각적 특성을 계승하면서 미래진로센터로서의 방향성과 아이덴티티를 추가하여 리디자인되었습니다.
2003년(좌), 2020년(우) 홍보물에 사용된 (구)로고의 모습
하자 브랜드 로고 리뉴얼 작업기: 디자이너 봄밤 인터뷰
안녕하세요. 봄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봄밤입니다. 출판사, 사회혁신연구소 등에서 근무했고, 몇 해 전부터는 봄밤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비영리 영역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활동들을 시각언어로 전달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아름다운 꾸밈에 머물지 않고, 내용과 형식이 맞닿아 메시지를 오롯이 담아내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권운동사랑방 30주년 신문 작업을 진행했어요.
처음 BI 리뉴얼 작업을 맡게 되었을 때, 기대되는 마음 혹은 걱정되는 지점이 있으셨나요?
하자센터의 BI라니, 설레기도 했고 걱정도 앞섰습니다. 오랜 시간 하자와 함께한 로고는 디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하자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을 텐데요. 그것을 잇는 일을 한다는 게 큰 무게로 다가왔어요. 개인적으로 하자 초창기의 낯설고 새로웠던 공간과 에너지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 하자의 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고, 제 깜냥에 가능한 일일까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걱정되는 마음보다 조금 커서 모험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요.
하자의 기존 로고와 새로운 로고를 비교하면 크게 어떤 점들이 새로워졌을까요?
이번 작업은 기존 로고의 연속성을 가져가는 것이 미션 중 하나였기 때문에 기존 로고의 얼개 위에서 결을 맞춰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을 확장할지가 관건이었는데요. 기존 로고의 핵심은 ‘한글 로고’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글인데 ‘haja’라는 영어와 함께 표기되어 있고, ‘하자’에서 ‘ㅏ'의 가로선이 길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었어요. 가로선이 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고, 로고를 오래 봤던 사람으로서 이 로고가 디자인적인 의미가 있는 것뿐 아니라 하자 그 자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쉽게 많은 변화를 가져가는 건 스스로도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새로워진 점은 가로로 뻗어나가는 시각선과 한글, 영문 배치 구조를 따르면서 한글을 구성하는 가로선, 세로선, 빗선과 곡선을 새롭게 다듬고 획을 두껍게 해서 이미지성을 강조했어요. 특히 자음 형태에 이번 브랜딩의 핵심 아이디어인 '과정'에 대한 생각을 담았어요. 과정이란 미완이기 때문에 히읗의 동그라미 모양에서 일부를 숨김으로써 오히려 완전한 형태가 강조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있는 로고를 계승하여 리뉴얼하는 것이 새로운 로고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기존의 로고를 분석하고 새롭게 디자인을 더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작업은 마음껏 헤매고 서성이고 망설이던 순간들이었어요. 그때마다 기준을 되뇌며 길을 잃지 않게 다잡았습니다. 처음 제안서에 제가 적어놓기를, 하자다움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기존 정서를 잇고 또 다른 하자의 멋을 위한 바탕, 다양한 콘텐츠에 적용 가능한 유연성과 일관성, 청소년을 고려한 젊은 감각과 쉬운 접근성이라고 했는데요. 너무 말의 성찬이지 않았나 지금은 반성이 되네요. 모니터 옆 포스트잇에 적어둔 문장들도 기억이 납니다. '하자는 동사' '더 단순하게, 더 다양하게' '이상하고 낯설고 새로운 것이 하자의 멋' '과정은 언제나 헤매고 미끄러지며 나아간다'.
돌아보면 저도 1차 안을 제안한 이후에 제 욕심에 많이 헤맸고 작업하면서 처음 초안으로 돌아오기도 했어요. 잘 정리하는 방향으로 막판에 기준을 가다듬어서 마무리를 했지요.
하자 브랜드 로고 리뉴얼 최초 제안. 1, 2, 3안 중 2안이 채택되었습니다.
새로운 로고가 내포하는 의미가 하자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정확히 담아낸 것 같습니다. 로고에 담아낼 핵심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아이데이션 과정을 거치셨나요?
내용적으로는 하자를 아우르는 하나의 열쇳말을 찾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하자’라는 말의 뜻을 그대로 표현하는 건 너무 확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하자의 철학과 가치, 또 그동안의 시각물들을 분석했고 그 과정에서 '과정'을 열쇳말로 삼을 수 있었어요.
또 형태적으로는 기존 한글 로고타입을 이루는 원형인 선(line)을 기초로 시각화하려고 했습니다. 선이 은유하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길 찾기의 여정‘,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다음을 위한 과정‘은 하자의 비전과 메시지에 맞닿아 있어요. 그것을 형태적으로 표현한 것이 선이고요. 선은 방향과 흐름으로 시각적인 리듬을 만들고 자유로운 형태로 확장되며 그래픽의 일관된 바탕이 됩니다.
하자에서 서체 지정을 요청드렸고 Pretendard와 안상수체, 그리고 Dystopian이라는 서체를 선정해주셨어요. 어떤 기준으로 서체의 후보를 정하고 결정하게 되셨나요?
우선 쓰임새를 고려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문제가 없는, 오픈된 라이선스 중에 리서치를 했어요. 그중에서 Pretendard는 서체 자체의 완성도도 있고 다양한 기능도 있어서, 기본서체로 선정했습니다. 하자는 명조나 바탕체 계열보다는 고딕 계열이 맞겠다 싶었지요. 특히 제목용으로 선정한 AG안상수체2012는 대표적인 탈네모꼴* 글꼴인데요. 자음과 모음이 낱말에 따라 변형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생긴 그대로 조합되어 다양한 모습의 글줄을 만들어내는 조형적인 특징이 하자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영문서체는 로고에 사용을 하다보니까, 한글 로고타입과 조형적으로 배치가 되는 서체를 골라야 했어요. ‘자’자의 모음 가로선 위아래로 배치되기 때문에 베이직하고 그래픽적인 서체를 찾다 보니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탈네모꼴: 한글의 모양은 보통 네모 안에 배치되는 것이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네모꼴을 벗어난 한글의 글자 형태를 탈네모꼴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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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BI가 적용된 인쇄물
새로운 BI 디자인에서는 흑백을 기본으로 다양한 원색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컬러 선정에는 어떤 맥락이 있었을까요?
원래 하자에는 대표 컬러가 없었지요. 그런데 디자인하는 입장에서는 대표컬러가 있는 게 결과물이 완성도 있게 보이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가지, 파랑이든 초록이든 색조를 찾고 싶었지만 하자 내부에서도 한 가지 컬러로 일원화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컬러는 채도가 높은 원색 계열로 다양하게 쓰일 수 있게 특정 컬러를 선정하지 않고 열어두었습니다. 흑백을 기본으로 한 이유는 지정 컬러가 없더라도 로고 자체는 명시성이나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경색이 다양하더라도 우선적으로 흑백을 사용함으로써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개인적으로 하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판돌 명함에 애정이 있었는데요. 새로운 명함을 보니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특히 그래픽마다 붙은 이름이 재미있어요. 여기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름을 생각하고 디자인한 것은 아니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하자 명함은 여섯 가지 그래픽을 선택할 수 있는 구성인데요. 하자의 별명 문화처럼 그래픽별로 호명할 수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당탕탕, 빙글뱅글, 우르릉쾅, 무럭무럭, 풍덩풍덩, 폴짝폴짝... 기존에 하자에서 명함에 사용하던 그래픽은 ‘해와 달’, ‘산’, ‘물방울’ 등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선을 활용한 추상적인 그래픽이어서 어울리는 의태어들을 고심해서 사전을 뒤져가며 붙여봤습니다.
새로운 BI가 적용된 명함
작업 과정에서 공유해주신 것들이나 혹은 공유하지 않은 시안 중에 채택되지 않았지만 아까운 시안이 있으신가요?
‘과정’이라는 키워드와 핵심 그래픽 요소를 ‘선’으로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기 전에 레터링 컨셉으로 스케치했던 안이 생각이 납니다. 하자에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하자’라는 말이 주는 정서를 제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레터링을 해보았었지요.
작업 초기 ’하자’ 이름의 뜻에 집중한 레터링 스케치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나 이번 작업에서 더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면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해요. 저는 전공자가 아니라 처음에는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구경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책을 좋아해서 글자를 뜯어보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이 일을 하게 됐고, 힘들어도 꾸준히 하다 보니까 하자 작업도 하게되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디자인이라는 게 스스로 한계를 마주하는 일이라 좋아하지만 힘이 들기도 해요. 견딜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해나가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