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돌 노트>는 하자센터에서 '판돌(판을 만들고 돌리는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 판돌들의 커리어와 일터로서의 하자에 대해 이야기 나눈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마지막 인터뷰이 효빛은 5년차 판돌로 디자인을 공부한 홍보 담당 판돌입니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한 판돌이기도 하지요. 사회초년생 판돌의 하자 진입기, 하자의 홍보직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 하자에서는 보다 수평적인 소통을 위해 본명/직급 대신 하자 이름(별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에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는 <프로젝트> 게시판에서 자세히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판돌 노트 홍보기획자 편 - 효빛
#대외홍보 #디자인 #마케팅 #에디터 #하자디지털에디터즈
안녕하세요. 효빛!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기획3팀(구 학습생태계팀) 판돌 효빛입니다. 하자에서는 하자넷(홈페이지) 운영과 뉴스레터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 운영을 하고 있고, 가끔 디자인도 해요. 작년까지 ‘학습생태계팀'으로 불렸던 기획3팀은 올해 청소년운영위원회(시유공)부터 동아리, 오디세이학교, 학교밖청소년 멤버십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자센터를 소개 해주세요.
홍보 담당자가 할 말은 아닌데 하자를 소개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웃음) 하자센터는 청소년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 일을 해보면서 나 외에 다른 곳으로도 시선을 돌리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게 없어도 찾을 수 있고, 있다면 해볼 수 있고, 해봤다면 이걸로 나 그리고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효빛은 디자인을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하자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아직 경력이 짧은 편이지만 하자에 오기 전에 국제소셜벤처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 전공은 제품 디자인이었고요. 아름답고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도 디자인이지만 저는 세상을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소셜벤처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고 그곳에서는 브랜딩과 그래픽 디자인, 제품 촬영, SNS운영 업무를 주로 했어요. 또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같은 전시/마켓에 나가기도 하고 국외 스튜디오가 있는 우간다에 현지 취재 겸 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하자에 오게 된 건 일단 하자를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대학생 때 적정기술1)에 관심이 있었는데, 과제를 하면서 검색해 보니 서울에 관련 프로젝트를 하는 재밌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게 하자였어요. 그때는 청소년이었지만 제가 하자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었고, 졸업 후에 친구가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2)에 입학하게 되어서 관심을 갖고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2017년쯤 갭이어를 가지면서 새롭게 일할 곳을 구할 때 마침 하자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를 찾고 있더라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하자에 대한 여러 기대가 있어서 이곳에서 일하게 됐어요.
효빛은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하자에 오게 되셨는데요. 하자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별명문화나 마을의례3)같은 하자의 문화가 마냥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년간 쌓여온 여러 자원에 놀라기도 했던 것 같고요. 신입 판돌 시기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제가 2017년 첫 출근하고 일주일 후에 비전회의4)가 시작되었거든요. 그 해 비전회의가 유독 본격적이었고 기간 자체도 길었기 때문에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흥미로우면서도 조금 걱정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는 연말마다 이만한 에너지를 써야 하나..?' 걱정됐고(웃음) 한편으로는 현재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비전회의'에 그 정도 밀도의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일적으로는 하자가 굉장히 자율도가 높은 곳이라 경험이 많지 않았던 입장에서는 '홍보 담당'이라는 역할이 부담도 되고 동시에 동기부여도 되었어요. '이런 거 해도 되나?' 싶었던 일들을 적당히 기회를 보며 해보면서, '이게 되네'로 바꾸어 나갔던 것 같고요. 막막할 때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좋기도 했어요. 다같이 바쁠 때는 그게 어려울 때가 많기도 하지만요.
4)비전회의: 매년 11월경 하자의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해를 준비하는 회의. 5주간 주 1회 일정을 기본으로 진행합니다.
하자의 홍보 업무는 어떤가요?
모든 판돌들이 그렇듯 하는 일이 진짜 다양해요. 콘텐츠도 만들고 뉴스레터도 보내고 SNS 운영/광고도 하고 사진도 찍어요. 굿즈를 만들기도 하고 보도자료를 쓰기도 해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청소년을 만날 때도 있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환기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저한테는 잘 맞아요. 또 하자센터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알리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죠. 그리고 가끔 ‘청소년 때 하자센터를 알았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어른들의 아쉬움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합니다.(웃음)
하자 홍보담당자만의 독특한 업무가 있다면 청소년과 협업할 기회가 많다는 거예요. 저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하자 디지털 에디터즈(하디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는데요. 청소년 에디터들과 하자의 온라인 채널에 대해서 논의하며 콘텐츠 기획부터 발행까지 함께했어요. 단순히 기관의 담당자와 서포터, 혹은 객원 에디터의 관계를 뛰어넘어 파트너로서, 말 그대로 함께 일하는 거죠. 제가 담당자라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콘텐츠5)가 많이 나왔어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웃음) 청소년과의 협업이 참여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콘텐츠 제작 경험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일종의 기회이기도 하면서, 청소년 기관인 하자로서는 청소년 이슈를 발굴하고 사회에 전달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보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업로드할 때, 사람들이 이걸 쉽게 읽을 수 있을까? 재밌을까?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 많이 고민하는데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기도 해요. 결국엔 제 관점이나 취향, 제가 파악하고 있는 맥락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배제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다른 판돌들의 피드백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홍보 직무를 잘 하는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도 홍보를 잘 한다는 게 뭔지 어렵지만, 홍보/마케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는 많이 보고 듣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트렌드나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일단 보는 노력을 해야 하고, 더해서 업계(청소년/교육) 관련 소식이나 동향도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 그 많은 레퍼런스 중에 내 취향과 관점을 뾰족하게 만들면 거기서 차별성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하려면 호기심과 오지랖이 필요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라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자 판돌들은 명함 만들 때 6가지 디자인 중에 고를 수 있잖아요.6) 효빛은 어떤 그림을 고르셨나요?
저는 이 초록풀이요. 큰 의미는 없었는데 제가 식물과 친하지 않아서 그림으로라도 풀을 가까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작년 8월에 배포했었던 '찐친테스트'를 기획하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서울청소년창의서밋 홍보를 위해 출발한 기획인데요. 영화/웹툰/드라마 속 10대 청소년 캐릭터 중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유형테스트에요. 지난 13회 창의서밋 주제가 '오늘의 내가 만드는 내일' 이라, 청소년들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5가지(나로 존재할 수 있는 미래,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미래,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는 미래, 기후위기 없는 미래, 차별 없는 미래)로 카테고리화하고 그 카테고리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서 분류했어요. 각 캐릭터에 도달하는 질문도 그와 관련 있는 것들로 짜보았고요. 혼자 한 것은 아니고 징타(기획2팀 판돌)와 협업해서 제작했는데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기도 하고, 4천 명 정도의 분들이 참여해 주셨거든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테스트 과몰입이라(웃음) 좋아하는 형식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난 2021년 8~10월 배포되었던 '찐친테스트'
그럼 어려웠던 순간도 있으신가요?
똑같은데.. 찐친테스트요. 만들면서 계속 의심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이게 재밌나? 너무 어렵지 않나?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서 이제 돌이킬 수도 없고 창의서밋은 다가오고 심지어 할 일도 많았어요. 디테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 의심들을 잠재우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힘들었네요.
하자 tmi 혹은 하자에서 좋아하는 공간을 이야기 해주세요.
하자 tmi라면, 하자 본관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해요.(웃음) 믿거나 말거나 전해내려오는 괴담도 있습니다.
제가 하자에서 좋아하는 공간은 본관 3층에 있는 테라스에요. 아주 멋진 뷰는 아니지만 해가 질 때 노을도 볼 수 있고 사무실 밖에서 상쾌한 기분을 낼 수 있거든요. 옥상이랑도 연결되어 있어서 여차하면 옥상 텃밭에도 올라갈 수 있어서 좋아요.
본관 3층 테라스에서 본 일몰 풍경
판돌로서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지금 생각나는 건 균형감인 것 같아요. 하자가 아무래도 시립 기관이다 보니 신경 써서 해야 할 것들이 많은 편이에요. 같은 맥락에서 홍보를 할 때도 마냥 트렌드와 재미만 좇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일의 재미와 책임 사이에서 균형 있게 일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