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유공(하자 청소년운영위원회) 상반기를 보낸 후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하자에 가는 길도 익숙해져서 잡생각을 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됐다. 상반기 동안 이 주에 한 번씩 만나면서 많은 회의를 했다. '비로소 생각할 공간을 만들다'라는 시유공의 의미처럼, 시유공에서의 회의는 참 많은 생각을 필요로 했다.
시유공에서 첫 번째로 한 회의는 시유공 활동 약속을 정하는 일이었다.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던진 후에 잘 요약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큰 오산이었다. 약속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기 쉽게 포괄적 의미의 문장이 되어야 할 지, 약속이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문장이 되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남도 그대로 생각하도록 전달하기는 어렵다. 내가 느끼는 것을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가장 정확한지 생각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시유공의 약속을 보았을 때 우리의 의도와 생각이 잘 느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문장을 다듬었다. 더 좋은 단어를 찾고, 더 좋게 요약할 방법을 생각했다.
시유공 7기 활동약속
5월에는 하자마을 의례인 성년식 모니터링도 했다. 모니터링 전에는 어떤 것을 중점으로 모니터링을 할 지 의논했고, 이후에는 각자 모니터링한 내용을 공유했다. 온라인 상황에 맞는 준비가 되어있었는지, 부족한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지 등을 꼼꼼하게 이야기했다. 모니터링한 내용과 더불어서 여러 질문을 준비한 후 6월에는 하자의 센터장인 물길과의 간담회도 했다.
시유공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이야기했다. 이후 성년식에 대한 시유공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도 했다. 시유공 뿐만 아니라 물길의 의견도 오가니까 대화가 더욱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다른 판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상반기 센터장 간담회
상반기 시유공 활동을 하면서 말하고 듣는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듣는 연습이다. 퍼뜩 난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이 힘든 것처럼, 그 문장을 듣고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시유공 멤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말 속에 담긴 의도와 생각을 곰곰이 이해하는 훈련을 계속해서 해온 것 같다. 다른 멤버의 말을 듣고 내 안에서 소화하는 속도가 느려서, 시유공 초반에는 듣는 것만으로도 촉박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수월해졌다. 그래도 고도의 집중력은 필요하다. 누군가와 깊게 대화하거나 의견을 나눌 땐 늘 그렇지만, 시유공 회의 때는 더욱더 한시라도 멍 때릴 수 없다.
상반기 센터장 간담회
그리고 시유공 하반기 활동 계획을 세웠다. 시유공 멤버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교류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과, 새로운 기획활동으로 책을 만들자는 의견을 모아서 인터뷰집을 제작하기로 했다. 기대와 즐거움이 커다란 만큼 걱정도 크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모두들 허허 웃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재밌는 일은 몸과 마음도 많이 써야 하는 법이다. 후회 없이 뿌듯해할 날을 위해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하반기 활동들을 마주 보고 있는 지금, 새 마음이 가슴에 자리 잡는 것 같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가지게 되는 새 마음. 상반기 활동에 이어 계속 걸어가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멤버 구성도 조금 변화해서 더욱 그렇다. 새 마음을 가지고 하반기 활동도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