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그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앞으로 쭉 내 안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생각이 너무 많아도,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도, 계획을 잘 지키지 못해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으니 오래도록 내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변화 속에서 어느 한 부분만은 변함없기를, 그 부분이 '현재의 나'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꽤 이상적인 다짐이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나는 나의 다짐을 잘 지킬 것이라 믿는다.
개순이(안솔)
이제 겨우 하자를 보냅니다
아아 내가 얼마나 많은 발자국을 남긴 공간인지
나는 이곳에서 지독히도 서럽게 울었었지요
그때는 뭐가 그리도 서러웠는지 나는 참으로 어리석고 어렸습니다
지금의 나는 당당히 자퇴생을 넘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학교에서 혼자 울 때면 하자 생각이 납니다
그땐 나 혼자 맘 놓고 울 수 있다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 겨우 스무 살에게 지하 계단은 지나치게 차가웠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하자를 선뜻 웃으며 찾아올 수 없는 이유는
아직도 이곳에는 서럽게 울던, 또한 해바라기처럼 웃던
개순이가 남아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사람을 마주하기엔 너무 많이 차가워졌답니다
어른스러워졌다고 말하면 더 멋있는 사람으로 비춰질까요
성년이 된 것에 축하라도 받으면
이 이유 모를 씁쓸함을 덜어낼 수 있을까요
길(홍현)
어느덧 십 대가 끝나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철없고 책임감 없는 시절이었지만 그런 시절을 다 겪고 보냈으니 지금의 저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십 대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한편으론 그리 바뀌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자유분방한 마음과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시도해 본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저에겐 “책임”이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내가 선택한 일에,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하여 부모님 혹은 주변인이 아닌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입니다. 이제 성인이 된 저는 길치의 길이 아닌 길잡이의 길이 되고 싶습니다.
나봄(허린)
어떤 날씨에도 지지 않는 꽃이 있고, 원래는 피어나야 하지만 그 시기가 조금은 더딘 꽃도 있습니다. 꽃은 점차 자라 새로운 씨앗을 남기고 또 져갑니다. 그렇게 자신이 피어나야 할 계절을 기다립니다. 하자 오디세이에 들어온 16살 나봄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꽃을 피웠고, 이곳에서 씨앗을 틔웠습니다. 20살이 된 저는 여전히 피어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꽃이 활짝 피어난 기간보다 그 꽃을 틔우려 노력했던 기간이 더욱 긴 건 당연한 이야기이니까요. 햇빛을 볼 수 없고, 매서운 바람이 저를 내쳐도 그저 흔들리는 꽃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계속해 피어날 것이고, 봄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 피어나고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피어나다 >
씨앗이 흩날리는 봄
떨어지는 별똥별은 누군가의 소망을 담고,
그 속에 태아는 첫 숨을 들이쉰다.
꽃가루 사이를 배회하며
잔잔한 박동 속 두근거리는 작은 씨앗
움찔이는 작은 돌덩이
꾸깃꾸깃 웅크려진 세상에서 양발을 쭈욱 내 뻗는다.
뜨거워져 가는 정수리에 발끝을 콩, 콩, 콩,
터질 듯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고,
날로 늘어가는 몸집에 처음 맡게 된 향긋한 공기
초라한 양팔을 뻗어 만끽하는 따가운 바람
귀가 찢어질 듯 아픈 신음과, 송곳으로 찔리는 듯한 통증을 견디며
발가벗은 체 자신의 껍질을 벗겨낸다.
여린 잎새로 맞게 된 새벽이슬
첫 세상과의 만남은
설레임, 부담감, 그리움,
어린 씨앗은 새로운 화단을 찾아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떠도는 꿈
그 중심의 돌덩이.
나는 지고 있는 게 아님을
죽어가는 중이 아님을
날다(이소현)
“어른들은 대체 왜 그럴까?”라며 툴툴거리다가 문득 성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청소년은 또 제 모습을 보며, 어른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입을 삐죽 내밀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의 끝엔 어김없이 ‘책임’이라는 오묘한 단어가 있습니다. 뻔한 말이 더는 뻔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책임이라는 말 앞에 놓인 ‘모든 것을 오롯이 내가’라는 괄호 친 문구가 갈수록 또렷이 보이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오롯이 내가) 책임지는 나이인 성년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열아홉 살, 하자에 처음 왔을 때 봤던 문장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할 거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 삶의 비중을 조율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갈 것입니다.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도 배짱 좋게 책임지는 단단한 마음을 차곡차곡 쌓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성년이 되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며 호기롭게 다짐했지만, 종종 멀리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아마도 청소년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이라는 용기가 여전히 필요한가 봅니다. 1인분의 생을 열심히 꾸려가는 주변 사람들과 손을 마주 잡으며, 여전히 모르겠는 이 어른의 세계를 헤쳐 나가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이전보다는 더 나은 방식을 찾기 위해 애쓰기도 하면서요.
댕댕(박재이)
나에게 성인이란 어린 티를 벗고 스스로 책임에 대한 무게를 짊어지는 것이다. 수없이 싸워오고 방황하며 여러 가지 고민들도 해왔지만, 생각만 하고 부딪혀 보지 않은 내가 부딪칠 수 있는 힘과 실패 혹은 어떠한 결과가 있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불안에 떨면서 지낸 10대를 등지고 20이란 숫자를 출발로 하여 많은 것들을 부딪치며 배워나가고 싶다.
동화(강예원)
학생 때부터 빨리 되고 싶었던 스무 살.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특별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무 살이 되어도 똑같은 삶을 살고 있을 줄이야.
아직 ‘어른’이라는 것은 서툴고 잘 모르겠는 단어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 똑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짐을 해본다. ‘나를 사랑하자’ 이거면 충분할 거 같다.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돌에 걸려 넘어져도 울고 다시 일어나 흙을 툴툴 털어버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동화는 내 태명이자 하자에서 불렸던 별명이자 내가 살아갈 그런 것이다. 나는 동화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말자(김은샘)
성년 1년 4개월 차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을 이미 보냈기에 알게 된 건 스무 살이라도 내가 다른 사람인 건 아니란 것입니다. 환경이 변했지만, 그것도 몇 번의 겪어본 변화들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저는 아직 목마르고 칠칠맞습니다. 그게 스티브 잡스가 말한 그 의미는 아닐지 언정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살아갑니다. 조금 외롭지만 할 일에 정진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사주가가 해준 말을 은근히 믿고, 또 위안 삼고 있습니다. 집에 초파리 꼬이는 걸 탓할 사람이 나라는 걸 몇 번 깨닫기도 하고, 기분은 오락가락하기도 합니다.
실천이 계획보다 약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다짐이란 걸 하면 당장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할 것만 같습니다. 인생의 남은 기회 체크박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낭비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만큼 오늘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잘한 다짐을 하루에 스무 번 하자. 참 웃기지만 ‘하루 스무 번 자기 자신을 이기면 성공한 하루다’하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승리의 기술은 다양해요.(묻진 말아주세요. 느끼는 것이라 생각이 안 나요. 다만 이긴 날에는 꼭 기록을 해두세요)
[소원 비는 곳-전지전능한 캐릭터를 빌려]
-‘통신사에서 요금제 변경 문자가 날라오고,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입할 수 있는 것만이 성년은 아니게 해주세요’ ->그래 알겠다. 여기 성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가볼까?
‘사람들에게 박수받고 싶어. 노력했는데 인정받지 않아 속상해’-> 그 사람들 손뼉은 나도 어떻게 못한다. 내 발바닥까지 빌려줄 테니 한 번 쳐주지.
‘소수자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거, 쓸데없고 위험해 보이고 성공과 멀어 보여. 그래도 궁금해’-> 뭐 어쩌라는 거지. 나도 잘 모르는데.. 조심스럽게, 조심하라는 당부밖엔.
배찌(유성안)
드디어 어른이 됐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그 당시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3년간 우리 모두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누군가에게는 고통과 고난의 시간을 주어지게 하기도 했다. 이 혼란 가득한 세상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라는 20대에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바람이 이루어졌는데 어떤지 궁금하다고?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20살이 되고 나니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낼 자신이 아직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자격이 되는지 그럴만한 인생을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인생을 살지 못한다면 나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잘난 삶이 있으면 못난 삶도 있다.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하기엔 너무 명확하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단지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로 사람은 서로가 각자 너무 다르다. 비슷할 순 있지만, 그것이 곧 똑같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지 않는가. 결과로 미움 다툼 시기 질투 자기혐오 등 자신의 외적인 모습을 남과 비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세상은 경쟁이라는 섬에 우리를 고립시켰다. 약육강식의 사회 속에서 나는 철저한 약자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비유하자면 나는 수많은 번호 중 하나일 것이다. 번호들은 서로가 비슷한 처지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 누군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서로 물어뜯고 싸운다. 아니면 죽음뿐이기에 모두가 필사적으로 마지막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시 협력, 타협, 집단은 자신의 생존에 문제가 된다면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오늘의 친구가 내일 적이 되고, 오늘의 삶의 이유가 내일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과연 그 몸부림들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무엇이 가치가 있는 삶인가.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나의 다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그저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짐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선택할 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버림받을 각오를 하자.”이다. 이는 각자의 몫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신념에 대해, 세상에 버림받고 부정당할 각오 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은 양심의 몫이니 잘 선택하면서 살면 될 거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내 주변에 소중한 이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강요가 아닌 권유로, 통제가 아닌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선비(김서진)
그냥 나이만을 기준으로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소소하게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늘었다. 딱 귀찮을 정도로. 자잘하게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늘었고 이전만큼 미루기는 힘들다. 지금 처리해야 하는 일들에는 유예가 없다. 놓치면 끝나는 일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지금은 두 가지만 다짐하면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어떤 소비를 하는지 알고 있을 것. 소비가 모이면 취향이 되겠거니 생각한다. 아직도 그걸 찾고 있는 게 슬슬 웃기다.
그리고 귀찮음을 이유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 미루지 않을 것.
수수(함채윤)
성년을 맞으며 하자마을에서 불리는 저의 별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제 별명은 ’수수‘입니다. 3년 전, 한창 하자 별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시 스페인 여행 중이던 저는 옥수수 모양의 보석을 보고 문득 제 이름을 수수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히 특별한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별 의미 없이 만들어졌던 제 별명이 하자에서 1년간 오디세이 학교 활동을 하며 소중해졌습니다. 오디세이 학교에 다닐 때의 저는 꽤 열정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무언가 하고 싶어 하고, 많이 궁금해하고, 소소한 일들에 쉽게 감동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항상 졸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디세이 학교 수료 후 하자센터를 자주 찾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수수‘라는 이름에는 3년 전의 제가 있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지금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지 못하니 일상이 퍽퍽하게도 느껴집니다. 그럴 때는 수수로 불리던 저를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때도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막막해하고, 가끔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해냈던 저를 생각하면 다시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가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놀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불타는 마음으로 잘 이겨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스스로 다짐은 많이 해왔지만, 나눌 사람이 없으니 쉽게 져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하자에서 성년을 맞는 모두와 나누어봅니다! 올해 무언가 목표한 일이 있는 판돌과 죽돌이 있다면 꼭 같이 이루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동(이은오)
어느새 성년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게 너무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론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무시하고 꿋꿋이 흘러온 시간이 계속 흘러왔을 뿐, 막상 되어보니 전혀 대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인이긴 하다만 도무지 어른이 된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년이 되었기에 하는 특별하고 열정적인 다짐도 없습니다. 아니, 특별한 다짐 한 아름 챙겨오지 않아도 축하해 주는 하자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오동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천천히 단단하게 오동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오동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
웃바(정윤지)
처음 십 대로 접어들었을 무렵 그냥 막연하게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었는데 그 이유가 어렸을 때는 어른인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러웠고 멋있어 보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스무 살이 되니 멋있고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십 대 때는 그저 남이 하는 대로,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다면, 이십 대가 되어서야 하는 대로,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자기 삶을 스스로가 돌아보고 찾아가야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방향을 찾고 내 삶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돌아보며 저의 이십 대를 살아보려고 합니다. 비록 이런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고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여 끝까지 저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다짐문에서 쓴 그것대로 저를 위해 항상 노력하며 살아볼 테니 제가 포기하려 할 때 옆에서 여러 조언해 주시고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살아왔던 십 대의 나를 보며 후회하며 사는 것보다 지금부터 시작인 나의 이십 대를 위해 전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짐합니다.
유봉(김유영)
수많은 사람들과 공간들을 거쳐 오면서 지금의 제가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완성’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기 위해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 스무 살의 제가 되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을 느끼면서 때로는 너무 행복하고, 때로는 다시는 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을 만큼 무거웠던 시기들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열정 가득했던 오디세이에서의 열일곱처럼 성장하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 성년이 된 지금, 이곳에서 다짐해 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되돌리고 싶었던 과거와 되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나누려고 애썼지만, 이미 그 과거들은 되돌릴 수도, 되돌리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지나가 버린 모든 과거들은 내가 다 겪었고 배워온 일들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과 역경 속에서도 더 잘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나브로, 아늘거린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가볍게 춤추듯이 잇따라 흔들리다.”라는 뜻으로 오디세이 다닐 적에 행사 제목으로 사용한 문장이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자주 뒤를 돌아보는 저는 빠르고 눈에 잘 보이는 성장보다도, 제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 나는 제자리에 있던 게 아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제 삶의 최종 목표는 제가 만나온 좋은 어른들처럼 정말 좋은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저를 만난 사람들이 제가 좋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제가 저 스스로 좋은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저는 끊임없이 시나브로, 아늘거리며 성장할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인드(주성현)
살다 보니 어쩌다가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어른이란 크고 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니 청소년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을 해나가며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지만 경험을 먹어가며 훗날 멋진 어른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정민(이정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다가도 종종 하자센터에서의 1년을 생각하면 식었던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나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막막함을 느끼더라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것을 다짐합니다. 성년식에 오신 모든 분들 응원하겠습니다~
토끼(김진영)
‘나’는 무엇일까. 청소년기 때부터 한없이 머릿속에 드리웠던 질문이었습니다. ‘나’란 존재가 다시 한 번 성립될 수 있도록 쌓아가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를 지켜야 할 다짐을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만 더불어 모두의 세계를 구성하는 행동들이라 생각됩니다. 성년식을 마주하는 지금 저는 세상의 불합리함에 참지 않고 이겨내며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 다짐을 합니다.
폴(김민선)
더 이상 네버랜드를 꿈꾸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어릴 적, 모두가 성년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때부터 성년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랜 밤, 창문을 열어두고 그림자를 꿰매준 대가로 미성년으로 남을 수 있던 기회를 잡았던 소녀를 생각했습니다.
찬 바람에 자기 싫다 창문을 닫아두었기 때문일까요.
네버랜드에 가기도 전에 성년이 되었습니다.
왠지 모를 분한 마음에 성년이 되어도 미성년처럼 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년이 된 지금,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 어리지만 분명 어제와 다르다고.
흐르기만 하는 시간이 아까워 매달리고, 집착하고, 낭비하다 보니 채워진 것들이 있습니다.
여유, 이해, 관용, 후회, 아픔, 배려, 추억, 성장 같은 것들입니다.
더 이상 네버랜드를 꿈꾸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간과 씨름하겠습니다.
시간에 매달리고, 집착하고, 아끼고, 낭비하고,
시간을 나를 채우는 데 쓰고, 나를 비우는 데 쓰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 쓰고, 미워하는 것을 위해 쓰고, 나를 위해 쓰겠습니다.
해나(이지민)
거창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를 대견해 하며 오늘도 스무 살의 어느 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없어 불안해하던,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했던 10대의 저에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줄 수 있어 너무나도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의 나날들 속에서 수천 번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멀리 돌아가는 길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이곳에서의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길을 잃고 헤매고 다시 길을 찾으며 저의 20대를 살아갈 것입니다. 그 속에서 저는 너무 불안에 떨지 않겠다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