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과 진로에 대해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요즘 어떤 고민이 있고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To do list 를 적어보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여덟 번째 일-기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일주일에 한 번씩 경북 상주에서 하자를 찾아오고 있는 <온-오프> 멤버 린의 기록입니다.
린의 to do list
한 일
✔️글쓰기 수업
✔️홀로 미국행
✔️까미노/유럽 여행
✔️페스코테리언 세 달차!
✔️상주 청소년 축제-퍼레이드 기획
할 일
☐ 알바해서 여행 경비 벌기
☐ 정치, 사회, 경제 이슈 관심 갖고 공부하기
☐ 다양한 퍼레이드 경험 / 참여하기
☐ 사피엔스 읽기
☐ 영어공부
☐ 까미노 걷기
☐ 꾸준히 운동하기
☐ 외국인 친구 사귀기
☐ 비건으로 성장하기
☐ 용기내서 끈기력 키우기
☐ 표현하는 법 연습
Q. 린은 상주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하자센터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상주의 청소년 센터에서 바투카다*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진행자가 ‘히치모싸’라는 바투카다팀의 멤버였는데 청소년을 위한 공간 중에 하자센터라는 곳이 있다고 말해주셔서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하자에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이나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지켜보다가 온-오프* 시즌2가 열렸을 때 신청했어요.
*바투카다: 삼바의 원형으로 알려진, 여러 종류의 타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브라질 음악
*온-오프: 하자센터 학교 밖 청소년 멤버십 프로그램
✔️ 글쓰기 수업(온-오프 ‘모색하는 글쓰기’)
제 또래의 글 쓰는 사람들과 그들의 글이 궁금해서 무작정 신청했던 수업이에요. 함께 수업을 듣는 ‘글방러’들의 제 글을 보는 따듯한 시선과 코멘트가 있어서 많이 성장했어요. 제 글을 보고 위로를 받는 사람도, 웃음을 짓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중요한 사건입니다. 나도 이런걸 쓸 수 있구나 싶었어요.
✔️ 상주 청소년 축제-퍼레이드 기획
상주에서 매년 11월 3일 학생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청소년들의 축제에서 퍼레이드를 기획하고 있어요. 저처럼 학교를 안 가는 사람이 기획하는 축제의 모습은 자유로워 보인다고 믿고 있거든요. 지역 내 청소년들과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준비 과정에서 큰 배움을 얻었고 끝나고 나서도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퍼레이드 준비중인 린
✔️ 까미노/유럽 여행
올해 7월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까미노* 순례길을 걷고 유럽 여행도 했는데요. 생애 처음으로 온갖 나라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보게 됐어요. 기초적인 스피킹 실력으로도 이상하리만큼 당당한 마음을 갖고 막무가내로 대화했던 것 같아요. 언어란 소통의 도구이지 성적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또, 길을 걸으며 아주 원초적인 것들에만 신경 쓸 수 있었어요. 온종일 길을 걷고, 좀 힘들면 그늘에서 쉬고, 배가 고프면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함께 걷는 이들과 안부를 묻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리듬을 타다가 일찍 잠에 드는 그건 거요.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아주 일찍 일어나 다시 걸었어요. 그렇게 매일 매일을, 10일을 그러고 나니 ‘현재를 살아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았고, 어떻게 하면 그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지 약간의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까미노: 스페인 순례길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 다양한 퍼레이드 경험 / 참여하기
퍼레이드는 즐거워요. 같은 목표를 보고 걷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죠. 나 혼자서가 아니라 다 같이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대의 힘을 좋아하고 굳게 믿고 있거든요. 더 많은 사람의 연대가 궁금해요. 앞으로 나가는 그곳이 궁금하고 원천이 궁금하고 다양한 아이템들이 궁금해요. 퍼레이드를 보다 보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고 또 참신하고 머리를 땡 하고 치며 놀라는 순간이 있어서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Q. 진로 고민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진로가 막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이쪽으로 가겠다’고는 못 정했지만 일단 서울에 와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서울에 와서 살려면 대학에 가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됐고요. 대학에 가게 된다면 무슨 공부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인간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을 하지? 궁금하고 오늘 오는 길에 생각이 들었는데 ‘심리학 쪽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대학이 아니더라도 도시에 와서 살면 접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니까 일단 서울에 오자는 생각을 자주 해요.
동네에서 찍은 사진
Q. 진로에 대해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저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더라고요.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고. 만약에 만나게 된다면 저는 한탄하고 싶어요. “우리가 진로를 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회는 진로를 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지 않는 것 같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기후위기로 5년 후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속상하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회포를 풀고 싶어요. 너는 어떻게 살아왔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 이야기도 해주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