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에서는 매년 여러 프로젝트가 새롭게 기획되지만 한결 같이 자리를 차지하는 터줏대감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하자투어'인데요. 하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할까 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엿보고 싶은 청소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준비하기 위해 프로젝트 기획과 시설 운영에 대해 궁금해 하는 여러 기관의 담당자들까지 오랜 시간 다양한 방문자들이 하자의 문을 두드리고 꾸준히 문턱을 넘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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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투어 모습
2022년 하자투어는 정기 하자투어, 비정기 하자투어, 청소년 하자투어로 운영됩니다.
[정기 하자투어]는 매월 네 번째 목요일, 개인 또는 5인 미만의 단체가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자의 공간과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과 함께 같은 공간을 다르게 바라보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비정기 하자투어]는 하자센터의 사업과 운영에 관심이 있거나 자문을 원하는 5인 이상의 그룹이 신청할 수 있는 유료 프로그램입니다.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을 나눌 수 있는 담당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서로의 기획과 활동을 지지하는 알찬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청소년 하자투어]는 하자가 궁금한 14세~24세 청소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투어로, 올해는 4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8인 이상 단체로 신청할 경우 협의를 통해 예정된 일정 외에도 추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가까운 정기 하자투어는 3월 24일(목) 오후 4시~6시이고, 청소년 하자투어는 3월 18일(금) 오후 2시~4시입니다. 각각의 투어에 관한 안내와 신청서식은 하자넷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투어에 오신 분들과 본관 옥상에 올라가면, "옥상 텃밭에는 어떤 작물을 심는지", "데크 꼭대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지", "태양광 패널이 전기료를 얼마나 아껴주는지" 등등 많은 질문이 쏟아집니다. 투어중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바로 “이전에 이곳은 무엇을 하던 곳이었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 중 가까운 과거의 흔적을 찾기 위해 뉴스검색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이 찾을만한 문화공간을 소개한 2000년 여름 문화일보의 기사 중 ‘서울시에서 위탁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영등포의 3층짜리 '남부근로청소년회관'에서 운영하기 시작한 일종의 청소년 문화작업장 ’으로 하자센터를 언급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1980년대에 청소년회관이라는 청소년 여가시설 건립이 추진되었는데, 서울시에는 서울특별시에서 직영하는 청소년사업관·남부 근로청소년회관·동부근로청소년회관과 종교단체 중심으로 위탁받은 시립·구립 청소년회관이 다수 신설되었다고 합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제공하는 지면 신문을 찾아보면, 하자 이전 이곳이 남부근로청소년회관이었던 시절의 프로그램과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하단 참고자료 기사검색 참조)
'근로청소년'이라는 말은 요즘에는 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1960년~1980년 신문기사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1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1965년 3월에 영등포구 구로동(현재 구로구 구로동)에 첫 삽을 뜬 후 약 10년에 걸쳐 14만평 규모로 한국수출산업공단(일명 구로공단, 현재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이 조성되었습니다. 70년대 후반에는 약 11만 명이 종사하는 규모였다고 합니다. 영등포의 문래동에는 1960년대부터 철공소 밀집지역이 이루어졌고, 영등포역과 당산동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전후로 자리잡은 대형 방적, 맥주, 제분 공장 등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 공장에서 일을 하며 미래를 꿈꾸는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들이 많았고, 이들의 주거·학업·여가생활의 열악함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와 사회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남부근로청소년회관 역시 그 흔적입니다.
1970년대 이후 수도권이 확장되면서 땅값이 올라가고 공해 문제가 심각해지게 되어 공장을 분산하는 정책이 추진되었습니다. 부천·부평·인천 임해지구, 시흥 안양 수원지구, 서울 의정부지구, 서울 성남지구 등 경인공업지대로 확장되면서 서울시 남부지역의 공장들이 1990년대까지 차츰차츰 이전하게 됩니다.
1980년대에 문을 연 남부근로청소년회관도 초기에는 인근에서 일하는 근로청소년의 기숙사와 야학의 공간으로 활용되었다가, 이후 수도권지역의 근로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활동공간을 제공해 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공장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와 시장이 세워지면서 근로청소년들의 왕래가 잦아들 때 즈음, 청소년과 청년을 연구하던 팀인 연세대학교 청년문화원이 '유스비전2020'을 서울시에 제안하며 이 공공의 공간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게 된 것입니다.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19년 이 곳에는 철도의 차량을 제작하고 수리하는 '공작창'이 생겼고 1980년대까지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1899년 경인선 영등포역이 문을 열었고, 1905년 경인선과 경부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 된 이후에 만들어진 용산제작소 영등포공장, 일명 영등포공작창은 황석영 님의 <철도원 삼대>의 주인공 할아버지와 아버지 형제의 일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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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공작창의 옛사진과 위치
하자센터가 무언가 창작하고 뚝딱뚝딱 작업하기 좋아하는 청소년과 함께하게 된 것은 이 땅에 스며있는 옛 이야기들과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1999년 ‘하자센터’라는 이름으로 23년 간의 덧대어간 이야기는 하자투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있는 분들은 살짝 귀띔해 주시기를 바라고, 이 공간의 현재를 둘러보고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은 분들을 하자투어에서 많이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