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자립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립의 사전적 의미대로 스스로 서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만18세가 되어 시설보호나 위탁가정의 보호가 끝나면 원치 않아도 자립을 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떻게 자립을 준비해야 할까요?
한국에서는 연 2,5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이 만18세가 되어 자립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안정적 자립을 위해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지만 자립기반 및 자립역량, 지지체계 등 전반에서 여전히 열악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캠페인과 지원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죠.
올해 2022년 하자도 한국여성재단, 진저티 프로젝트와 함께 자립준비 여성청년 지원사업 <We Are Future Makers>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 사업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운영되었는데요, ① 총 10회의 자립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② 개인별 500만원의 자립지원금 지급, ③ 참가자들의 자율적인 네트워킹 지원이 그것입니다. 다른 지원 사업들과의 차이라면 자립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참가자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했다는 점, 그리고 여성청년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하자가 자립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기획한 이유는, 자립준비청년에게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자립과 그 자립을 향한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자립준비청년은 진로를 선택할 때 아무래도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 혹은 ‘안정적으로 급여가 나오는 일’을 찾는 경향이 있다 보니 ‘먹고사니즘’을 넘어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500만원의 자립지원금은 경제적 지원의 의미를 넘어, 매주 토요일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해주는 의미가 있어요. 그 시간에
총 25명의 퓨처 메이커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하자센터에 모여 강의와 워크숍 활동을 하고 다양한 일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에 방문하기도 하고 함께 간식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뒤풀이도 하며 10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진행 장소 배너
금융 워크숍
신체 워크숍
We Are Future Makers는 혼자 살아가려 애쓰는 제게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알려준 아주 감사한 곳입니다 정말 든든한 동료를 많이 알아가요. (퓨처메이커 후기 중에서)
퓨처메이커 1기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본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내 이야기를 할 때의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내 처지를 안 좋게 볼 친구들이 아닌 공감하고 이해해주며 도움이 될 지식들을 같이 찾아봐주고 서로를 보듬었으니까요. (퓨처메이커 후기 중에서)
퓨처메이커들이 전해준 후기를 보니, 정말 자기를 되돌아볼 여유와 비슷한 상황의 동료를 만나는게 절실하게 필요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유익한 정보를 얻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안전한 커뮤니티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돌보는 동료와 멘토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업을 기획하며 저희가 퓨처메이커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기도 했고요.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 시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보다 더 훨씬 저를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퓨처메이커 후기 중에서)
저는 성인이 되고 바로 취업을 했습니다. 나를 돌보는 건 나 뿐이기에 휴식없이 일만 하다가 어느 날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찾기 보다는 돈을 벌어야 된다는 강박에 살다 보니 생각보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기에 힘들다고 함부로 일을 그만 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행운처럼 이 프로그램을 만나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퓨처메이커 후기 중에서)
클로징 파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나와 화해하는 것은 자립의 첫걸음이자 타인과 연결되기 필수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마 우리 모두에게 나를 이해하기란 평생의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We are Future Makers가 그 여정이 외롭지 않도록 안부도 물어주고, 들을 마음과 귀도 열어주고, 피드백도 나눠주는 그런 커뮤니티가 되었길, 그리고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마친 퓨처메이커들에게 보낸 작별인사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We are Future Makers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여러분의 마음속에 기억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 우리가 나눴던 말들, 그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이 언젠가 불현듯 떠올릴 수 있는 마음 속 비상금 같은 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상금을 결국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있다는 존재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비상금 같은 거요. 다음에 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앞날이 밝게 빛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