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회고할 즈음에는 ‘코로나-19 때문에~’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 기대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상의 굴절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2020년도에는 연기된 개학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학사일정에 변동이 많았는데, 2021년도는 3월 개학과 학년별 교차등교제를 기본방침으로 하는 등 전년도에 비해 안정적으로 새 학년을 맞이하였습니다. 특히, 과제형 원격수업으로 진행했던 창의적 체험활동을 실시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혼합형으로 운영한다는 교육당국의 방침에 따라 학교협력사업인 <공공진로학교>도 기획될 수 있었습니다. 1학기에는 문래중학교와 영신고등학교 64명의 청소년들이 4개의 프로그램을 무사히 완주하였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나눈 문래중학교 청소년 'M'들의 회고를 중심으로 상반기 공공진로학교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M1, 낯선 환경에서 즐기다 보니 어느새 미래의 내가 궁금해지다.
온라인 입학식으로 중학생이 된 M1의 눈에 낯설게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차이 때문인지 코로나 상황 때문인지 헷갈립니다. 자유학년제 선택과목으로 일주일에 한번 씩 참여하는 ‘주제선택’ 또는 ‘예술체육’ 수업에서 다른 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작업에 몰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 미래 속의 내’가 궁금해져 조금씩 상상을 더해 보게 됩니다.
M2, 작업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움직짤끔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M2는 다양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작업을 해나가는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통해 개개인에게 잠재된 특징을 발견하고, 실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임을 알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스무 명의 공동 프로젝트였습니다.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책 『뛰어라 메뚜기』의 장면들이 입체적으로 움직이고, 효과음과 낭독자들의 목소리가 입혀져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낭독과 효과음을 녹음하려고 했던 열세 번째 워크숍이 원격으로 변경되어 매끄러운 소리가 담기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시간도 원격수업이라 완성된 작품의 상영회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는데, 함께있는 자리에서 모두에게 커다란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그림 한 장 한 장을 그리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드는 노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작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더욱 커져요.
1초에 여러 장의 그림을 넣어 실행시키는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알게 되었고 폴리 작업을 경험했어요. 이렇게 오래 걸릴 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친구들과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뿌듯해요.
몰랐던 나의 그림실력, 색깔조합 능력, 작업 지휘 능력 등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들의 그림 특징도 알게 되고 실력이 발전하는 것도 느껴졌어요.
집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편안한 상태에서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등교수업 때 함께 게임을 한 것이 기억에 남고, 만나서 녹음을 하고 상영회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포기하고 생활을 했는데, 일공과 까망곰 덕분에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M3, 친구와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팀원들과 함께 판단하는 힘이 길러졌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짝’이 없는 교실과 ‘물리적 접촉’이 최소화된 신체활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0년에 대부분의 창의체험활동이 비실시간 원격수업으로 진행되었지만, 다행히도 올해에는 전체의 60% 이상은 한 공간에 만나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M3이 참여한 <빨간구두 이야기> 프로젝트는 언제나 신체를 움직이는 놀이로 시작합니다. 무용실에 들어설 때만해도 찌뿌둥했던 마음과 몸의 근육이 스르륵 풀립니다. 이내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구두』를 새롭게 만들고 표현해보는 연극적인 활동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됩니다. 이 시간에는 금기, 욕망, 선택, 책임에 대해서 탐색하고 장면을 창작해 보았습니다. 각자의 의견을 잘 듣고 하나의 구상을 만들어 가다보면 어느 새 마칠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여러 의견을 풍성하게 모아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열세 번째 시간에는 팀별 발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긴급히 워크숍을 마쳐야하는 상황이 되어 무척 아쉬웠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떨렸는데, 어쩌면 이런 극적인 마무리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한 우리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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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 이야기> 참여 청소년들의 소감
원격수업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게임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반전은 역시 만나서 같이 하는 활동이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예요.
소심한 성격인 저도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두두와 나니가 항상 새로운 활동으로 이끌어주셔서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감사드려요.
M4, 이전에는 관심이 없던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작업을 설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M4는 요즘 아파트의 재활용품과 쓰고 남은 소재들의 자투리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보물섬>은 일상 속 환경을 돌아보며 버려진 사물들을 관찰하고 ‘나만의 보물’과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를 찾아보는 창작 놀이 프로젝트인데, 여기에 참여하게 된 후 부터인 듯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예술적 체험활동을 통해 감각이 열리고, 스치기 쉬운 버려지는 것으로 부터 창작물을 구상해 가는 경험이 이어졌습니다. 학기 중간 즈음 원격수업에서 하자센터의 공방들을 소개해주었는데, 언젠가 친구들과 찾아가 다양한 소재와 공구로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에 팀과 함께하는 작업을 기대했지만 마지막 두 번의 수업 모두 원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신 창의적인 해외의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작업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었고, 자신의 작업 설계에 대한 피드백과 한 학기 소감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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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참여 청소년들의 소감
우리가 수업을 통해 일상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보물은 ‘자유’, ‘수많은 소리와 빛’, ‘재활용품과 쓰레기로 만드는 새로운 경험’ 그리고 ‘내가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는 존재라는 것’과 ‘같은팀 친구들’ 이었어요.
여러 가지 작품을 새롭게 그리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벌써 수업이 끝나다니 아쉬워요.
내가 떠올린 생각과 비슷한 작업을 한 예술가들을 알게 되어서 신기했고,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많이 했어요. 미술실에서 다양한 재료를 직접 만지고 만들어볼 시간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학교에서 팀작업을 할 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어요.
생각과 느낌을 발표하는 것이 두려웠는데, 지금은 두렵지 않게 되었어요. 친절한 월광이 좋았어요.
각각의 프로젝트를 완주해낸 55명의 청소년들과 이들의 동료였던 5명의 강사들이 만들어 낸 밀도 높은 시간들을 상상해봅니다. 그 시간 속에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작업에 몰입하고 사고를 확장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청소년기를 건강하게 겪어가는 ‘우정’이라는 묘약 제조법을 터특한 M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에 집중하여 마음근육 키우기를 연습한 것이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갈 또다른 준비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프리즘을 통해 굴절되는 빛이 영롱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듯, <공공진로학교>에서의 시간들이 경계는 불분명하지만 아름다운 빛으로 저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이모저모를 품어내기 버거운 어느 ‘내일’, 알록달록한 빛 한 줌이 응원의 메세지로 깃들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자센터 공공진로학교는 2015년 문래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씨앗학교>와 2017년 휘봉고등학교 개방형교육과정과 함께 시작한 <공공진로학교>를 통합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협력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7년간 18개 프로젝트에 연인원 8천여 명의 청소년이 함께 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문래중학교, 영신고등학교, 오류고등학교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