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비유하는 여러 말은 대개 진부한데, 항해라는 비유는 쉽지 않은 마음이 앞서요. 아무리 바닷길이 있다지만, 파도를 따라간다는 게 썩 막막하잖아요. 바다 한가운데 떨어진다는 게 삶이랑 닮았다고 하면 겁이 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항해’를 삶으로 두고 배움을 시작하는 학교가 있는데요. 바로 오디세이 학교입니다. 제가 짧게나마 그곳의 길잡이 교사로 지내며 들었던 소회를 남겨요.
오디세이 하자 8기 쇼하자(학습공유회) 모습
이곳에선 학기 시작을 ‘출항식’으로 알려요. 주어진 길을 따라가지 않고 탐험가의 나룻배처럼 길을 만들어 가리라는 의미겠지요. 그래서 ‘모범생’처럼 지내온 죽돌이 방향을 못 잡기도 하고요. 오히려 제 감정에 솔직하고, 막무가내라 꾸지람 들었던 이들이 더 크게 성장해요. 대개 어른이 되어야 삶이 시작한다는 착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어떤 막막함이든 멀리 미뤄버리고요. 그런 점에서 오디세이 학교는 1년의 인생 실전을 배우는 곳인 것 같아요. 10대의 삶, 서툴고 막막한 그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이요.
한 번은 수료 여행을 갔어요. 단지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말에 동해로 떠났는데요. 해변의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것이 가는 길에 보이는 아무 해변에 정차했었거든요. 정말 탐험선의 항해처럼 떠났어요. 버스에서 내려 다 같이 퍼지는 파도와 하얀 포말을 덮었는데, 파도를 감상하기도 잠시, 그 찬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 죽돌이 있었어요.
그 죽돌은 몰아치는 파도 정 가운데를 노려 두 손 모아 다이빙을 하더라고요. 마치 드디어 제 노는 물을 만났다는 기분으로요. 소릴 지르며 헤엄치는데, ‘나는 살아있다’고 세상에 알리는 것 같았어요. 모두는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어요. 좀 더 오래 있고 싶어 하는 그에게 돌아오라고 하자, 머뭇거리다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파도를 골라 파도를 타고 뭍으로 나오더라니까요.
그 죽돌은 사실 학기 초에 교실에선 버려진 고양이처럼 눈치를 참 많이 봤던 죽돌이였어요. 목에 뭐가 그리 걸리는지 언제나 자기 말을 다 하지 못하기도 했고요. 이곳에 오기 전 위험한 건 하지 말아라 꾸지람을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하더라고요. 참 많이도 눌려 살았을 테죠. 그래서 모두가 큰 박수를 쳤던 건 찬물에 뛰어든 용기에서라기보다는 제 모습을 찾은 듯한 그의 웃는 얼굴에 함께 벅찼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함께 한 동료들은 아는 거죠. 그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또 새로 만난 그의 모습도요.
겨울 바다를 가르는 그 모습이 모두에게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아요. 그 죽돌처럼 다들 1년이 뭐라고 꽤 성장해 버리고 배워버렸거든요. 싫든 좋든 동료로 함께 대화하며 살아갔고, 혹여 돌팔매가 있다면 가만있지 않았고요. 또 길이 없으면 만들 줄도 알아야 할 테고 이유 없이 시키는 것에는 의심부터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이젠 그저 아무 말 없이 지낼 수는 없는 삶일 거예요.
오디세이 하자 8기 죽돌들
훌쩍 커버린 그 시간을 함께 보내니 참 묘했어요. 막막함을 앞에 두고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성장이 있었고요. 그래서 더 크게 감동한 것 같아요. 함께 한 모두가 오디세이 항해를 떠올리며 살게 될 날들이 썩 힘들 수도 있겠지만, 또 각자의 막막함으로 저마다의 바다를 만들 거고요. 폭풍 오는 동해 바다처럼 짙은, 그들의 바다를 다시 꼭 만날 것 같아요. 함께 항해를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다가오는 파도에 기꺼이 몸을 맡겼던 그들의 건강을 기도하며 글을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