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오디세이 학교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전환'을 경험하고자 5월 전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어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전라남도 구례와 경상남도 하동, 남해를 다니며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시야를 확장해보기도 하고, 산과 강변을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서로의 다른 면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5일간의 여행 과정과 그 시간에 쌓인 추억을 담아두기 위해 저희는 기록용 책과 블로그를 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기획 활동이라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모두가 애써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18명의 저희가 얻은 경험과 배움이 궁금하시다면 오디세이하자 블로그로 놀러 오세요~
p.s) 여행을 다녀와서 각자의 소감을 담아 에세이를 쓰고 나누었습니다. 일부를 발췌하여 공유합니다.
나는 여행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아마 여행에서 일어나는 배움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학교에서 가는 여행에서 뭐 얼마나 배울 게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 하지만 이제는 갔다 왔으니 알겠다. 왜 오디세이에서 여행을 가는지.
이번 여행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많다. 특히 공동체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내 진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 많았다. 여행 갔다 와서 바로 썼어야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쓰려니 기억의 반쯤은 날아가 버린 것 같다…. 여기서 바로바로 부지런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함을 또 한 번 깨달으며 나의 여행을 마무리하려 한다. 나의 여행을 마무리하려면 내가 여행 갈 때 품었던 질문들의 답을 적어야겠지. 나는 오디세이에 만족하고 있는가? 이게 내 질문이었다. 한동안 주변에서 학업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내가 오디세이에 만족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에서 이 답을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답을 얻었다. 난 오디세이에 만족한다. 그래서 난 복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질문의 답을 끝으로 여행을 마무리 지어 본다.
- 빈
여행 오기 전 첫째 날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했던 지리산 등반을 시작했다 나는 여행 오기 전에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말 정말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하고만 살 것인가. 나는 무슨 일이 있든 끝까지 등반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지리산을 올랐다. 나는 앞에 있는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매우 느리고 힘들어서 제일 뒤에 있던 C조에서 시작했다. 종아리가 아프고 숨이 찼지만 찬스의 말처럼 나의 페이스를 찾아가면서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산을 올라갔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구간도 생각을 비우고 한발 한발 떼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먼저 가던 친구들이 보이고 그들과 합류해 나는 점점 속도를 내었고 결국 제일 앞장서던 A조에 도착했다. 내가 A조에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몰려왔다.
친구들과 함께 노고단 정상 1,507m까지 올라왔을 때의 그 광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360도를 돌아봐도 아름다운 산과 구름 그리고 바람. 산 정상에는 차가운 바람들이 불었다. 이 바람과 풍경을 다른 모든 사람이 느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쓰면서 찍었던 사진을 봤는데 이쁘긴 한데 그때 거기서 봤던 그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산 좋아하지도 않는데 항상 나이 많은 분들이 자연과 산에 열광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그리고 바람이 꽤 차가웠는데 나는 추위에 내성이 있어서 춥지는 않았지만 추워하는 친구들도 보여서 걱정이 됐었다. 이후 천천히 내려오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자랑스럽다 라고 했는데 그때 베델이 해주신 말이 기억이 남는다. “저 되게 지금 제가 자랑스러워요. 저 이런 거 포기 되게 잘하는데 끝까지 와본 거는 거의 처음이에요.” 베델이 말씀해주시길 “포기하는 철윤은 이제 없다. 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너가 너를 못한다고 포기하고 제한한다면 나는 너에게 욕을 해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너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정말 마음을 찡하게 울린 한 마디였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무언가 일을 하기 전에 '아, 이거는 못 하겠는데?' 시작 전 가늠해보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던 것 같다. 이것도 내가 변해가는 과정이겠지. 이 얘기를 들은 시점으로 포기하지 않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나는 요즘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 같다. 또한 엄청난 성장을 하는 중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만의 질문은 내가 오디세이를 오고 나서 바뀐 것은 무엇일까?였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알아가고 싶었다. 이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오디세이에 오고 나서 나는 바뀌고 있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 바뀌었냐고 물었을 때 정확히 생각나는 부분이 없어서 알아가고 싶었다. 이 부분에서도 베델이 해주신 말씀이있는데 ‘너는 남의 말이나 무언가에서 흡수할것은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생겼다.’고 말씀해주셨다. 되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다.
- 철윤
제일 아쉬웠던 점은 화개장터다. 우리 팀은 원래 최참판댁에 가는 거였는데 시간상의 문제로 인해 화개장터에 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팀 미션은 우왕좌왕하며 속된 말로 개고생을 하는 거였다. 매일 순탄한 일상에서 경험해볼 수 없는 거랄까. 어쨌든 고생하고 싶었는데, 너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화개장터에 30분만에 가버린 것부터, 할 게 없어 먹기만 한 것까지 정말 너무나도 순탄했다. 그래서 장터를 돌아다니며, 그냥 최참판댁에 가볼 걸 싶었다. 고생하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두 번째는 <다른 파도> 이야기다. 내가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점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일정표를 봤을 땐, ‘하동까지 가서 청년을 만난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파도에 대한 발표를 들었을 때도 대체 저기가 뭐 하는 곳인지 감도 안 잡혔다. 로컬 비즈니스? 로컬 브랜드? 그게 뭔데. 나름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이긴 했다. 카페랑 빵집은 맘만 먹으면 단골인 카페, 빵집에 가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목장은 별 흥미가 안 생겼다. 어찌 보면 다른 파도가 제일 모르겠는 곳이어서 호기심이 생긴 것도 같다. 청년들과의 만남은 정말 정말 유익하고 즐거웠다. 사실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대표분, 디자인을 담당하시는 분들과 인터뷰를 하며 먼저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질문에 대답해주시면서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마케팅에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표님이 말을 이해하기 쉽게도 해주셨고, 내가 나중에 사업을 할 때 도움 될만한 내용도 많이 얻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나중에 사업을 한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케팅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분들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디세이에 다니고 있는 게 어찌 보면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그 분들도 평범한 20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이 점이 용기 있고 멋져 보였다.
<팜프라>는 남해의 한 마을을 살리는 청년 기업이었다. 나는 대표님의 마인드가 인상 깊었다. ‘모두가 평등할 수는 없는 걸까?’하는 마인드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생각을 한 번씩은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개선하려고 노력하려는 사람은 정말 몇 안 된다. 팜프라촌의 대표님은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분이셨다. 또한 집을 직접 만든다는 게 신기했다.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니깐. 얼마나 의지, 열정이 강하면 이런 사업을 하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에는 <해변의 카카카>라는 팀을 만났다. 이 팀은 앞에서 만난 다른 파도와 팜프라촌과는 느낌이 아예 달랐다. 앞에 두 팀은 돈을 벌려는 목적이 크다면, 해변의 카카카는 즐기기 위해 일을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들은 자신들의 라이프를 즐기며 산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신이 즐기는, 원하는 삶을 사는 것도 좋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중에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던 거라 아무래도 다른 파도와 팜프라촌 보다는 흥미가 덜 생긴 듯하다.
하동과 남해에서 3개의 청년팀을 만나며 느낀 점이 있다. 돈이 중요하다는 거다. 다른 파도, 팜프라촌은 지방의 낙후된 도시를 살리고 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사회적 목적도 있지만, 자신들이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해변의 카카카도 원래는 남해에서 놀다가 돈이 부족하게 되어 팀을 결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보며 ‘내가 나중에 무엇을 하든 돈은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걸 몸소 느꼈다.
3일차 밤에, 우리는 해변의 카카카의 책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에 일부분을 읽었다. 에세이 내용이 시적이어서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잠시나마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대학 위주의 교육과 사람들의 행복함이다. 대한민국의 사회는 입시 체제가 굉장히 강조되며 회사에 들어가 안정된 직장을 갖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게 회사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평생 동안 하며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우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이것들이 모두 바뀌고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도 정작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해결하기 어렵고 신중히 다가가야 하는 문제인 듯 하다.
이 이야기와 연관 지어 서울로 오며 수민(오디세이 죽돌)과의 대화도 잠깐 이야기해보려 한다. 수민이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돈에 대한 것, 미래의 우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난식으로 던져본 대화였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꽤나 진지했던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수민이는 굉장히 융통성 있는 삶을 살 것 같다는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한 라이프를. 동시에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당장 오디세이가 끝나고 나의 모습도 모르겠는데 어른이 된 후의 나를 상상하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일지도. 무엇이 되든 내가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는 건, 정말 괴로울 듯하다. 나는 과연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는 평생 동안 기억에 남을 것만 같은 편지 낭독이다. 4일 차 밤에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낭독하는 활동을 했다. 대부분의 편지 내용에서 이번 여행을 통해 친구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는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항상 하자, 오디세이에서만 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아니라 여행에서 함께 생활하며 친구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새롭고 신기했다. 그리고 각자가 힘들어하는 점을 위로해주는 모습도 보았다. 정말 감동적이었고, 서로를 생각해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호두가 내게 써준 편지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